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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 실태 보고서 해석과 도서관의 과제

hpsh2227 2025. 4. 27. 09:15

 

 

대한민국 독서실태, 숫자보다 중요한 ‘경향성’의 발견
문화체육관광부는 2년마다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독서 행태와 인식을 분석하고 있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간 종이책 평균 독서량은 4.1권, 전자책은 1.6권으로 확인되었으며, 청소년(13~19세)의 연간 독서량은 15.3권으로 나타났다. 숫자만 보면 ‘심각한 독서 인구 감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의 확산과 정보 소비 패턴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독서활동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많은 국민들이 뉴스, 블로그, 웹툰, 영상 기반 콘텐츠 등 텍스트 외적 자료로 지식을 흡수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연간 독서량의 감소를 위기 지표로만 해석하기보다는 ‘독서의 형태 변화’와 ‘지식 소비의 분화’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종이책 중심의 정독 습관이 줄어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깊이 있는 사고력과 집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독서환경 개선은 필수다. 특히 성인의 경우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시간 부족(57.1%)’, ‘다른 콘텐츠 이용(25.3%)’, ‘독서 습관 부족(9.8%)’ 등을 꼽았으며, 이는 도서관이 ‘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접근과 동기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독서 실태 보고서 해석과 도서관의 과제

 

 

 

세대별 독서 격차, 도서관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세대별 독서 습관의 뚜렷한 차이다. 청소년층은 여전히 학교와 학습과정 속에서 독서가 일정 수준 유지되지만, 20대 이후부터 독서량은 급격히 감소하며 40대~60대는 가장 낮은 독서율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나이 문제가 아니라, 생애주기와 정보 소비 방식 변화, 직장 문화, 여가 구조와 관련된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중년층 이상은 “독서는 좋지만 내 삶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을 보이며, 이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출하는 공간이 아닌 “삶의 흐름과 접속된 공간”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예컨대 직장인을 위한 퇴근 후 북클럽, 중장년층 대상 회고 독서 프로그램, 가족 세대 연계 독서 이벤트 등 생활시간과 공감 요소를 연결하는 큐레이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청소년층에 대해서도 단순한 독서 권장 캠페인보다 자기표현형 독서(예: 독서 필사, 그림책 만들기, 독후 영상 제작)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주도적으로 읽고, 해석하고, 창작하는 활동을 중심에 둘 때, 독서는 ‘공부’가 아닌 ‘자기화된 사고’로 변할 수 있다. 결국 도서관은 이용자의 연령과 환경을 고려한 차등적 독서 콘텐츠 설계자가 되어야 하며, 물리적 공간보다 경험 중심의 서비스 강화가 핵심 과제가 된다.

 

 

 

독서의 양극화, 독서권 보장으로 해석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대한민국의 독서 실태를 보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계속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점점 더 읽지 않는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일반 독서율(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전체 성인의 47.5%에 그쳤으며,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처럼 독서 양극화 현상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환경과 기회, 습관의 격차에서 기인하는 사회 문제로 해석해야 하며, 이는 ‘독서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독서권이란 모든 사람이 나이, 직업, 경제 상태와 무관하게 독서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받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문화복지의 개념을 넘어 인권 차원의 정보 접근권과 연결된다. 이를 위해 도서관은 단순한 대출 위주의 시스템을 넘어 ‘찾아가는 독서 서비스’, ‘온라인 큐레이션’, ‘청각·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및 점자자료’, ‘다문화 언어 도서관 확장’ 등 포용적 서비스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독서 지도사가 부족한 지역, 독서문화기반이 취약한 저소득층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도서관 연계 독서코치제도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서는 단지 문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고,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 행위이므로, 도서관은 그 연결의 첫 관문으로서 정보의 민주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독서문화 조성, 도서관의 구조적 전환이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독서 실태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기적 캠페인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도서관의 구조적 전환이다. 이제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열람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정보 큐레이션, 창작 활동 지원, 지역문화 허브, 평생학습 거점으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용자 중심의 UX 디자인, 키워드 중심 서가 구성,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 추천 시스템, 오픈 데이터 공유 플랫폼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보 서비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며, 특히 모바일 기반 접근성과 실시간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예컨대 ‘나의 하루 10분 독서 분석’, ‘AI 북메이트 추천’, ‘생활 주기별 독서 콘텐츠 큐레이션’ 등은 실제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도서관과 접속하게 만드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 도서관이 소극적인 행정 기관이 아닌 ‘생활 중심 문화 창작소’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의 연계, 학교와의 협업, 작가와의 네트워크 구축도 강화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독서문화는 도서관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시민이 도서관을 신뢰하고, 반복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경험 기반 플랫폼’으로 변화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1년에 한 권 읽는 독자도, 한 달에 10권 읽는 독자도, 모두가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구축해야 하며, 이는 우리 사회가 문화적 건강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독서의 미래는 책이 아니라 사람과 연결된 책의 경험 안에 있으며, 도서관은 그 연결을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공공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