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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와 AI의 공존: 협업 가능한 업무와 경계 설정

hpsh2227 2025. 6. 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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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서 업무의 디지털 전환과 AI의 등장 배경

정보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도서관 현장 역시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AI(인공지능)의 등장과 발전은 도서관의 운영 방식, 자료 관리, 이용자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과거 사서의 주요 업무는 도서 정리, 대출/반납 관리, 분류 및 인덱싱, 레퍼런스 서비스 제공 등으로 명확히 정의되어 있었지만,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그 역할은 기술과 융합되는 방식으로 점점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나 정형화된 정보 처리 업무는 AI의 학습 능력과 자동화 기능으로 대체 또는 보완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사서가 보다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AI의 확산이 모든 사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오해와 우려도 함께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서와 AI의 관계를 ‘경쟁’이 아닌 ‘협업’의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도서관 현장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서관 서비스의 본질인 ‘지식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데이터 입력, 자료 정리, 태깅, 분류와 같은 정형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중복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반면, 사람의 감정이나 문화적 맥락,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업무는 여전히 인간 사서의 판단력이 요구된다. 결국 사서와 AI는 서로 대체 가능한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함으로써 도서관의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서의 역할 재정립과 AI 도입의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

 

 

 

2. 반복 업무의 자동화: AI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영역

사서 업무 중에서 가장 먼저 자동화의 대상이 된 분야는 바로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데이터 기반 업무들이다. 예를 들어, 도서 자료에 대한 서지정보 입력, 키워드 태깅, 분류번호 부여, 대출/반납 시스템 관리 등은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며,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 수많은 사례를 학습함으로써 높은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접목한 자동 태깅 시스템은 책의 제목, 저자, 초록, 목차 등을 분석하여 적절한 주제어와 키워드를 생성하고, 이를 메타데이터에 자동 입력할 수 있게 한다. 또한, OCR(광학문자판독) 기반 자료 디지털화 및 자동 분류 기능도 과거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방대한 문서 정리에 소요되던 시간과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문의 응대를 위한 챗봇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 문의(예: 도서관 운영 시간, 도서 대출 규정, 열람실 이용 방법 등)는 AI가 24시간 즉각 대응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분석하여 관련 도서를 추천하는 시스템도 일부 도서관에서는 시범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이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큐레이션, 도서 추천, 대출 예측, 도서관 공간 이용 최적화 등의 업무도 AI가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동화 영역이다. 이러한 업무들은 인간이 하기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실수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AI에게는 일정한 패턴을 통해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영역이기에 효율성과 정확성 측면에서 그 도입 효과가 크다. 따라서 이들 업무를 AI에 위임함으로써 사서는 더 복합적이고 판단력을 요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3. 인간 사서의 고유 역량이 필요한 업무

AI가 뛰어난 효율성과 정확성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는 반면, 여전히 인간 사서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정보 윤리 판단, 민감 주제에 대한 안내,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큐레이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맞춤 서비스 기획 등은 사람의 직관과 경험, 공감 능력 없이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사회적 소수자, 장애인, 다문화 이용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안내할 때에는 그들의 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편견 없는 중립적 안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AI가 아직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다양한 주제의 도서를 조합하여 구성하는 북큐레이션, 이용자 성향 분석을 기반으로 한 독서 프로그램 기획 등은 AI의 데이터 분석을 참고하되,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통찰과 감성적 접근이 필수적인 업무이다.

사서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정보 문해력 교육과 레퍼런스 서비스도 AI로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다. 이용자의 질문은 종종 명확하지 않고, 맥락이 생략되어 있거나 개인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이때 사서는 질문의 진의를 파악하고, 추가 질의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탐색하고 안내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비정형적 상호작용은 AI의 정답형 응답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더불어, 도서관의 문화프로그램, 인문학 강연, 독서지도 프로그램 등에서 사서는 기획자이자 실행자, 촉진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데, 이는 기술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에 해당한다. 결국 AI는 이러한 고차원의 업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도구로 작동해야 하며, 사서는 기술을 넘어선 인간 중심 서비스의 설계자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사서와 AI의 공존: 협업 가능한 업무와 경계 설정

4. 사서와 AI의 협업 모델 정립

AI와 사서가 경쟁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업무 경계 설정과 함께 협업 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서관 내부적으로 사서의 업무를 성격별로 분류하고, 자동화 가능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또한, AI 기술을 단순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서가 기술 설계와 운영의 전 과정에 참여하여 도서관의 실정에 맞는 사서 참여형 AI 서비스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자동 태깅 시스템은 사서의 피드백을 통해 정확도를 개선하고, 챗봇은 사서가 자주 받는 질문 유형을 반영해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등 인간과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AI는 점점 더 ‘사서처럼 생각’하도록 발전하고, 사서는 ‘AI를 도서관 서비스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사서에게는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우고,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특히, 도서관학과 및 사서 재교육 과정에서는 AI 기초 이해, 데이터 활용법, 디지털 큐레이션, 기술 윤리 등의 내용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술을 이해하는 사서’가 새로운 시대의 전문 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동시에, 도서관 차원에서는 AI 도입이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포용성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도구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사서는 단순 업무 담당자가 아니라 도서관 철학을 실현하는 전문 기획자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게 된다.

 

 

5. 공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래 도서관

AI 기술의 도입은 도서관의 근본적 변화와 진화를 의미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서와 AI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동화는 시간을 절약해주지만, 사서가 그 시간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나은 서비스를 기획하지 못한다면 그 기술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AI는 반복과 기술적 정교함을, 사서는 감정과 판단, 윤리와 공공성을 책임지는 협력 구조 속에서 미래 도서관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사서는 AI의 기능적 한계를 보완하고, 사람과 사람, 지식과 지식 사이의 복잡한 맥락을 연결해주는 중재자이자 통합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미래 도서관은 기술 기반 자동화와 인간 중심 서비스가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지식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서의 기술 이해와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AI 역시 사서의 전문성을 지원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처럼 기술과 인간이 각자의 역할과 경계를 존중하며 협력할 때, 우리는 단순히 ‘기계가 도와주는 도서관’을 넘어 ‘기술과 사람이 함께 진화하는 도서관’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사서와 AI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활용하는 공존의 파트너이며, 이 관계를 통해 도서관은 한층 더 정교하고 깊이 있는 정보 환경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