아시아 도서관 전문직의 흐름, 중국·대만·싱가포르 사서 제도 들여다보기
도서관은 정보 접근과 평생교육의 핵심 공간으로서, 사서의 전문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정보 환경에 발맞춰 사서 교육 및 자격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국제화와 함께 사서의 역량 기준도 점차 상향되고 있다. 그중 중국, 대만, 싱가포르는 각각 다른 정치·문화적 배경 속에서 도서관 제도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에 따라 사서 자격 시스템 역시 구조와 운용 방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 나라는 모두 고등교육기관에서 문헌정보학 또는 관련 학문을 이수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사서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자격의 법적 근거, 공공기관 채용 방식, 자격 유지 관리 등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들 국가의 사서 자격제도를 비교해보는 일은, 아시아 도서관 전문가로서의 진로를 탐색하는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각국 도서관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데도 유익한 정보가 된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다국적·다언어 환경을 갖춘 도시국가의 경우, 사서의 국제적 역량이 강조되는 구조여서 향후 글로벌 도서관 경력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되기도 한다.
중국 – 국가 자격 중심의 단일화된 사서 인증 구조
중국의 사서 자격제도는 국가직무자격제도(国家职业资格制度)에 기반하며, 문헌정보 관련 전공을 이수한 자 혹은 지정 교육기관의 훈련을 이수한 자에게 초급, 중급, 고급 사서(助理馆员、馆员、副研究馆员、研究馆员) 등의 등급별 직위를 부여한다. 특히 ‘중국도서관협회(CLA)’가 자격기준과 평가방식을 주도하며, 정기적으로 전문성 평가와 연수, 경력 심사를 통해 등급 승급이 이루어진다. 중국은 행정 중심의 인사 시스템 하에서 도서관도 공공기관으로서 강한 국가 통제를 받으며, 이에 따라 사서 자격 역시 공무원 채용 체계와 밀접하게 연계된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은 국가직 공무원 시험(公务员考试) 혹은 공공단체 채용 시험을 통해 사서를 채용하며, 이 과정에서 문헌정보학 학위와 사서 등급이 필수 요건으로 작용한다. 교육과정은 학사·석사·박사 과정이 모두 개설되어 있으며, 북경대학교, 무한대학교, 남경대학, 절강대학 등이 대표적인 문헌정보학 명문으로 손꼽힌다. 이 외에도 도서관 업무에 필요한 정보기술 능력, 메타데이터 이해, 디지털화 기술 관련 연수가 국가 차원에서 제공되며, 자격 취득 후에도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현업에서의 전문성이 관리된다. 중국은 대규모 국가 체계답게 사서 자격제도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단계별로 승급 가능한 체계적 구조를 갖춘 점이 특징이다.
대만 – 교육 기반 자격 인정과 자율적 전문성 발전 중심
대만은 법적으로 사서 자격 자체를 명문화한 자격시험은 없지만,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채용에서 문헌정보학 전공자,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를 우대하는 교육 기반 자격 인정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대만 교육부는 전국의 국공립·사립 대학에 문헌정보학과, 정보학과, 기록관리학과 등을 설치해 사서 교육을 담당하게 하며, 이수 후에는 자격증명은 따로 없지만 전공 이수 사실 자체가 자격으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교육기관으로는 국립대만대학(NTU), 정치대학(NCCU), 문화대학교, 국립성공대학 등이 있으며, 이들 학교는 실습 중심, 디지털 아카이브 중심, 지역문화 연계형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대만은 다른 국가에 비해 ‘사서=공무원’이라는 구조가 강하지 않으며, 사서직이 ‘전문직’이자 ‘자율직’으로 인식되고 있어, 자격제도보다는 현장 역량, 연구 경력, 학술 발표 실적이 더 중요하게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로 도서관 채용 시 논문이나 프로젝트 수행 경험, 커뮤니티 활동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며, 도서관과 아카이브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가 선호된다. 최근에는 민간 출판사, 전시관, 문화 콘텐츠 기관에서도 정보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전공 이수’와 ‘현장 감각’의 결합이 자격의 실질적 조건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 영어 기반 국제적 사서 인력 양성의 중심지
싱가포르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도시국가답게, 사서 자격제도 또한 영미권 모델과 유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 도서관 기관은 국립도서관위원회(National Library Board, NLB)로, 공공도서관 인프라뿐 아니라 사서 양성과 고용까지 총괄한다. 싱가포르에는 별도의 국가공인 사서 자격시험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전문직 사서는 영미권 MLIS(Master of 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 학위 소지자, 혹은 NLB 인증 사내 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를 대상으로 채용된다. 대표적인 교육기관은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와 난양이공대학교(NTU)로, 이들은 정보관리, 기록학, 아카이브, 디지털 정보 분석 등 복합 정보과학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NLB는 자체적으로 ‘Library Professional Development Framework’를 운영하며, 입문 단계부터 관리자급까지 단계별 교육과 평가, 역량 개발을 설계해 두고 있다. 이 구조는 단순한 자격 획득이 아니라 역량 중심 커리어 개발에 가까우며, 영어로 운영되는 시스템 덕분에 해외 유학생이나 외국인 전문가에게도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공공도서관은 다양한 국적의 사서들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국제도서관협회(IFLA)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사서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격보다는 역량과 언어 능력, 프로젝트 경험을 중시하는 현대적 사서 채용 모델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각국 사서 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한국과의 비교 포인트
중국, 대만, 싱가포르의 사서 자격제도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과 함께 뚜렷한 차이점도 발견된다. 공통적으로는 모두 문헌정보학 또는 정보학 기반의 정규 교육이 핵심 자격 요건이라는 점이다. 자격증 시험보다는 교육 이수 기반 구조라는 점에서 자격의 접근성이 높고, 학위 취득과 커리큘럼 완성이 곧 자격 인정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중국은 강한 국가 통제와 등급 중심 승급 구조를 갖춘 반면, 대만은 자율성과 현장 중심의 유연한 구조, 싱가포르는 글로벌 역량 중심의 영어 기반 인재 양성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공공도서관 취업을 위한 정식 국가 자격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경력과 학위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시험형 자격도 가능하다. 반면 이 세 나라는 국가 시험형 자격은 없고, 교육기관과 현장 실무 중심으로 자격을 대체하는 구조다. 따라서 한국의 사서 자격은 ‘법적 자격 보유’ 중심이라면, 중국은 ‘공무원 체계 내 자격 등급제’, 대만은 ‘전공 인증 기반 자율적 전문성’, 싱가포르는 ‘국제적 학위 기반 역량 중심’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제도 차이뿐 아니라, 각국의 도서관 정책 철학, 정보 접근 환경, 문화 다양성에 따른 사서의 사회적 역할 차이까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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