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독서 프로그램, 왜 특별한 전략이 필요한가
청소년기는 사고력과 감수성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며, 이때의 독서 경험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평생 학습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의 기초를 다진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청소년의 주요 소통 수단이 된 지금, 기존의 '읽기 권장' 중심 프로그램만으로는 이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 어렵다.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책을 읽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 스스로가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또래와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 프로그램의 목표를 ‘책 읽기’가 아니라 ‘책을 통한 자기 발견과 세계와의 연결’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된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참여자의 주체성 강화, 토론과 창작 활동의 결합, 다양한 매체와의 융합이라는 전략이 적용되어 있었다. 청소년의 특성과 사회 환경 변화를 고려한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히 독서량 증가를 넘어 청소년의 삶 속에 독서를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지역 사회 독서문화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1. 부산시립도서관 ‘북틴즈(BookTeens)’ 프로그램
부산시립도서관이 운영하는 ‘북틴즈(BookTeens)’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독서 프로그램으로, 단순 독서 권장을 넘어 청소년 주도의 독서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직접 책을 선정하고, 읽고, 토론하고, 북큐레이션까지 기획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프로그램 운영 초기부터 청소년 참여자를 ‘수동적 독자’가 아닌 ‘능동적 기획자’로 포지셔닝 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한 해 동안 주제를 정하고, 추천 도서목록을 구성하며, 각종 독서 캠페인과 전시를 직접 기획·운영한다. 이러한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외부 강요가 아닌 내부 동기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북틴즈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독서량 증가뿐 아니라, 리더십, 문제해결능력, 팀워크 등 다양한 사회적 역량도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부산시립도서관은 북틴즈를 통해 청소년 전용 독서문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청소년 독서네트워크, 북큐레이션 페스티벌 등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해 전국적 모범 사례로 자리잡았다.
2. 서울시교육청 ‘한 책 하나 되는 서울’ 청소년 부문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한 책 하나 되는 서울’ 프로젝트는 서울시민이 함께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대규모 독서 프로젝트로, 청소년 부문에서는 학교 도서관과 지역 공공도서관을 연계하여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사서,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협력하여 독서동아리 조직, 온라인 토론회, 책을 주제로 한 영상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한다. 특히 2022~2023년 프로그램에서는 ‘리버스 북토크’, ‘책 기반 웹툰 제작’, ‘도서 기반 사회 캠페인 제안’ 등 창의적 결과물 제작 중심 활동을 강화하면서 참여 청소년들의 적극성과 지속성을 높였다. 독서에 머무르지 않고, 책의 주제를 자기화하여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험은 청소년에게 책을 '읽는 것' 이상의 의미로 인식하게 했다. 프로그램 참가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80% 이상이 "독서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고 답했으며, 프로그램 이후에도 독서 동아리를 스스로 지속하는 학교가 늘어났다. 이는 독서 경험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청소년 공동체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한 성과라 평가할 수 있다.
3. 경기도 용인시 ‘Y-Bookers’ 청소년 독서토론단
경기도 용인시 도서관은 청소년 독서 활성화를 위해 ‘Y-Bookers’라는 이름의 독서토론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통해 선발된 중·고등학생들이 1년 동안 일정 주제 아래 다양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구조로, 특징은 심화 독서+다중 시각 토론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감상문을 쓰거나 독후감을 발표하는 수준을 넘어, 한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사회, 경제, 문화, 철학 등)으로 분석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을 중심에 두었다. Y-Bookers는 매월 주제도서를 읽고 모임을 가지며, 연 2회는 심화 워크숍과 외부 전문가 초청 강연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더한다. 참가자들은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표현력, 협업 능력을 키웠으며, 무엇보다 독서를 수동적 활동이 아닌 적극적 사고활동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용인시 청소년 도서관 이용률을 상승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했으며, 일부 참가자는 이후 대학 진학 시에도 독서와 토론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활용하는 등 실질적 경력으로 발전시켰다.
4. 대구 수성구립도서관 ‘북꿈’ 청소년 독서창작 프로그램
대구 수성구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북꿈(Book꿈)’ 프로그램은 독서와 창작을 결합한 혁신형 청소년 프로그램이다. 참가 청소년들은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글, 그림, 영상 등 다양한 창작물로 표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최종 결과물은 도서관 전시, 온라인 갤러리, 북페어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개된다. 북꿈 프로그램은 특히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청소년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여, 단순 감상문 작성이 아닌 다양한 매체로 스토리를 재해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그림책을 직접 제작하거나, 독서 감상을 기반으로 짧은 영화를 제작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보내는 경험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북꿈 참여 이후 청소년들의 도서관 재방문율이 상승했고, 자발적인 독서동아리 결성으로 이어지는 등 지속적 독서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의 미래, 성공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상의 사례를 종합하면, 청소년 대상 독서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공통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청소년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기획할 수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의 보장이 필요하다. 둘째, 독서를 ‘읽고 끝나는 활동’이 아니라, 생각하고 표현하고 연결하는 다단계 경험으로 확장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아우르는 복합적 활동 설계를 통해 청소년의 다양한 흥미와 재능을 수용해야 한다. 넷째, 프로그램 자체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지속 가능한 독서공동체 기반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독서는 결코 과거의 문화가 아니다. 청소년이 자기 이야기, 세상과의 대화를 꿈꿀 수 있도록 독서 경험을 설계한다면, 책은 여전히 그 꿈을 이루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성공적인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들이 전국 각지에서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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