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와 사서의 새로운 경로 모색
한 세대 전만 해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한 번 입사하면 은퇴할 때까지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회적 이상이자 개인의 목표였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 변화와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이 같은 전통적 고용 개념을 흔들고 있다. 도서관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전문도서관, 그리고 사립기관의 도서관까지 다양한 고용 형태와 단기 계약직 증가, 민간위탁 운영 확산 등은 사서에게 더 이상 한 직장에서의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만들고 있으며, ‘평생직업’으로서의 관점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즉, 사서는 특정 기관에 속해 평생 머무는 노동자가 아니라, 다양한 기관과 사회적 맥락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커리어를 스스로 설계하는 주체로 변화해야 한다. 이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사서가 전문성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직업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핵심적인 관점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2. 평생직업으로서 사서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
사서를 평생직업으로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이동 가능한 전문성’이다. 도서관마다 규모와 운영 주체가 다르지만, 사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역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정보 분류, 메타데이터 구축, 자료 검색과 추천, 독서 교육, 정보 윤리 교육, 이용자 서비스 기획 등은 모든 기관에서 요구되는 공통 역량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사서는 데이터 분석 능력, 정보 시각화, 플랫폼 운영 역량, 그리고 교육 및 상담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다가 대학도서관으로 이동하거나, 전문도서관으로 경력을 전환할 때도 이러한 ‘핵심 역량’은 변환 가능성을 보장한다. 이는 곧 사서의 경력이 특정 기관의 경력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서라는 직업적 전문성에 기반해 유연하게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와 기술을 익히고, 이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축적하여 어디서든 발휘할 수 있는 능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평생직업으로서 사서의 힘은 바로 이러한 전문성의 이동성과 적응성에 있다.
3. 경력 개발의 다변화: 직무 순환과 융합적 역할
오늘날 사서의 경력 개발은 단순히 승진이나 근속 연수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대신 ‘경험의 폭’과 ‘역할의 다양성’이 중요한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한 기관 내에서의 직무 순환은 사서가 특정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장서 관리, 이용자 서비스, 문화 프로그램 운영, 디지털 아카이빙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게 해준다. 이는 사서가 단일한 기능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역량을 가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나아가, 사서의 역할은 도서관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 교육과 연계한 독서 지도, 지역사회 단체와 협력한 문화 프로그램 운영, 기업과 연계한 지식경영 지원 등은 사서가 공동체 속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융합적 역할’은 사서의 경력 개발을 다변화하며, 평생직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사서의 경력은 하나의 직무를 오래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경험하면서 쌓이는 다층적 궤적이 된다. 이는 사서를 더 이상 수동적인 직업인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식 창출자이자 연결자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4. 자기주도적 학습과 평생교육의 필요성
사서를 평생직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필수적이다. 급격한 기술 발전은 도서관 업무의 형태를 끊임없이 바꾸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서는 지속적인 재교육과 전문성 개발을 감행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협회가 제공하는 연수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온라인 강좌, 오픈 소스 데이터 분석 툴 학습, 심리학·교육학 등 인문학적 소양 확장, 그리고 해외 도서관의 혁신 사례 연구 등은 사서가 스스로 기획해야 하는 자기 주도 학습의 영역이다. 또한, 경력 개발의 과정에서 사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리플렉션(reflection) 작업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실무 기술을 넘어, 전문직으로서 사서가 갖는 가치와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평생직업으로서 사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을 통한 자기 성장과 적응력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평생학습자로서의 사서’는 직업적 정체성의 핵심이자 미래 경력 개발의 기반이 된다.
5. 평생직업으로서 사서가 그리는 미래
결국 사서를 평생직장이라는 틀 안에 가두는 것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서를 평생직업으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서는 어디서든 정보와 지식을 매개하는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확장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관과 직무, 지역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곧 사서의 경력이 단선적이지 않고 다층적이며, 특정 조직이 아닌 직업적 정체성에 기반해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사서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인간적인 감수성과 사회적 공공성을 동시에 지켜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서는 단순한 ‘도서관 직원’이 아니라, 정보 시대의 필수적인 ‘지식 전문가’이자 ‘문화적 안내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의 전환은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서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며, 이 전환을 통해 사서는 더욱 주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도서관에서 배우는 공동체 리더십, 사서의 새로운 역할 (0) | 2025.08.20 |
---|---|
미래형 사서 역량: 전문성, 인간성, 그리고 회복탄력성 (2) | 2025.08.19 |
사서의 감정노동, 돌봄과 소진 사이에서 균형 찾기 (3) | 2025.08.18 |
사서의 일과 삶의 균형, 도서관에서 찾는 지속가능한 커리어 (3) | 2025.08.17 |
지속가능한 정보문화 만들기, 사서의 전략은? (2) | 2025.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