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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탄소 발자국 줄이기: 실천 가능한 전략들

hpsh2227 2025. 6. 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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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공기관으로서 도서관의 탄소 감축 책무

기후변화 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탄소 중립(Net Zero)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서관과 같은 공공문화시설도 더 이상 탄소 배출의 사각지대에 머물 수 없다. 도서관은 비록 공장에서처럼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진 않지만, 건물 운영, 자료 관리, 직원·이용자의 이동, 각종 물류와 행정 운영을 통해 간접적인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꾸준히 생성한다. 특히 디지털 이용자의 증가와 공간의 복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최근의 흐름을 고려하면, 도서관도 명확한 기후책임 주체로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도서관 운영 방식은 수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며, 대면 중심의 근무·이용 구조와 종이 중심 행정 시스템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운영 구조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서관은 탄소 감축 목표를 내재화한 전략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특히 공공 도서관은 지역사회 지속 가능성 증진의 플랫폼이 되어야 하며,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천 가능한 전략을 통해 친환경 운영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의 탄소 발자국 줄이기: 실천 가능한 전략들

 

2. 출퇴근과 방문 이동 감축: 교통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절감

도서관과 관련된 이동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직원의 출퇴근, 다른 하나는 이용자의 방문이다. 이 두 가지는 도서관의 직접적인 기능 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외곽에 위치한 도서관, 주차장이 넓은 도서관일수록 자차 이용 비율이 높아져 교통 부문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서와 직원의 출퇴근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하며, 가능한 경우 원격 근무제와 유연근무제의 병행 운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서 중 일부는 메타데이터 관리나 온라인 정보서비스 같은 업무를 재택에서 수행할 수 있다. 또 도서관의 출근 시간을 분산시켜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대중교통 연계성을 강화하거나 자전거 이용 인프라를 확충하면 물리적 이동에 의한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도 단순 방문 중심의 서비스보다는 디지털 자료, 온라인 강좌, 원격 상담, 택배 대출 서비스 등 ‘이동하지 않고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을 확대함으로써 전체 방문수를 줄이고 그에 따른 교통 관련 탄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지역 커뮤니티에 ‘이동형 도서관 버스’ 대신 드론 소규모 배달 시스템까지 시도하고 있어, 향후 도서관 이용의 공간적 개념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3. 디지털 전환을 통한 행정 및 서비스의 탈탄소화

도서관은 본질적으로 정보의 저장과 전달을 핵심 기능으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매우 효과적인 탄소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행정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은 종이 사용을 크게 줄이고, 문서 발송이나 오프라인 회의 등의 부대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내부 보고 문서, 회의록, 공지사항, 출입 관리 등 사내 행정은 모두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자료 기증이나 열람 신청도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접수하면 절차 단순화와 탄소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도서관 서비스 자체의 디지털화도 탄소 절감 효과가 크다. 전자책, 오디오북, 스트리밍 콘텐츠, AI 기반 큐레이션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 수송·보관·인쇄 등의 물리적 자원을 줄이고 이용자의 이동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간접 탄소 감축 효과가 뛰어나다. 물론 클라우드 서버 운영 자체에도 전력이 소비되며, 디지털 서비스 역시 ‘보이지 않는 배출원’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전통적 자료 대출 대비 전체적인 탄소 발생은 현저히 낮고, 특히 장거리 대출 요청이나 희귀 자료 제공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디지털 방식이 환경적·경제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4. 지역 기반 물류 연계로 탄소 저감의 실효성 높이기

도서관 운영의 또 다른 주요 탄소 배출원은 자료의 이동, 즉 물류 시스템이다. 특히 다관 도서관 체계를 운영하거나, 지역 간 상호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물류 트럭 운행이 잦아지면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제안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역 물류망과의 통합 운영 전략이다. 예를 들어, 지역 내 배송 업체, 행정기관, 공공센터 등과 협력해 자료 배송을 공동화하거나 탄소 저감형 이동수단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도서관 간 자료 수송을 전기차 기반으로 전환하거나, 근거리 지역에는 도보·자전거·드론 등을 이용해 친환경 배송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상호대차 자료의 집중 출고·회수 요일을 설정해 배송 횟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운영 기법도 주목받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디지털 원본+물리적 분산’ 구조를 강화해, 도서관 간 자료 이동 자체를 최소화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전국 통합 메타데이터 체계, 공유 인프라 플랫폼,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 등이 연계되어야 하며, 단순한 탄소 절감 그 이상으로 정보 접근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5. 지속 가능한 도서관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와 이용자 참여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전략은 결국 도서관의 운영 시스템 전반을 재구성하는 일이며, 이는 단지 건물 설계나 행정 기술의 변화로는 완결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서, 행정직원, 이용자가 모두 탄소 감축의 당사자라는 인식의 공유다. 예를 들어, 이용자에게 대출 자료 반납 시기 알림을 자동화해 불필요한 방문을 줄이거나, 다회용 책가방 사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자율적인 친환경 행동 지침을 실천하고, 도서관은 이에 대해 긍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탄소 감축 전략은 도서관 내부 운영에 그치지 않고, 교육 콘텐츠와 프로그램에도 반영될 수 있다. 환경 관련 독서 프로그램, 탄소중립 실천 교실, 지역 친환경 단체와의 협력 전시 등은 지역 커뮤니티가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는 도서관의 또 다른 사명이다. 탄소 감축은 기술이 아닌 문화와 제도의 문제이며, 도서관이 그 중심에서 행동하고 선도할 때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가 가능하다. 공공도서관은 단순한 자료의 저장소가 아닌,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끄는 시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