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사서 역량: 전문성, 인간성, 그리고 회복탄력성

1. 미래형 사서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전문성
21세기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공간을 넘어 정보의 중심이자 지역사회의 지식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서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전문성’이다. 과거의 전문성이 주로 도서 분류법, 서가 관리, 자료 대출과 같은 전통적 업무에 치중했다면, 미래형 사서의 전문성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정보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전자책, 오픈액세스 논문,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서는 이러한 무한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분별하고, 맥락에 맞게 가공하여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단순히 정보의 제공자가 아니라 정보의 큐레이터, 분석가,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형 사서는 데이터 분석 능력, AI 활용 능력, 디지털 아카이빙 기술까지 습득하여, 단순히 자료를 관리하는 직무를 넘어서 도서관 이용자의 학습, 연구,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다기능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처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은 단순히 도서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서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고 직업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2. 인간 중심의 가치와 사서의 역할
AI와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많은 직업이 기술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서라는 직업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성’이라는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은 단순히 책을 빌리거나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이해받고 존중받으며 자신의 관심사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이때 사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이용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맥락 속에서 파악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통찰이나 새로운 관점을 제안해 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특히 청소년, 노인, 정보 취약 계층처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서의 인간적인 공감 능력과 섬세한 대화 기술은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작용한다. 미래형 사서의 인간성은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 다양한 배경과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는 포용성, 그리고 지식과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형성되는 신뢰의 관계 속에서 발휘된다. 사서가 지식의 문턱을 낮추고, 이용자 개개인이 자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은 인공지능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다. 따라서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 소통과 관계 형성 능력은 미래형 사서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된다.

 

 

3. 회복탄력성: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 환경 속에서 미래형 사서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역량은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도서관은 사회적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공공 기관 중 하나다. 디지털 전환,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 예산 축소, 정책 변화 등은 사서의 업무와 역할에 직격탄을 날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업무 수행 능력을 넘어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해법을 찾고, 변화에 적응하며,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정신적·전문적 힘이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서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나 제도 개편에 맞춰 자신의 업무 방식을 재구성할 수 있고, 실패한 프로그램에서도 교훈을 찾으며 다음 기회를 준비할 수 있다. 또한 동료들과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를 창출하는 과정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성격 특성이 아니라, 전문성, 인간성, 그리고 조직 문화와 맞물려 발휘되는 역량이다. 이를 통해 사서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안정된 혁신가’로 성장할 수 있다.

 

 

 

 

4. 세 가지 역량의 융합: 전문성+인간성+회복탄력성의 시너지
전문성, 인간성, 회복탄력성은 각각 독립적으로 중요한 가치지만, 미래형 사서가 진정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이 세 가지 역량이 융합될 때이다. 전문성만으로는 이용자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인간성만으로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회복탄력성만으로는 지식과 기술의 기반이 부족하다면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미래형 사서는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갖추고,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AI 기반 도서관 시스템이 도입될 때, 사서는 전문성을 통해 시스템의 구조와 한계를 이해하고, 인간성을 통해 이용자의 불안을 공감하며, 회복탄력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전문성을 통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간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회복탄력성을 통해 예기치 못한 문제 상황을 해결한다. 이처럼 세 가지 역량의 융합은 단순히 사서 개인의 역량을 넘어 도서관이라는 기관 전체의 신뢰도와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이 된다. 미래형 사서는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사회적 지식 생태계를 이끄는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5. 미래형 사서를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
전문성, 인간성, 회복탄력성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서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사서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평생학습자’로서 최신 정보기술, 데이터 활용, 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다양한 영역의 학습을 이어가야 한다. 동시에 도서관 조직은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연수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사서가 자신의 역량을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유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사회는 사서를 단순한 도서 관리자가 아닌, 지역사회와 지식을 연결하는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미래형 사서는 지식과 정보의 시대에 단순히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전문성으로 정보의 신뢰를 지키고, 인간성으로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며, 회복탄력성으로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사서야말로 앞으로의 도서관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지식 리더이다. 따라서 미래형 사서의 성장은 개인과 조직, 사회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과제이자, 지속가능한 지식 사회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