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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이 책을 추천하는 시대, 사서는 무엇을 추천해야 할까?

hpsh2227 2025. 7. 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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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화된 추천 시스템의 일상화

AI 기반 챗봇과 추천 알고리즘은 이제 도서관뿐 아니라 온라인 서점, 전자책 플랫폼, 심지어 검색 포털에서도 흔하게 사용된다.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 몇 개로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고, 지난 독서 이력을 분석해 다음 책을 자동으로 큐레이션해주는 기능은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자동화된 추천이 독자의 진짜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을까? 알고리즘은 언제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기 때문에, 독자의 사고 확장을 위한 ‘우연한 만남’이나 취향의 경계 밖에서의 발견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 지점에서, 사서의 추천은 여전히 중요한 차별성을 지닌다.

 

 

2. 사서 추천의 본질: 관계 기반 큐레이션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에 빠르게 응답할 수 있지만, ‘왜 그 책을 읽고 싶은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긴 어렵다. 반면, 사서는 단순히 책 목록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현재 상황, 감정 상태, 지적 욕구, 장기적인 독서 취향 등을 파악한 후 책을 ‘선택’하는 존재이다. 예컨대 시험에 지친 청소년에게는 위로가 되는 에세이를, 육아 중인 부모에게는 실용적인 양육서를, 관계에 고민이 많은 성인에게는 문학작품 속 인물의 삶을 제안할 수 있다. 사서의 추천은 정보 전달 그 자체보다 ‘공감’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독서 이후의 성장과 연결되도록 설계된다.

 

챗봇이 책을 추천하는 시대, 사서는 무엇을 추천해야 할까?

 

3. 사서는 무엇을 추천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챗봇이 기술적으로 우세한 시대에 사서는 어떤 역할을 중심에 두고 무엇을 추천해야 할까? 단지 책의 제목이나 출판정보가 아니라 ‘의미’를 추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독자가 흘려버릴 수 있는 소중한 문장을 발굴해주고, 시대적 이슈나 지역사회와 연결된 독서를 설계하는 일은 사서의 고유한 영역이다. 또한 단순 독서 추천을 넘어 영상, 기사, 전시, 강연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엮어주는 멀티미디어 큐레이터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즉, 사서는 이제 책을 넘어 ‘지식의 맥락’을 연결해주는 큐레이션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4. 사서 추천의 미래: 기술과 감성의 공존

사서가 챗봇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두 존재는 상호보완적이다. 반복적인 정보 제공이나 기본적인 분류는 챗봇이 담당하고, 인간 사서는 그 위에 감성적 해석과 창의적 연결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도서관에서는 AI 추천 시스템과 사서 추천을 병행 운영하며, 둘을 비교해보는 전시나 프로그램도 시도되고 있다. 독자들은 점점 더 ‘누가 추천했는가’에 관심을 가지며,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의 손길이 닿은 추천에서 따뜻함과 신뢰를 느낀다. 사서는 앞으로도 여전히 ‘책 너머의 세계’를 독자에게 건네는 안내자로서 존재할 것이다.

 

 

5. 챗봇 시대에 더욱 빛나는 사서의 전문성

AI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경험과 직관, 그리고 지역성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는 기계가 쉽게 대체할 수 없다. 특히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학습, 교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에, 그 중심에 있는 사서는 여전히 필수적인 존재다. 예를 들어,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책이나 소외된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은 알고리즘의 인기도 기반 추천 목록에서 배제되기 쉽지만, 사서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명해 줄 수 있다. 또한, 사서는 특정 이용자의 삶의 전환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민감하게 감지해 맞춤형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챗봇이 실시간 대응력을 지녔다면, 사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깊이 있는 지적 동반자로 남는다. 결국 사서의 추천은 인간 중심 정보 서비스의 본질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