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관, 일회용품과 결별을 선언하다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운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공공기관으로서의 도서관 역시 일회용품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은 비교적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실제 운영을 들여다보면 카페에서 제공되는 종이컵, 행사 후 쌓여가는 포스터, 리플릿, 안내문 등 수많은 일회용품이 무심코 소비되어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위생을 이유로 더 많은 일회용품 사용이 정당화되었고, 소독용 종이타월이나 개별 포장물까지 더해져 도서관이 배출하는 쓰레기 양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도서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도서관’을 지향하는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은 단순히 친환경 용품으로 대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회용의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코 **‘이용자 반응’**이다. 사서들이 아무리 친환경 전략을 세워도, 그것이 이용자들의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단기 캠페인에 그칠 뿐이며 오히려 불편하다는 인식만 확산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도서관의 일회용품 줄이기 실험은 기술적 변화나 물리적 차단뿐 아니라, 이용자 인식 전환을 병행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 텀블러 권장, 종이컵은 이제 안녕
가장 보편적인 일회용품 중 하나는 단연 도서관 내 북카페나 휴게 공간에서 제공되는 종이컵이다. 방문자의 회전율이 높은 도서관일수록 하루 수백 개의 종이컵이 쓰이고 버려진다. 이에 따라 몇몇 도서관은 카페 내 종이컵 완전 퇴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 소재 A구립도서관은 2023년 하반기부터 “나의 컵을 가져오세요”라는 슬로건 하에 종이컵 제공을 전면 중단하고, 대신 다회용 컵 대여 시스템과 텀블러 사용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텀블러나 머그컵을 가져오면 음료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미지참 시에는 1회용 컵 대신 보증금 기반 대여 컵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불편하다는 민원이 일부 있었지만, 도서관 측은 도서관의 공익성과 환경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알기 쉽게 안내하며 설득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한 달 평균 종이컵 사용량이 95% 감소했고, 일부 단골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컵을 상징처럼 들고 오는 문화까지 형성되었다. 또한, 종이컵 사용 감축만이 아닌 이용자 참여형 환경 실천 분위기 조성이라는 파급 효과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텀블러 디자인 공모전, 이용자 이름이 새겨진 전용 머그 보관장 설치 등 커뮤니티적 요소가 접목된 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서들은 이 변화가 단지 정책이 아닌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3. 종이 대신 디지털, ‘무지출 포스터 캠페인’
도서관의 행사나 프로그램 홍보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도구는 여전히 종이 포스터와 리플릿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쇄물은 제작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폐기물로 전락한다. 이를 인식한 B시립도서관은 ‘포스터 무지출 캠페인’을 통해 종이 홍보물을 전면 디지털화하고, 전자 안내 게시판과 모바일 앱 기반 알림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각 층마다 5~6장씩 인쇄 포스터가 부착되었으나, 캠페인 시행 이후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화면으로 통합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이 도서관은 포스터 외에도 행사 접수 확인서, 참가 확인증 등 다양한 인쇄물도 QR코드 기반 모바일 전자문서로 대체하였다. 한 해 평균 15,000매 이상의 종이 절감 효과를 거두었으며, 이로 인해 인쇄비 예산도 40%가량 절감되었다. 일부 고령 이용자나 디지털 기기 미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한 눈에 보기’ 디지털 키오스크와 음성 안내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있다. 사서들은 이 과정을 통해 “환경 보호뿐 아니라 이용자 정보 접근성과 디자인 일관성, 가독성 개선 등 다양한 부수적 장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안 써도 되는 구조’를 만들자는 철학적 전환이 도서관 운영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4. 이용자 반응은? 공감과 불편 사이의 균형
이러한 일회용품 줄이기 실험은 결코 이용자의 전폭적인 환영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초반에는 “도서관이 너무 깐깐해졌다”, “왜 종이컵 하나도 안 주냐”는 불만도 적지 않았고, 특히 고령층이나 어린이 보호자 사이에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도서관은 환경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유연한 조정을 통해 점차 ‘참여형 운영’의 형태로 변화시켜 나갔다.
예를 들어 텀블러 미지참자를 위한 다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처음엔 귀찮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반복 사용 구조가 익숙해지며 긍정 평가로 전환되었다. 또한, 포스터 무지출 캠페인도 QR코드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음성 안내와 확대 모니터 설치로 보완되자 만족도가 높아졌다.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현재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64%를 차지했고, ‘도서관이 사회적 모범 역할을 한다’는 인식은 80% 이상이었다. 이처럼 사서들의 끈기 있는 설명, 체계적인 실험 설계, 이용자와의 소통이 일회용품 줄이기 실험의 성공을 좌우한 셈이다.
5. 작은 변화, 큰 문화로: 도서관의 미래를 바꾸다
도서관에서의 일회용품 줄이기 실험은 단지 몇 가지 아이템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도서관이 일상 속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공공 공간의 지속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천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아가 도서관은 지역사회 전체가 환경 실천을 체험하고 전파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환경 동아리, 청소년 텀블러 디자인 공모전, 친환경 캠페인 포스터 전시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도서관이 일회용품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지식 정보 제공을 넘어, ‘가치와 삶의 방식’을 안내하는 공적 기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서들은 단순히 자원을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이용자와 함께 실천하며 생활을 바꾸는 촉진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텀블러 하나, 종이 포스터 한 장의 변화가 도서관 문화를 바꾸고, 그것이 지역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모든 실험의 중심에 있다. 이제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빌려주는 곳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 혁신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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