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거점, 도서관의 사서

 

 

 

1. 디지털 시대, 정보 홍수 속 길을 잃은 사람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일 넘쳐나는 뉴스, SNS 콘텐츠, 영상, 광고, 그리고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무수한 추천 정보들은 사람들의 사고와 판단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때로는 왜곡된 정보나 허위 사실로 이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보의 단순한 소비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 기회는 지역과 세대, 계층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청소년, 정보 취약 계층은 디지털 기술에는 익숙할지 몰라도, 정보 판별 능력이나 온라인 윤리,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허위 정보에 쉽게 노출되거나 사이버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며, 디지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균형 있게 성장하기 어렵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의 새로운 교육 공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며, 이 지점에서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 도서관은 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거점이 되어야 하는가

공공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특정한 목적 없이도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거점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기관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기능을 넘어, 이미 정보 탐색과 분석, 자료 비교와 활용을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안내하고,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나 전자자료의 접근 방법을 설명하는 등의 정보 중개 기능은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요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더불어 지역 주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학습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실제로 국내외에서는 이미 많은 도서관이 청소년 대상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 어르신 대상의 스마트폰 활용법 강의, 다문화 가정을 위한 디지털 문해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운영 중이다. 도서관은 지역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디지털 참여의 기회를 확대하는 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정보 교육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3. 사서, 디지털 정보 교육의 기획자이자 안내자

사서는 전통적으로 자료 정리와 대출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이제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정보 활용 역량 교육’의 핵심 인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사서는 정보의 흐름과 구조, 신뢰성과 출처, 자료의 가치와 맥락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 탐색법을 제시하고,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에게는 뉴스의 출처 확인법과 가짜뉴스 구별법을, 고령층에게는 모바일 앱을 통한 공공서비스 이용법과 보안 설정 방법을, 청년층에게는 온라인 자기계발 콘텐츠 탐색법이나 포트폴리오 구축 방법을 안내할 수 있다. 사서는 또한 각 계층의 디지털 숙련도에 따라 교육 수준과 방식을 차별화하고, 참여자의 질문을 인내심 있게 듣고 응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사서는 디지털 정보 교육의 기획자, 운영자, 조력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다기능 전문가이며, 이 역할은 도서관이 정보의 소비 공간을 넘어 학습과 성장의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사서의 전문성은 이제 책을 정리하는 손끝이 아닌, 정보를 통해 삶을 설계하도록 돕는 ‘말과 손’의 조율로 확장되고 있다.

 

 

 

4. 지속 가능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전략과 과제

도서관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중심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이다. 단발성 특강이나 일회성 행사로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충분히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연령별·목적별·주제별로 세분화된 교육 과정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예산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둘째, 외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다. 지역 대학, 시민단체, 교육청, 미디어 기관 등과 협업하여 전문강사를 초빙하거나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도서관의 역할을 확장하면서도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셋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포용적 설계가 중요하다. 언어, 장애, 문화적 배경 등으로 인해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 보조 장비 제공, 그리고 참여자 중심의 피드백 체계를 통해 교육의 질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서 역량 강화다. 디지털 기술과 정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서를 양성하고, 정기적인 연수를 통해 변화하는 정보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이 어우러질 때, 도서관은 단순한 정보 제공 기관이 아닌, 시민의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고 사회의 정보 공정성을 실현하는 교육 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