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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hpsh2227 2025. 7. 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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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고리즘과 도서관: 추천 시스템의 그림자

오늘날 도서관은 전통적인 정보 보관소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된 데이터 기반 지식 서비스 기관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추천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이용자의 대출 이력, 검색 기록, 관심 분야 등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콘텐츠나 도서를 추천하는 시스템은 도서관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이용자는 더 적은 노력으로 더 관련성 높은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도서관은 방대한 자료 속에서 큐레이션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도우미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편리한 시스템 뒤에는 ‘알고리즘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자리합니다. 알고리즘은 수많은 선택 중 일부만을 보여주고, 보이지 않는 자료들은 점점 ‘가시성’에서 밀려납니다. 다양한 관점을 지닌 책들이나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자료들이 추천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도서관이 추구하는 ‘정보의 평등한 접근’이라는 가치는, 알고리즘 설계 방식에 따라 침해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2. 데이터의 힘과 편향: 누구의 정보를 기준으로 삼는가

AI 알고리즘은 데이터 위에서 움직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훈련되었는지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특정 지역이나 계층, 연령대의 이용자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된 알고리즘은 해당 집단의 선호나 습관만을 반영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이용자의 정보 탐색 욕구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특정 취향 중심의 정보 제공만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알고리즘이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정보 편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도서관이 AI를 도입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모든 이용자의 정보 접근을 돕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AI에 공급되는 데이터가 특정 이용자군에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성과 노인, 장애인, 다문화 이용자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되었던 데이터를 포함시켜야 하며, 도서관 이용 이력이 없는 시민들의 정보 접근 권리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AI는 포괄적인 데이터로 설계되어야지, 특정 집단의 반영된 선호만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3. AI 추천 서비스와 도서관 윤리의 충돌

도서관은 오랫동안 중립성과 다양성, 비차별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AI 기반의 추천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효율성과 정확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도서관의 윤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룬 책이 이용자에게 잘 추천되지 않거나, 검색 결과에서 뒤로 밀려나는 현상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윤리적 문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AI는 데이터를 해석할 뿐 도서관의 철학을 내재화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충돌을 방지하려면,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도서관 내부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기술회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영향력을 분석하고, 필요한 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AI 추천 시스템이 단일한 결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함께 제시하는 ‘다양성 중심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용자가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 도서관의 중립성과 자기주도적 정보 접근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4. 인간 중심의 AI 활용: 기술이 아닌 가치가 기준이어야 한다

도서관에서의 AI 활용은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핵심은 이 도구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가에 있습니다. 공공 도서관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민주적 공간이어야 하며, 그 공간에 기술이 들어오는 순간에도 변하지 않아야 할 가치는 ‘인간 중심’입니다. AI가 도서관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공평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알고리즘의 설계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과 함께 검토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둘째, AI 시스템이 편향되었거나 비윤리적인 작동을 할 경우 이를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책임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AI가 인간 사서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도서관의 중심은 언제나 ‘이용자’이며, AI는 그들을 더욱 자유롭고 깊이 있는 정보 탐색으로 이끄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기술 철학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도서관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문제입니다. 도서관이 AI를 도입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어야 하며, 소외되지 않는 정보 접근을 위한 균형 잡힌 알고리즘 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술이 아니라 가치가 도서관의 나침반이 되어야 하는 이유, 바로 그것이 우리가 AI 시대에 다시 묻고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도서관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