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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의 코로나 대응 전략과 학습지원 기능 강화 방안

hpsh2227 2025. 6. 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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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학교도서관 운영의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은 학교도서관 운영 전반에 전례 없는 충격을 주었다. 오프라인 공간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교도서관은 거리두기, 등교 제한, 교차 수업 등의 상황 속에서 물리적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으며, 도서 대출, 독서활동, 독서교육 등 대부분의 핵심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 특히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닌, 학습 지원과 창의력 향상,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 등 교육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 기능의 중단은 학습 공백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사서교사가 순회 근무하거나 자가격리로 결원이 생기면서, 도서관 운영 자체가 사실상 중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학생들에게 독서 동기 저하, 정보 탐색 능력 저하, 학습 자율성 약화 등의 부작용을 낳았으며, 사서교사와 담당 교사들은 새로운 운영 전략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학교도서관은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방역 체계와 비대면 자료 제공 시스템을 동시에 마련하기 시작했다. 자료실 이용 예약제, 한 번에 입장 가능한 인원 수 제한, 자율 열람 공간 폐쇄 등 물리적 거리두기를 우선한 대응이 이뤄졌으며, 도서 소독기 도입, 반납 도서 격리 보관, 자주 손이 닿는 서가 소독 등 방역 프로토콜도 강화되었다. 동시에 온라인 독서교육과 전자책 서비스 활용이 급증했는데, 기존에는 일부에 머물던 전자도서관 시스템이 학교 내 전체 학년으로 확대 적용되기도 했다. 사서교사들은 각 반 담임과 협력하여 ‘비대면 도서 큐레이션’을 운영하거나, 학교 홈페이지와 클래스룸을 통해 독서 관련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도서관 기능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이렇듯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감염을 막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교육환경 속에서 ‘디지털 기반 학습공간’으로 빠르게 전환을 시도해야만 했다.

 

학교도서관의 코로나 대응 전략과 학습지원 기능 강화 방안

 

2. 비대면 학습환경 속에서의 학교도서관 대응 사례

코로나 시기, 각급 학교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을 통한 비대면 학습지원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먼저 가장 많이 활용된 것은 전자도서관 플랫폼과 온라인 독서 서비스였다. 교육청 및 각급 학교는 기존의 E-Book, 오디오북 시스템을 확대하고, 학생들의 온라인 독서 활동을 추적하며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관리 도구를 적극 활용하였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형 전자도서관’은 다양한 기기에서 접근 가능한 온라인 도서 대출 시스템을 운영했으며, 사서교사들은 학생들의 독서 이력에 기반한 맞춤 추천 도서를 제공하고, 구글폼이나 패들렛 등을 통해 ‘비대면 독서일기’나 ‘한줄 감상평 공유하기’ 등의 프로그램도 연계하였다. 특히 독서활동을 단순히 개인 독서로 끝내지 않고, SNS나 학교 커뮤니티와 연동해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디지털 독서 문화’ 형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또한 수업 연계 활동으로 온라인 자료 탐색 교육, 정보 리터러시 수업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사서교사들은 줌(ZOOM), 클래스룸(Google Classroom), EBS 클래스 등을 활용해 비대면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출처 찾기’, ‘뉴스 판별하기’, ‘검색의 기술’과 같은 콘텐츠도 온라인 수업 콘텐츠로 제작하였다. 더불어 프로젝트형 학습에서의 정보자료 제공도 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특정 교과와 연계한 주제별 책 꾸러미를 구성하거나, 리포트 작성을 위한 참고자료 목록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도왔다. 이런 활동은 학교도서관이 단순한 책 보관소가 아니라, 학습 콘텐츠 제공자이자 교육 협력자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위기 상황일수록 학교도서관의 전문성과 창의적 대응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많다.

 

 

3. 학습지원 중심으로의 학교도서관 기능 강화 방안

팬데믹은 학교도서관이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학습지원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하게 만들었다. 향후에도 이 역할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교과 연계형 도서관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 안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사서교사와 교과 교사 간의 협력 수업 구조를 정착시키고, 도서관 활용 수업의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교과 수업 속에서 도서관의 자료 활용, 정보탐색 방법, 디지털 정보 리터러시 수업이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회과목에서 지역 문제를 조사할 때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통계 자료, 신문 아카이브 등을 활용하거나, 과학 수업에서 최신 과학 이슈 관련 기사나 책을 탐색하는 식의 융합적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자료 활용 능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둘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장비 및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이나 다문화 가정 학생에게도 동등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서관은 크롬북, 태블릿PC, 와이파이 기기 등의 대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디지털 도서관 플랫폼의 UI 개선, 사용자 맞춤 추천 기능 도입, 접근성 높은 전자자료 확보 등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도서관 공간 자체의 기능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과 팀 기반 과제를 지원할 수 있는 협업 공간, 개별 학습실, 미디어 편집실 등으로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 단순히 열람실과 서가 중심에서 벗어나, ‘학습 실험실’이자 ‘창의 활동 허브’로 재편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사서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수와 교육, 특히 디지털 교육 콘텐츠 제작 역량, AI 기반 정보 탐색 도구 활용 등 미래형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4.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도서관의 새로운 패러다임

코로나19는 학교도서관에 위기이자 기회였다. 단기적으로는 운영의 어려움과 제한된 접근성으로 인해 많은 기능이 축소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교도서관이 어떻게 교육과 정보 중심축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단순히 방역이 강화된 도서관 운영을 넘어서, 디지털-오프라인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학습공간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는 단지 시스템의 변화가 아니라, 도서관이 학생의 자율적 학습을 어떻게 조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도서관은 책을 대출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적 성장의 공간’이라는 점을 중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교사는 도서관을 협력 수업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학생은 도서관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원 창고로 여기며, 학교는 사서교사의 역할을 전문직으로 정당하게 인정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학교도서관 진흥법의 체계적 이행과 교육부 차원의 정책적 관심, 지자체 교육청의 예산 지원 등 거버넌스 기반도 중요하다. 팬데믹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학교도서관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단지 감염병 대응 차원을 넘어서, 미래형 교육을 실현하는 거점 공간으로 성장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하고 학습자를 중심에 둔 사서의 노력이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진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