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 감상문 시대의 도래
요즘 인터넷과 교육 현장에서는 AI가 작성한 독서 감상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정 책 제목과 간단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몇 초 안에 문법적 오류 없이 정돈된 글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학부모들은 숙제를 도와주는 수단으로, 학생들은 과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교사들조차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AI 감상문을 참고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흐름은 독서 감상문이 단순한 ‘결과물’로만 여겨지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과연 감상문이 기계가 대신 써줄 수 있는 유형의 글일까? 감상문은 단순한 정보 요약이나 줄거리 나열이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의 사유와 감정, 경험을 담은 글이어야 한다. AI가 만든 글이 아무리 매끄럽고 지적으로 보여도, 거기에는 인간 고유의 삶의 흔적과 감정의 결이 결여되어 있다.
2. 감상문은 ‘감상’의 기록이어야 한다
감상문은 단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기록한 문서다. AI가 만들어내는 감상문은 외형적으로 완성도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된 문장들의 조합일 뿐이다. 독서의 진짜 가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적 울림과 질문, 그리고 삶에 적용하려는 시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이에게는 한 줄의 문장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작가의 고뇌가 자신의 아픔을 위로하는 손길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감정의 깊이는 AI가 모방할 수 없다. AI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유사한 감상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것이 진짜 ‘감상’이라 부를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감상문은 철저히 주관적이며, 그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고유한 경험의 증거다.
3. 진짜 독서는 관계를 만든다
독서는 문자와 정보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시간과 공간을 연결짓는 행위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사상가와 대화를 나누고,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삶을 체험하며, 저자의 고백에 공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 AI는 그저 문장을 보여줄 뿐, 책을 통해 독자가 느끼는 공감과 깨달음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린 왕자』를 읽으며 많은 이들이 순수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듯, 독서는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연결의 과정이다. 이런 정서적 관계는 독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사고방식과 가치관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진짜 독서는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삶의 렌즈로 해석하며 다시 재구성하는 창조적 활동이며, 이는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4. 교육 현장에서의 위기와 기회
AI 감상문이 교육 현장에서 빈번히 사용되면서, 독서교육의 방향성과 목적이 위협받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책을 실제로 읽지 않고도 AI를 통해 감상문을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 읽기의 진정성’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특히 글쓰기 실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이는 곧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위기는 새로운 교육적 기회로도 전환될 수 있다. 예컨대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형화된 줄거리 요약 대신,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게 하는 활동을 통해 감상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칠 수 있다. 또한, 토론식 독서 활동이나 감정 중심 글쓰기를 통해 감상문이 다시 ‘개인적 경험의 공유’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든다면, AI 시대에도 인간 중심의 독서교육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5. AI 시대, 독서의 가치를 지키는 법
AI가 감상문을 대신 써주는 시대에 독서의 가치는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독서란 더 이상 결과물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사적인 시간’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거나 웃으며, 머릿속에 질문이 남는 그 순간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진짜 보상이다. AI는 이 모든 경험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체화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 즉 인간의 감성, 해석,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독서를 더욱 중요시해야 한다. 감상문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드러내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한 조각을 표현하는 글이어야 한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감상문의 형식보다는 그 안의 진정성에 집중해야 한다. AI가 등장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인간만의 독서’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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