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제도의 틀, 한국과 일본 사서제도의 출발점부터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도서관 문화 또한 일정 부분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서 자격제도를 바라보는 제도적 틀과 자격 부여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사서 자격은 「도서관법」에 따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자격 체계로, 1급 정사서, 2급 정사서, 준사서로 나뉘며 학위와 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국가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사서직 공무원 채용 시험, 공공도서관 채용 시에도 이 자격은 필수 조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은 「도서관법(図書館法)」 제5장에 따라 사서(司書), 사서보(司書補) 자격이 존재하며, 자격 자체가 면허나 시험을 통해 부여되기보다는 교육 이수 기반의 ‘자격 인정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일본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교육기관에서 사서 교과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이 ‘부여되는’ 방식이다. 일본은 국가 시험을 따로 보지 않고, 자격 요건만 충족되면 사서 자격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국가공인 자격제도이며 정규 교육 외에도 시험형 자격이나 경력 승급형 자격(1급 정사서 등)이 존재하여 경력 관리에 따른 수직적 구조가 더 뚜렷하다. 이처럼 두 나라는 제도적으로는 ‘이수’와 ‘공인’이라는 서로 다른 제도적 출발점을 가진다는 점이 본격적인 비교의 첫 번째 키포인트다.
사서 교육과정 구성의 차이, 학제와 실습 중심에서 차별화된다
한국에서는 사서 자격 취득을 위해 대학 문헌정보학과나 문헌정보학 전공과목을 21학점 이상 이수해야 하며, 이 경우 준사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정규 4년제 대학 졸업자는 2급 정사서, 대학원 석사 학위 과정은 1급 정사서 자격으로 연결되며, 관련 교육은 대부분 이론 과목과 정보기술 활용 능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또한 공공도서관 또는 학교도서관 등에서의 현장 실습(4주 이상)이 필수로 포함되어 실무 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사서 자격 취득은 대학의 사서 코스(司書課程)를 통해 이루어지며, 전공 상관 없이 누구나 해당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통신교육(통신制)을 통해 사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어, 시간이나 장소 제약 없이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이 교육부 승인 대학에서만 자격 이수가 가능한 데 비해, 일본은 공인된 통신 대학 과정만 이수해도 사서 자격이 주어지는 등 자격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실습에 있어서는 일본이 선택형 실습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한국에 비해 현장경험 비중이 다소 낮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두 나라는 모두 디지털 정보처리 능력과 정보서비스 기획 과목을 점점 강화하고 있으나, 한국은 자격 단계에 따라 체계적 훈련을, 일본은 접근성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교육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과정의 구조적 차이가 명확하다.
사서 자격 활용 및 취업 구조 – 한국은 공공직 중심, 일본은 민간 확산형
사서 자격의 활용 구조에 있어서도 한국과 일본은 접근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사서 자격이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기록관 등 공공 부문 채용 시 필수 요건이 되며, 특히 사서직 공무원 시험 응시 자격으로서의 기능이 강하다. 또한 초중고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사서교사(교원자격증 필요)와 기간제 사서직 역시 국가자격 소지자 우대가 명확하다. 반면 일본은 사서 자격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경우가 드물고, 도서관 채용 시 참고 자료로 활용되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닌 경우가 많다. 일본의 공공도서관은 지방자치단체 직영보다는 위탁 운영이 많아, 사서 자격이 없어도 채용되는 일이 많으며, 실제 현장에서 사서 자격자가 아닌 직원이 근무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러나 일본은 사서 자격을 민간 기업이나 출판사, 서점, 문화기획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자격의 범용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아카이브, 박물관, 지역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사서 자격자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자격증 소지자의 주된 진로가 아직도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중심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활용 분야가 상대적으로 좁다고 볼 수 있다. 사서 자격의 유연성과 민간 확장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일본이 활용 면에서는 더 폭넓은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사서 전문성 개발과 경력 관리 시스템, 제도화의 차이
자격 취득 이후의 경력 개발 및 전문성 강화에서도 양국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국은 한국사서교육원, 한국도서관협회, 국립중앙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서 재교육 프로그램과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1급 정사서 승급을 위한 재직 경력 요건과 포트폴리오 제출 기준이 명확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이처럼 자격의 유지와 상위 자격으로의 승급이 연결되는 구조 덕분에 경력 사서들의 전문성 강화가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일본은 사서 자격을 일단 획득하면 별도의 승급 제도나 유지 갱신 제도는 없으며, 대부분의 전문성 개발은 개인의 자발적 학습 또는 민간 연수 참여에 의해 이루어진다. 일본 도서관협회(JLA)는 정기적으로 연수와 세미나를 개최하나, 참여 여부는 선택사항이며, 공식적인 승급 자격 구조는 없다. 하지만 일본은 ‘지속적 직무 개발(CPD)’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 사서 자격자들이 정보학 대학원 진학, 박물관학, 교육정보학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전문화 경로를 자율적으로 설계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자격제도의 단계별 승급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대신, 자율적 경력 확장보다는 정해진 자격 체계 내에서 경력을 관리하는 구조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사서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그 방식과 경로 설정은 제도적 틀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화적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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