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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을 넘어서: 회복력 있는 도서관을 위한 리더십 전략

hpsh2227 2025. 6.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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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을 넘어서: 회복력 있는 도서관을 위한 리더십 전략

 

1. 위기 상황이 도서관 리더십에 던진 질문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 등의 거대한 외부 충격은 도서관 운영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물리적 접근 제한, 이용자 수 급감, 비대면 전환의 급속화는 기존의 전통적인 도서관 운영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바로 ‘관리’ 중심의 도서관 운영 방식이 위기 상황에서는 무력화되기 쉽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시설 유지와 예산 집행, 프로그램 운영에 머무는 관리자적 태도로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도서관이 단순히 대응을 넘어 ‘회복력(Resilience)’을 갖춘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회복력 있는 도서관이란, 외부의 충격에 단지 버티는 것을 넘어, 빠르게 회복하고 오히려 혁신의 기회로 삼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더십이 존재한다.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단지 지시와 통제를 넘어서,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조직 전체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리더십은 단지 관장 한 명의 역량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사서, 실무자, 프로그램 기획자 등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며, 각자의 위치에서 리더십이 발현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탁월한 판단력, 공감력, 소통력, 협력 조정 능력 등이 리더십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도서관이 단지 위기를 견디는 기관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 같은 리더십 자질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회복탄력성 기반 리더십’ 또는 ‘적응적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도서관 경영학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 리더십은 단순한 문제 해결자가 아닌, 학습자이자 변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도서관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을 때 조직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2. 회복력 있는 도서관을 위한 리더십의 핵심 역량

회복력 있는 도서관을 구축하기 위한 리더십은 몇 가지 핵심 역량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는 전략적 사고와 미래 지향성이다.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를 단기적으로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안목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 확대가 불가피했다면, 이후에는 그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해야 한다. 둘째는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이 스트레스, 피로감, 혼란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리더는 정서적 지지와 함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지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상호 소통을 통해 공감과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도서관 이용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리더는 이용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들의 변화된 요구를 파악하고 서비스에 반영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는 유연성과 혁신성이다. 위기 상황은 기존 규칙이나 매뉴얼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이때 리더는 기존의 틀을 고수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정책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휴관 기간 중 온라인 독서 모임, 사전 예약 기반 대출 서비스, 챗봇 정보 제공 시스템을 신속하게 도입한 도서관들은 이 유연한 대응 덕분에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넷째는 협업 기반 네트워크 리더십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외부 기관, 지역 사회, 다른 도서관과의 협력이 절실해진다. 따라서 리더는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회복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민관 협력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 협업은 도서관의 문제 해결 역량을 단순히 내부에 국한시키지 않고, 지역 전체의 문제 해결 능력으로 확장시킨다. 결국 회복력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리더십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면서도 외부와의 연계를 통해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견인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3. 회복 탄력성 중심 리더십의 실제 적용 사례

실제 국내외 도서관에서는 회복 탄력성을 중심으로 리더십을 재편하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뉴욕공립도서관(NYPL)은 팬데믹 초기부터 ‘리더십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빠르게 비대면 서비스를 정비하고 직원들의 근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상시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이용자 대상 메시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공공 신뢰를 유지한 점이 주목받았다. 또한 팬데믹 이후에는 지역 커뮤니티 재건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실업자 재교육 정보 큐레이션 등 사회적 약자 지원 중심의 정책을 리더십 차원에서 수립해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과 연결된 도서관 리더십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일부 학교도서관이 ‘비상 운영체계’를 마련해 위기 상황에서도 독서교육과 자료 서비스를 지속한 바 있다. 특히 담당 사서교사의 자율성과 리더십이 강화되면서, 독서 큐레이션 콘텐츠, 유튜브 독서 교육 영상, 온라인 독서토론회 운영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이러한 변화는 상명하복식 구조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리더십과 유연한 결정 권한이 주어졌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지방 중소도시의 공공도서관에서도 ‘지역 문제 해결형 도서관’으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리더가 직접 지역단체와 협력해 지역 복지서비스와 연계한 정보 제공, 고령층 디지털 기기 교육 등을 운영한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리더십의 작동 방식이 단지 행정적 효율성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경우, 회복력 있는 도서관의 기반이 훨씬 튼튼해질 수 있다.

 

 

4. 회복력 있는 도서관 리더십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미래 과제

회복력 있는 도서관을 위한 리더십 전략은 개인의 역량만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외부의 제도적 기반과 문화적 토대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먼저, 도서관 관리자 및 사서의 리더십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전문 연수 프로그램 개발과 참여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 단순한 업무 교육을 넘어, 변화관리, 갈등 조정,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감수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 리더십 과정이 정규화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서가 관리자가 되거나 프로젝트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확보돼야 한다. 둘째, 도서관 조직문화도 실패를 용인하고 실험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위기 대응이나 혁신은 종종 불확실성과 시행착오를 동반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를 조직 내에서 포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 리더는 이런 문화를 선도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학습 조직’으로 도서관을 변화시켜야 한다.

셋째, 정책 차원에서는 도서관의 위기관리 매뉴얼과 회복력 평가 지표 등을 표준화된 형태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도서관이 스스로 자신의 회복력을 점검하고, 필요시 대응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지자체-도서관 협력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는 도서관이 단지 문화·교육 서비스 제공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위기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마지막으로, 회복력 있는 리더십은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신뢰와 정체성 구축 과정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이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 기반 기관으로 기능하려면, 관리자와 실무자 모두가 리더십을 갖추고 공동체 중심의 가치를 지향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위기 대응을 넘어, 진정한 회복과 성장을 이루는 도서관의 미래는 바로 이런 리더십 전략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