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챗봇, 도서관의 ‘디지털 안내인’으로 자리 잡다
챗봇(Chatbot)은 텍스트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자동으로 응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초기에는 단순한 FAQ 수준의 자동응답에 불과했지만, 최근 자연어처리(NLP) 기술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보다 정교하고 맥락 있는 상담이 가능해졌다. 특히 도서관은 이용자 중심 서비스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기관인 만큼, 챗봇 도입은 단순한 디지털 혁신을 넘어서 ‘24시간 응대’, ‘비대면 정보서비스 강화’, ‘사서 업무 효율화’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도서관 챗봇은 단순한 부가 기능에서 이제는 필수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전문도서관 등 각 분야별로 특화된 챗봇이 개발되고 있으며, 단순한 대출 문의를 넘어, 전자자료 접근, 연구 지원, 프로그램 안내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도서관 챗봇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는 정형화된 질문-응답 중심의 메뉴형 챗봇이고, 둘째는 자연어 이해와 응답 생성이 가능한 AI 기반 챗봇이다. 전자는 예측 가능한 범주의 정보를 빠르게 안내하는 데 적합하며, 후자는 맥락과 문장을 이해하고 비교적 유연한 질문에도 대응할 수 있어 향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두 유형 모두 도서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시스템 설계, 인공지능 엔진, 연동된 데이터의 깊이에 따라 성능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이제 챗봇은 단순히 “몇 시에 문을 열어요?” 수준의 단답형 응답을 넘어, “이 분야의 추천 도서를 알려줘요”, “연구 논문을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무엇이 있나요?” 같은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질문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국내외 도서관 운영 사례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2. 국내 도서관 챗봇 운영 사례: 실험에서 일상으로
국내에서는 서울도서관이 ‘서이봇’을 시작으로 도서관 챗봇 운영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이봇은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와 연계된 챗봇으로, 도서관 운영시간, 자료 검색 방법, 대출·반납 규정, 프로그램 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정형화된 질문에만 반응했지만, 최근에는 키워드 매칭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자연어 대응 범위를 넓히면서 사용자 만족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또한 이용자 설문을 바탕으로 응답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모바일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인터페이스 최적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일부 지역 공공도서관에서는 카카오톡 챗봇을 활용한 비대면 문의 시스템도 도입되어, 접근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도서관 휴관, 자료 사전 예약, 프로그램 변경 등의 문의가 폭주할 때 챗봇은 실질적인 문의 분산 효과를 보이며 유용성을 입증한 바 있다.
학교도서관 및 대학도서관에서도 챗봇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예컨대 건국대학교 중앙도서관은 ‘KU봇’이라는 이름의 챗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출 반납, 시설 이용, 전자자원 접근 방법 등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KU봇은 도서관 홈페이지 내 검색창과 연동되어 있으며, 사용자 입력 패턴에 따라 추천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 도서관 챗봇은 대부분 자체 개발보다는 외부 업체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자연어 이해 범위가 제한적이고, 복합 질의에 대한 응답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이처럼 국내 챗봇은 운영상 유용성이 분명하지만, AI 모델의 자체 학습이나 오픈 도서 메타데이터 연동 등 고도화 기술이 도입된 사례는 아직 드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더 많은 도서관이 전문적인 AI 기술 개발 파트너와 협력하거나, 국가 차원의 오픈 챗봇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3. 해외 도서관 챗봇 사례: AI 기술과 정보서비스의 융합
해외의 주요 도서관들은 챗봇 기술을 한 발 앞서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자연어처리 기술과 연계된 고도화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도서관은 IBM Watson을 기반으로 한 AI 챗봇 ‘Jill Watson’을 통해 도서관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 보조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 챗봇은 단순히 문답형 응대를 넘어, 수업 관련 질문, 과제 가이드 제공, 참고문헌 검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 요구에 대응한다. MIT 도서관 역시 도서 검색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추천, 저작권 상담 등 복잡한 질의도 가능한 ‘Ask MIT Libraries’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이 챗봇은 도서관 사서와 협업해 응답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가고 있다. 이러한 챗봇들은 모두 자체 학습 기능이 내재되어 있어, 질문이 반복되거나 새로운 주제가 등장할 경우,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응답을 생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도서관의 AI 챗봇 ‘Libby’는 대화식 인터페이스를 통해 고전 문헌, 전자자료, 논문 검색까지 연계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으며, 각 전공별로 추천하는 리소스와 데이터베이스를 맞춤형으로 안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FAQ 수준을 넘어서 퍼스널 정보 큐레이션 도우미로 기능하는 사례로, 향후 챗봇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은 다국어 챗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말레이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응대가 가능해 언어 장벽을 낮추고 디지털 포용성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챗봇은 도서관의 기능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사서의 일부 역할을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자연어 이해, 맥락 기반 답변, 연속 질의 응답, 음성 대화 등 다양한 기능이 접목되면서, 챗봇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이용자 중심 서비스를 실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4. 도서관 챗봇의 미래: 사서의 보조자에서 협업 파트너로
도서관 챗봇은 지금까지 ‘질문 응답’이라는 단일 기능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앞으로는 보다 전략적인 서비스 설계와 사서의 전문성과의 연계를 통해 협업 파트너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챗봇의 개인화 서비스 강화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용자의 대출 이력, 관심 분야, 열람 빈도 등을 반영해 맞춤형 도서 추천이나 정보 큐레이션이 가능해진다면, 챗봇은 단순한 정보 응답 도구를 넘어 독서 여정을 안내하는 ‘디지털 사서’로 기능할 수 있다. 둘째, **생성형 AI(예: GPT 기반 모델)**와 결합한 챗봇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자유 질의 응답, 콘텐츠 요약, 책 소개문 생성, 독서 질문 출제 등의 기능이 실제로 구현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사서의 창의적 업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프로그램 기획에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챗봇의 학습 데이터와 응답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 있어 사서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적용하는 문제를 넘어, 도서관의 철학과 정보 윤리, 공공성 가치가 반영되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서가 정보 서비스 전문가로서 챗봇 응답의 방향성과 한계를 설정하고, 특정 정보에 대한 안내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도서관 챗봇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용자 피드백 기반의 지속적 개선 구조가 필요하다. 챗봇이 얼마나 잘 응답했는지, 오류나 만족도는 어땠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다시 알고리즘 개선에 반영하는 루프가 없다면, 챗봇은 단지 초기에만 유용한 ‘반짝 기술’에 그칠 수 있다. 결국 도서관 챗봇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이용자 중심 정보 철학을 담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사서의 리더십과 기획 역량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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