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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도서관 민주주의: 알고리즘 시대의 공공성 재구성

1.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시대, 정보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가21세기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인류의 정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오늘날 우리는 검색엔진, 추천시스템, 자동 분류 알고리즘이 선별해준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은 ‘보이지 않는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정보가 먼저 노출되고, 어떤 데이터가 뒤로 밀려나는가는 기술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 AI는 인간이 설계한 기준에 따라 작동하며, 그 기준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이런 환경에서 ‘정보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과거 도서관은 모든 이용자에게 동등한 접근 기회를 제공하며 지식의 평등을 실현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A..

사서 2025.11.08

디지털 냉전과 정보 격차: 새로운 시대의 도서관 윤리

1. 새로운 냉전의 등장: 데이터가 무기가 된 시대21세기 초, 세계는 다시금 냉전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핵무기나 군사력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중심에 선 ‘디지털 냉전(Digital Cold War)’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은 단순한 산업 전쟁이 아니라, 정보의 주권과 인식의 지배를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이제 정보는 물리적 국경을 넘어 즉각적으로 이동하며, 검색 알고리즘과 소셜미디어의 플랫폼 구조는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이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도서관은 다시금 ‘정보의 전장’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과거 냉전기에는 책과 인쇄물이 이념의 매개였다면, 오늘날에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

사서 2025.11.04

냉전 시대 도서관: 이데올로기 전쟁과 정보의 무기화

1. 정보의 냉전: 도서관이 전선이 되다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 체제에 돌입했다. 핵무기와 군사력뿐 아니라 사상과 정보, 문화의 영역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 시기 도서관은 단순히 지식을 보관하거나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전쟁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되었다.양 진영은 도서관을 통해 자신들의 체제를 정당화하고, 상대 진영의 이념을 견제하려 했다. 미국은 ‘자유세계의 정보 개방’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적 가치와 표현의 자유를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도서관을 활용했고, 반면 소련은 도서관을 사회주의적 사상 교육의 도구로 삼아 체제의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처럼 도서관은 냉전의 무형의 전장(戰場)이 되었으며, 책과 정보가 곧 무기이자 방패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사서 2025.10.27

제국주의 시대 도서관: 식민지에서의 지식 통제와 권력

1. 제국주의 확장과 도서관의 정치적 기능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제국주의 시대는 단순히 영토의 확장만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통제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권력 구조의 변화를 수반했다. 유럽 열강들은 식민지를 단순한 자원 공급지나 군사적 거점으로만 보지 않았고, 지식을 장악하는 것을 식민지 지배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제국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식민지 주민의 지적 활동을 관리·제한하는 권력 장치로 기능했다.도서관은 제국주의의 ‘문명화 사명(civilizing mission)’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관으로 활용되었다. 열강은 도서관 설립을 통해 서구적 지식을 전파하고, 식민지 사회에 서양 중심의 가치관을 주입하고자 했다. 그러나 ..

사서 2025.10.15

19세기 여성과 도서관: 지식 접근의 성별 불평등

1. 여성의 지적 활동을 둘러싼 제약의 시대19세기는 산업혁명과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교육과 지식 접근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시기였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지적 활동의 문이 좁게 열려 있었다. 당시 사회는 여성을 가정과 가사에 종속된 존재로 규정했고, 고등교육이나 학문적 활동은 남성의 특권으로 간주되었다. 도서관 역시 이러한 성별 불평등의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많은 도서관이 남성 중심의 회원제를 운영했으며, 여성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특정한 범주의 도서만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특히 대학 도서관이나 전문 학술 도서관은 여성들에게 거의 닫혀 있었고, 여성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남성 후견인의 허락이 필요했다. 여성 독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독서는 여성의 신체와 정신을 ..

사서 2025.10.03

산업혁명과 근대 도서관의 제도화

1. 산업혁명이 불러온 사회적 전환과 지식 수요의 폭발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화를 촉발한 사건 중 하나였다. 증기기관의 발명, 방직기와 제철 기술의 발전, 철도망의 확산 등은 생산 방식을 농업 중심에서 기계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일상생활, 거주 형태, 직업 구조가 전면적으로 변했다. 농촌에 머물던 인구는 도시로 이동하여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활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특히 산업혁명은 지식과 기술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기계 운용, 과학적 원리, 회계와 경영 지식 등 다양한 분야의 실용적 지식이 필요했고, 이는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서 생계와 직결되는 것이었다. 과거 ..

사서 2025.10.01

계몽주의 시대의 도서관과 시민 사회의 형성

1. 계몽의 빛과 도서관의 새로운 사명18세기 유럽을 흔든 계몽주의는 ‘이성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겠다는 거대한 지적 운동이었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이성을 통해 진리와 사회 정의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고, 시민들은 점점 더 지식을 통해 권력과 종교적 권위에 도전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은 단순한 책의 보관소를 넘어, 시민 사회의 기반을 다지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르네상스가 지식을 부활시켰다면, 계몽주의는 지식을 공유하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 도서관은 이제 귀족과 성직자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공적 공간으로 재편되었으며, ‘누구나 지식을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계몽주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제도였다. 이 시기의 도서관은 단순한 학문적 기관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사서 2025.09.29

중세 수도원 사서: 필사와 보존의 노동

1. 중세에서 근대로, 새로운 지식의 물결르네상스는 ‘재탄생’을 의미한다. 중세의 어둠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지식은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를 거치며 다시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사상과 문학, 과학이 재발견되면서 사람들은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의 인문주의로 전환해 갔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은 학문과 예술의 부흥을 가능케 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와 같은 도시의 도서관은 단순한 성서와 신학서의 보관소가 아니라, 고전 문헌과 새로운 학문의 집결지였다. 수도원에서 은밀히 보존되던 책들은 이제 도시 국가의 권력자, 학자, 상인, 예술가들에게 개방되기 시작했고, 지식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서관은..

사서 2025.09.26

중세 수도원 사서: 필사와 보존의 노동

1. 어둠 속에서 지식의 불씨를 지킨 수도원 도서관중세는 종종 ‘암흑의 시대’로 불린다. 로마 제국의 몰락 이후 유럽 전역은 전쟁, 정치적 혼란, 경제적 쇠퇴 속에 학문적 공백기를 맞이했다. 도시의 도서관은 사라지고,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과 과학, 문학은 소실의 위기에 놓였다. 이 시기에 지식을 지켜낸 마지막 보루는 바로 수도원이었다. 수도원은 단순한 종교적 수행 공간이 아니라, 학문과 기록을 이어가는 작은 요새였다. 수도원 내 ‘스크립토리움(Scriptorium)’이라 불리는 필사실에서 수도사들은 촛불과 햇빛에 의지해 고대의 문헌과 성서를 손으로 베껴 썼다. 이 노동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지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숭고한 사명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플라톤..

사서 2025.09.23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고대 사서들의 꿈

1. 인류 최초의 지식 집합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탄생고대 세계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상징이었다. 기원전 3세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세운 이 도서관은 지중해 세계의 모든 지식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당시 왕들은 알렉산드리아 항구에 들어오는 모든 배의 문서와 두루마리를 압수해 도서관에 복사본을 남기고 원본을 돌려보내는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지식 수집을 넘어 세계의 지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시도였다. 도서관에는 수십만 권의 두루마리가 보관되었으며, 철학, 과학, 의학, 문학 등 당대의 모든 학문이 모였다. 그러나 이 방대한 지식의 집적을 가능하게 한 숨은 주역은 다름 아닌 사서들이었다. 고대의 사서들은 단순히 문서를 보관하는 관..

사서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