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 과잉 시대, 신뢰의 기준은 무엇인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 질은 일정하지 않다. 뉴스, 블로그, 유튜브, SNS, 포럼 등에서 쏟아지는 정보는 편리함과 접근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왜곡, 조작, 편향의 위험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특히 감정적 자극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뉴스와 음모론은 빠르게 확산되며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이용자들로 하여금 정보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보 신뢰성’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적 정확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공공 가치를 지닌다. 즉,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고, 그 맥락을 읽어내며, 왜곡된 서사를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이 모든 시민에게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개인의 능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우며,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중개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 도서관과 사서, 팩트체크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다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정보 접근의 평등성을 실현해온 공공기관으로,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신뢰 기반의 플랫폼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정보의 ‘제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검증’과 ‘해석’을 함께 수행하는 역할로 사서의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이 복잡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정보의 출처를 판별하고, 신뢰도 높은 자료를 선별하며, 스스로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사서는 중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보 탐색과 검증을 지원하는 ‘정보 리터러시 교육자’이자 ‘팩트체크 조력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실제로 해외 여러 공공도서관에서는 뉴스 리터러시 워크숍, 팩트체크 실습 강좌, 허위 정보 식별 가이드 제작 등을 통해 시민의 정보 감별 능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국내에서도 점차 이러한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사서는 단지 책을 대출하고 정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보 생태계의 질을 높이는 감시자이자 조율자로서, 이용자가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시민사회의 핵심 인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3. 신뢰성 판단을 위한 사서의 핵심 역량과 훈련 과제
정보 신뢰성과 팩트체크를 위한 사서의 역량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서,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지식 체계를 요구한다. 첫째, 출처 분석 능력이 중요하다. 이는 정보의 생산 주체, 작성 배경, 발행 매체의 성격 등을 파악하고, 해당 자료가 제시하는 주장과 근거의 신뢰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분석 역량이다. 둘째, 자료 간 비교 및 교차검증 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자료를 비교하여 동일한 사실을 어떻게 다르게 서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통계나 인용된 연구가 실제로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정보 구조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검색 알고리즘, SNS 확산 메커니즘, AI 추천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파악함으로써 정보가 왜곡되는 경로를 이해하고 이용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비판적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이용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정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력 있는 교육을 진행하는 데 핵심적이다. 이를 위해 도서관 차원에서는 사서 교육과정에 뉴스 리터러시, 정보 윤리, 디지털 심리학, 인포그래픽 제작 등의 과목을 체계적으로 포함시키고,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여 실습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나아가 전국 단위의 팩트체크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각 지역 사서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동 검증 자료를 확산시키는 구조도 고려해볼 수 있다.
4. 정보 신뢰 사회를 위한 도서관의 전략적 역할
팩트체크 기능을 포함한 도서관의 정보 서비스는 단순히 개인의 정보 활용 능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정보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 지역 언론, 시민단체, 학교, 지자체와 협력하여 ‘허위정보 주간 캠페인’, ‘뉴스 토론 모임’, ‘가짜뉴스 팩트카드 배포’ 등을 운영한다면, 지역 내 정보 생태계의 신뢰성을 높이고 시민의 정보 감수성을 키우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사서가 학교로 찾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보 신뢰성 교육을 하거나,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정보 판별 교실을 운영함으로써 정보 교육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정보 오염 방지 센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사서는 ‘지역 사회의 진실 관리자’라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도 사서 직무 재정의, 역량 기준 재설정, 정보교육 인프라 확대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정보 검증과 리터러시 교육을 공공 서비스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정보의 진실을 지키는 것은 기술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의 눈과 손, 그리고 책임의식이며, 도서관과 사서는 그 신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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