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지털 정보 격차, 도서관이 나설 때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 건강 관리, 사회적 소통, 행정 민원 처리가 가능해졌고, 대부분의 교육, 정보, 문화 콘텐츠는 모바일이나 태블릿 기기를 통해 접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계층은 정보에서 점점 멀어지는 ‘디지털 소외’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일부 청소년 계층은 스마트 기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지 못하거나, 제한된 방식으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는 기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나 기초 지식 부족, 청소년은 자기주도적 탐색 역량과 정보판별 능력의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서관은 지역사회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 공간이라는 점에서 세대별 맞춤형 스마트 기기 교육을 제공하기에 가장 적합한 거점이 된다. 정보 접근의 평등을 실현하고, 사회적 소외를 예방하기 위해 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책의 제공이 아니라 ‘디지털 시민 교육’의 실천에 있다.
2. 노년층을 위한 스마트 기기 교육: 두려움을 배움으로 바꾸기
고령층의 스마트 기기 활용률은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복잡한 앱 설치나 보안 설정, 온라인 행정서비스 이용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낯선 기기와 인터페이스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은 학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도서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노년층 대상 스마트 기기 교육은 이러한 ‘두려움’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섬세한 과정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진 찍기와 앨범 보기’, ‘카카오톡으로 손주와 대화하기’, ‘공공앱으로 병원 예약하기’, ‘정부24로 서류 발급받기’ 같은 실생활 중심의 소주제 단위로 교육을 설계하면 학습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고령층은 반복 학습과 친절한 설명, 직접 실습이 중요한 만큼, 사서 또는 자원봉사자가 1:1 또는 소그룹으로 안내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스마트폰을 기초부터 가르치는 ‘디지털 문해력 교실’을 정기 운영하며, 여가와 건강, 금융 등 실생활과 연결된 주제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설계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은 단지 기술을 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노년층이 사회와 연결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배움터로 변모한다.
3. 청소년 대상 스마트 기기 교육: 소비자를 비판적 사용자로
청소년들은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릴 정도로 기술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러한 친숙함이 곧 정보 활용 능력의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SNS, 유튜브, 게임 등 오락 중심의 사용에 편중되어 있고, 정보 검색 능력이나 출처 확인,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윤리 의식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도서관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단순한 기기 사용법이 아닌, **‘비판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편향성 파악하기’,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가짜 뉴스 구별하기’, ‘디지털 폭력 예방과 대응법’, ‘개인정보 안전하게 관리하기’ 등의 교육은 청소년이 정보의 소비자에서 주체적 사용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은 동기 부여가 중요하므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 제작, 디지털 책 만들기, 퀴즈 앱 개발 등의 프로젝트 기반 활동을 도입하면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 도서관이 제공하는 이와 같은 교육은 청소년의 디지털 시민성 향상은 물론, 학습 역량 강화와 진로 탐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4. 세대 연결형 교육 프로그램의 가능성
노년층과 청소년을 각각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세대 통합형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은 도서관이 가진 공공성과 커뮤니티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도서관에서는 청소년이 스마트폰 활용법을 어르신에게 가르치는 ‘디지털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고, 상호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청소년은 누군가를 가르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재구성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노년층은 기술을 익히는 동시에 청년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더 나아가, 이들이 함께 마을지도 앱을 만든다거나, 스마트폰으로 과거 사진을 디지털화해 마을 기록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등의 협업 활동은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새롭게 창출하는 창의적 실천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세대 연결형 스마트 기기 교육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지역 공동체 내 신뢰와 연대의 문화까지 회복하는 기반이 된다. 도서관이 이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책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엮는 사회적 자산으로 진화하게 된다.
5. 사서의 역할과 도서관의 미래 전략
스마트 기기 교육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서의 역할 변화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자료 관리자에서 벗어나 정보 리터러시 교육자, 커뮤니티 기획자, 세대 간 연결자라는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교육학적 감각, 커뮤니케이션 능력, 세대 간 차이에 대한 민감성 등을 갖춰야 한다. 또한 도서관은 공간 구성도 새롭게 고려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 교육을 위한 소형 워크숍 공간, 조용한 상담 공간, 디지털 실습 테이블, 공용 태블릿 비치 공간 등은 모두 이용자 중심의 설계를 반영하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더해, 도서관은 지역 내 복지관, 학교, 주민센터와 협력해 대상자 발굴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공동체 기반 운영모델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포용성과 교육 평등을 중심으로 하는 도서관 정책 수립과 지원 체계가 강화되어야 하며, 스마트 기기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서, 지역 내 삶의 질과 공동체 연대 회복이라는 더 큰 목표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럴 때 도서관은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모두의 삶을 디지털 사회에 조화롭게 연결하는 ‘포용의 공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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