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녹색도서관 주간이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문화행사의 시작
기후위기와 환경파괴가 전 지구적 위협으로 대두되면서, 교육기관과 공공시설들은 환경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서관은 정보와 문화, 교육이 교차하는 공공 플랫폼으로서, 이용자들에게 환경 인식을 심화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공간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외 여러 도서관에서는 ‘녹색도서관 주간(Green Library Week)’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을 주제로 한 장서 전시, 체험형 프로그램, 강연,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환경 캠페인 주간이다.
녹색도서관 주간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도서관이 친환경 공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모색하는 과정의 일부다. 이러한 주간은 보통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이나 지구의 날(4월 22일)과 연계하여 진행되며, 계절별로 기후 주제에 맞는 독서활동이나 실천 캠페인도 병행된다. 주요 콘텐츠로는 환경영화 상영회, 기후변화 토론회, 제로웨이스트 북클럽, 어린이 생태 독서교실, 업사이클링 체험 워크숍 등 다양하게 구성되며, 사서의 기획력과 지역사회 참여도가 프로그램의 질을 좌우한다.
2. 환경영화 상영: 감정의 몰입을 통한 문제 인식 확장
녹색도서관 주간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는 환경영화 상영회다. 영화는 시각적 몰입과 감정적 연결을 통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특히 기후위기, 생물 멸종, 자원 고갈 등의 복합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탁월한 매체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구립도서관에서는 ‘지구를 위한 상영관’이라는 이름으로 환경 다큐멘터리를 매일 한 편씩 상영하고, 상영 후에는 사서 또는 환경전문가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누는 포스트토크 시간을 마련했다. 상영작으로는 《불편한 진실》, 《씨스피러시》, 《2050: 사라진 어종》, 《내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포함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영상 감상이 아니라, 관람 후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도서관에서는 상영작과 연계된 도서목록을 함께 배포하거나, 관련 도서를 전시해 추가적인 정보 접근을 유도했다. 특히 청소년 대상 상영의 경우, 사서가 직접 영상물에 대한 배경지식과 비판적 사고 포인트를 제시해주면서, ‘기후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교육 도구로도 활용되었다. 상영관이 부족한 소규모 도서관에서는 노트북과 프로젝터를 활용한 소규모 시청 공간을 마련하거나, 온라인 영화 관람 후 화상 모임을 연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3. 기후 토론회: 지식에서 행동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연결하다
영화를 통한 감정적 접근에 이어, 기후 토론회는 참여자 중심의 사고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토론회는 단순한 전문가 강연이 아니라, 시민들이 기후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경청하며, 지역 공동체에서 어떤 실천이 가능한지를 함께 모색하는 장이다. 도서관은 이와 같은 공론의 장을 운영함으로써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민주시민의 훈련장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시립도서관에서는 ‘2050 탄소중립, 도서관에서 묻다’라는 주제로 지역 청소년과 성인, 고령자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사서와 지역 환경단체 활동가가 공동으로 사회를 맡고, 사전에 배포된 배경 도서나 자료집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주제는 ‘기후위기와 나의 삶’, ‘탄소발자국 줄이기, 현실적인 실천은?’, ‘도서관의 녹색 전환, 우리는 무엇을 제안할 수 있는가’ 등이었으며, 참여자는 토론 결과를 포스터나 슬로건으로 표현해 전시하는 ‘생각의 시각화’ 활동도 병행하였다.
이와 같은 토론회는 도서관 공간을 정보 소비의 장소를 넘어 정보 생산과 공유의 장으로 확장시키며, 기후문제를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만든다. 또한 향후 도서관이 어떤 프로그램과 자료를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기획의 실마리도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4. 제로웨이스트 북클럽: 환경실천과 독서의 융합 실험
제로웨이스트 북클럽은 최근 들어 녹색도서관 주간 프로그램 중 가장 참여자 반응이 뜨거운 콘텐츠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독서모임을 넘어서, 독서 후 환경실천을 직접 병행하거나, 환경을 주제로 한 생활 도전을 공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선정된 환경 도서를 읽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생활 속 실천을 설계하고 기록하며, 모임을 통해 그 경험을 나눈다. 예를 들어 한 도서관에서는 《플라스틱 없는 삶》,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최소주의》 등을 선정해, 참여자들이 2주간 일회용품을 줄이는 생활습관을 실천한 후 소감을 나누고, 도서관 내 제로웨이스트 실천방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이런 북클럽은 단순히 읽고 말하는 독서모임이 아니라, 독서-행동-기록-공유의 순환 구조를 통해 이용자 스스로 환경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교육적 장치다. 또한 일부 도서관에서는 북클럽 참가자에게 리필스테이션을 체험하게 하거나, 텀블러를 증정하는 등의 유인책을 제공하며, 지역 카페나 환경 상점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 생태계를 넓혀나가기도 한다. 사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지 도서를 소개하는 사람을 넘어, 실천을 설계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녹색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5. 녹색도서관 주간의 확장 가능성과 과제
녹색도서관 주간은 도서관이 환경 교육과 행동 실천의 전초기지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적이면서도 실천적인 프로그램이다. 영화 상영, 토론회, 북클럽 외에도, 어린이 대상 생태 독서 교실, 식물 키우기 대출 프로그램, 재생 종이 만들기 워크숍, 중고 도서 순환장터 등 프로그램 구성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환경 관련 출판사, 지역 NGO, 학교, 기업과 협업하여 지역 자원과 도서관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과제도 존재한다. 첫째는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사서의 기획 역량과 시간적 여유 확보, 둘째는 이용자의 다양한 환경 인식 수준을 고려한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 셋째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운영 모델의 구축이다. 이를 위해 각 도서관은 녹색도서관 주간이 독립적인 이벤트가 아닌, 연중 운영되는 환경 정보 서비스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도록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또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의 제안을 다음 해 기획에 반영하는 순환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도서관은 ‘환경에 관심 있는 소수의 공간’이 아닌,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공공문화 거점’으로 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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