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관도 ‘소비’를 줄여야 한다: 용품의 지속 가능성 재고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공공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공간이지만,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소모성 물품을 꾸준히 소비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대출용 포장봉투, 책커버, 자료 분류 스티커, 이용자용 필기구와 안내 리플릿 등 소재 자체가 일회용 중심으로 설계된 용품들이 많아 그만큼 폐기물 발생과 자원 낭비 문제를 야기해 왔다. 특히 이용자 수가 많은 대형 도서관일수록 이러한 용품 소비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종이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혼합되어 배출되는 구조는 재활용의 효율성까지 저하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도서관 운영의 전반에 걸쳐 ‘소비되는 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재생 가능한 자원, 생분해성 소재, 다회용 순환 시스템을 적용한 도서관 용품들이 있다. 단순히 ‘재활용 가능한 것’을 넘어 처음부터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자원 활용 방식, 즉 지속 가능한 자재와 제품 철학이 도서관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도서관이 친환경을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 손에 잡히는 도구 하나하나까지 생태적 책임을 고민하는 전환의 시기에 있다.
2. 종이봉투에서 다회용 가방으로: 순환적 이용 구조 실험
가장 대표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도서관 대출용 포장봉투의 다회용 가방 전환이다. 과거에는 종이나 비닐로 제작된 일회용 대출봉투를 무상 또는 유상으로 제공해왔으나, 이들 대부분은 이용자가 귀가한 즉시 폐기하는 용도로 쓰이며 수천 장 단위의 낭비가 일상적으로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공공도서관은 면 소재, 폴리에스터 재생섬유, 타이벡(Tyvek) 등으로 제작된 다회용 대출가방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구립도서관은 2022년부터 ‘도서관 전용 다회용 가방 대여 시스템’을 도입해, 1회 대출 시 가방을 함께 대여하고 도서 반납 시 가방도 함께 회수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방은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제작되었으며, 세탁과 소독 후 재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최대 30회 이상 순환 사용이 가능하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초기에는 낯설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친환경적 실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발적인 참여율이 높아졌고, 1년간 약 1만 장 이상의 일회용 포장재 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일부 도서관은 지역 장애인 복지센터, 여성일자리 기관과 협업해 친환경 가방 제작을 지역 고용과도 연계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3. 옥수수 전분 필름으로 만든 생분해 책커버
도서 보호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비닐 책커버 역시 중요한 친환경 과제 중 하나다. 기존의 PVC 또는 PE 기반 책커버는 유연성과 투명성은 뛰어나지만 자연분해가 불가능하고, 소각 시 유해물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PLA(Poly Lactic Acid, 폴리젖산) 기반의 생분해성 필름을 활용한 책커버가 주목받고 있다. 이 소재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성 자원에서 추출된 원료로 생산되며, 일정 조건에서 수개월 내 자연 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도 모 시립도서관은 2023년부터 신간 도서 및 어린이 자료에 PLA 책커버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외형상 기존 비닐과 거의 유사하지만, 손으로 잡았을 때 약간의 차가운 느낌과 더불어 유연성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큰 장점은 처리 후 생분해가 가능하여 폐기물 처리 비용이 줄고, 장기적으로는 환경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물론 가격은 일반 비닐보다 약 1.5~2배 정도 높지만, 도서관 측은 “환경비용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에는 지역 내 기업과 협력하여 PLA 커버를 직접 생산하거나, 탄소저감 인증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정책 도입도 검토 중이다.
4. 도서관 소모품 전반에 걸친 친환경 전환 실험
포장재나 책커버 외에도, 도서관에서는 수많은 소모품들이 일상적으로 소비되며 폐기되고 있다. 안내 리플릿, 연체 알림장, 행사 포스터, 책갈피 등은 대부분 종이로 제작되지만, 잉크, 코팅 처리, 점착제 등으로 인해 실제 재활용률은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도서관에서는 식물성 잉크를 사용하거나 재생지 100% 인쇄물로 대체, 또는 QR코드 중심의 비인쇄 디지털 안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자료 분류용 스티커나 인덱스 테이프 역시 무독성 접착제와 재생지 기반 제품으로 전환하거나, 가급적 라벨 인쇄 자체를 줄이는 구조로 서가 정리 방식을 재설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도서관은 내부적으로 ‘제로 폐기물 실천주간’을 운영하며, 그 주간에는 모든 프린트를 중단하고 전자화면을 활용한 안내만을 제공하기도 했다. 도서관 사서들이 주도적으로 친환경 용품 전환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구조도 형성되고 있어, 단순한 관리 수준이 아닌 ‘친환경 문화 실천 기관’으로의 역할 정체성 강화가 진행되고 있다.
5. 지속 가능한 도서관을 위한 주민과의 연결 고리
이와 같은 도서관의 친환경 실천은 단순히 내부 관리 개선에 머물러서는 충분하지 않다. 주민과 이용자들이 이 변화를 인식하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참여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회용 가방 반납 유도, 생분해 커버에 대한 이해 증진, 재생지 리플릿 사용 캠페인 등은 이용자와의 지속적 소통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일부 도서관은 친환경 용품에 대한 표기와 설명을 명시하고, ‘이 책은 PLA 커버를 사용합니다’라는 문구를 부착하는 등 적극적인 정보 제공과 실천 유도를 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환경단체, 친환경 제품 생산업체, 사회적 기업 등과 연계하여 공동 워크숍, 체험 부스, 재사용품 제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함으로써 주민 참여형 친환경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도서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실천은 단기적으로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성과 지역 사회에서의 지속 가능성 영향력을 강화하는 길이 된다. 재생 가능한 자원을 도서관 용품에 적용하는 일은 단지 소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 세상과 맺는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문화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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