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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와 도서관의 글로벌 네트워크 사례

hpsh2227 2025. 4. 23. 21:39

지식의 경계를 허물다, 유네스코와 도서관이 만드는 글로벌 지식 공동체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하고 연결되어 가고 있으며, 그 속에서 지식과 정보의 평등한 접근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연합 산하의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는 도서관과 아카이브, 지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유네스코는 단순히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지식 자원의 공유, 정보 격차 해소, 디지털 접근성 향상, 다문화 이해 증진 등 도서관이 수행할 수 있는 공공성과 교육적 기능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유네스코는 수십 개 국가의 도서관, 정보기관, 학술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가 간 경계를 넘는 도서관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단순한 자료 교류를 넘어, 도서관을 통한 평화 교육, 문해력 증진,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 언어 다양성 보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으며, 각국의 도서관이 유네스코의 목표를 실현하는 실질적 거점이 되고 있다. 도서관은 이제 더 이상 한 도시의 지식 창고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민 교육의 거점으로서, 전 세계 사람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지식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와 도서관의 글로벌 네트워크 사례

 

 

세계기록유산과 도서관의 협력, 기억을 지키는 글로벌 연대
유네스코와 도서관의 가장 대표적인 협력 사례 중 하나는 바로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프로그램이다. 1992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인류의 중요한 문서, 필사본, 고문헌, 시청각 자료 등 아날로그 및 디지털 기록물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인류의 집단적 기억을 보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유네스코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도서관, 박물관, 아카이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각국의 국립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이 지역의 기록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경우 조선왕조실록훈민정음 해례본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이 자료들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가기록원이 중심이 되어 관리된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국립도서관은 체 게바라의 수기 원본을 비롯한 중요한 정치사 문서를 보관하며,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이를 디지털화하고 세계에 공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와 기억을 지키는 정체성의 보루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국가 간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문화 연대의 실질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IFLA와의 협력, 도서관을 통한 정보 평등 실현
유네스코는 전 세계 도서관의 발전과 권리를 옹호하는 국제도서관연맹인 IFLA(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IFLA는 전 세계 150개국 이상의 도서관과 관련 기관들이 소속된 국제조직으로, 유네스코와 함께 도서관의 접근성과 공공성 강화, 정보 인권 보장,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제안을 공동으로 발표해 왔다. 특히 양 기관은 '모두를 위한 정보 접근(Access to Information for All)' 캠페인을 통해 정보 접근권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간주하고, 이에 기반한 도서관 정책을 국가별로 확산시키기 위해 힘써왔다. 이들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공공 정보의 민주적 접근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 중심 정보체계가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내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유네스코는 각국 정부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도서관 IT 인프라 확대, 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도서관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변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IFLA와 유네스코의 협력은 결국 도서관을 통해 지식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글로벌 비전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과정인 것이다.

 

 

 

지역 사회와 연결된 유네스코 도서관 프로젝트, 지속가능한 문화 실천의 현장
도서관과 유네스코의 협력은 대형 기관 간의 교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국가의 지역 도서관들 또한 유네스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에 맞춰 지역사회와 연결된 작은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케냐의 마차코스 도서관은 유네스코의 지원 아래 여성과 아동을 위한 문해력 향상 워크숍을 운영하며, 문자 교육을 통해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의 한 공공도서관은 유네스코의 환경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녹색 독서실(Green Reading Room)’을 조성하고, 친환경 주거, 기후위기 대응책 등 지속가능한 삶에 관한 책들을 지역 주민과 공유한다. 이밖에도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에 지정된 도시들이 자체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문학과 도시 브랜드, 도서관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창의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부산이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부산시립도서관과 영상도서관이 함께 협력하여 영화 관련 전문자료 큐레이션, 영화북클럽, 청소년 영화비평교실 등 융합 콘텐츠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유네스코는 도서관이 지역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문화적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도서관은 그 과정에서 사람과 지식, 그리고 지역의 가치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도서관은 연결이다, 유네스코와 함께하는 지식의 미래
결국 유네스코와 도서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글로벌 네트워크는 단순한 자료 교류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세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식의 연결망이라 할 수 있다. 도서관이 정보와 지식의 관문이라는 전통적 정의를 넘어서, 이제는 시민의 권리를 실현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며, 기술과 예술, 공동체가 공존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의 목표는 단순한 지식의 보급이 아니라, ‘지식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파트너가 바로 도서관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메타버스, 디지털 아카이브 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도서관의 형태도 점점 변화하겠지만, 그 본질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도서관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며, 문화 간 이해를 증진시키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금, 유네스코와의 협력은 도서관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발판이 되고 있다. 우리는 도서관을 통해 세계를 만나고, 유네스코를 통해 지식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다. 그 거대한 흐름 안에서 우리도 독자로서, 이용자로서, 또 창조적인 참여자로서 함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