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 기반 자동 태깅 기술의 등장과 필요성
디지털 자료의 폭발적인 증가 속에서 도서관의 자료관리는 전통적인 분류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포맷(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등)의 자료를 신속하게 분류하고 검색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정교한 메타데이터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자료에 대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태그를 부여하고 주제어를 설정하는 것은 시간과 인력 면에서 큰 부담이 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AI 기반 자동 태깅(Auto Tagging)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계 학습, 자연어 처리(NLP), 컴퓨터 비전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자료의 내용이나 형식에 따라 자동으로 키워드, 주제어, 분류 코드, 요약 정보 등을 생성한다.
자동 태깅 기술의 핵심은 자료 내부의 핵심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구조화하여 이용자의 검색, 추천, 연결, 재사용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하나의 전자책이 업로드되었을 때 AI가 해당 책의 제목, 저자, 주제, 요약, 관련 주제어, 연관 자료 등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메타데이터 구조에 맞게 저장하는 것이다. 특히 도서관에서 활용되는 MARC, Dublin Core, BIBFRAME 등의 메타데이터 표준과 연동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면,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도 용이하다. 이 기술은 단순한 시간 절약이 아니라, 사서가 해야 할 고차원적 기획과 큐레이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도서관의 운영 효율성과 정보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역할을 한다.
2. 자동 태깅 기술의 도서관 적용 사례
이미 세계 여러 도서관과 정보기관에서는 AI 자동 태깅 시스템을 도입하여 메타데이터 관리의 혁신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은 PubMed와 같은 생명과학 논문 데이터를 자동으로 태깅하고 MeSH(의학주제어) 분류를 붙이는 데 기계 학습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NLM은 기존 수작업 분류에서 발생하던 지연과 불일치를 줄이고, 보다 일관된 분류체계를 유지하는 데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논문 제목과 초록을 분석하여, 관련 주제어를 예측하고 기존 인덱싱 기준에 따라 자동 분류하며, 이후 사서가 검토하고 확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유럽의 유로피아나(Europeana) 프로젝트가 있다. 유로피아나는 유럽 각국의 문화유산 디지털 자료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자동 태깅 기술을 통해 수천만 건의 이미지, 영상, 오디오 자료에 대한 메타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AI는 시각적 분석과 음성 인식을 통해 주제, 장소, 인물, 연도 등의 정보를 추출하고, 다국어 태그를 생성하여 검색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다양한 언어권의 태그를 통일된 구조로 제공함으로써 이용자 맞춤형 다국어 검색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국립중앙도서관의 KORMARC 자동 생성 시스템이 NLP 기반으로 주제 분석과 요약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 공공도서관에서는 이용자 반응 데이터와 연계한 자동 추천 태그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처럼 자동 태깅 기술은 이미 현실적인 정보관리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3. 기술적 한계와 사서의 역할 재정립
그러나 자동 태깅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첫째, 언어적 문맥 이해의 한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자유’라는 단어가 정치학, 문학, 철학, 법학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일 수 있는데, AI는 문맥적 해석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문화적 민감성을 고려한 태깅에 있어 AI는 여전히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기 어렵다. 특정 인종, 젠더, 종교 관련 자료에 대해 적절한 분류와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편향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셋째, 자동 태깅이 잘 작동하려면 양질의 학습 데이터와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한데, 이는 시간이 많이 들고, 표준화된 데이터셋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정확도 개선이 더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AI와 사서의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다. 자동 태깅이 생성한 결과를 사서가 검토하고 보완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운영 모델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기술 운영자가 아닌, 정보 윤리와 콘텐츠 가치 판단을 담당하는 전문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사서는 자동 태깅 시스템의 설계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여, 어떤 메타데이터 항목이 중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태깅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기술 설계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결국 AI는 사서의 업무를 단순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보 기획과 가치 판단이라는 더 중요한 역할에 집중하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4. 미래 도서관과 자동 태깅의 발전 방향
미래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보관하고 대출하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사용자 생성 정보, 외부 데이터와의 연동까지 포함한 복합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메타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있다. 자동 태깅 기술은 향후 음성 기반 검색, AR/VR 콘텐츠 분류, 사용자 맞춤 큐레이션까지 도서관 서비스의 경계를 넓히는 데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특히, 이용자 경험(UX) 중심의 도서관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빠르고 정확한 태깅을 통한 검색 최적화와 정보 연결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도서관 간 공동 태깅 데이터베이스 구축, 오픈소스 기반 자동 태깅 툴의 공유, 다국어 학습 데이터 확보 등이 주요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또한, 사서를 위한 AI 협업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하며, 기술기업과 협력해 도서관 환경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자동 태깅 엔진 개발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자동 태깅 기술은 정보의 자동화를 넘어서, 지식의 정제, 분류, 조직화를 통해 이용자와 지식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도서관은 이러한 기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 윤리성의 기준 위에서 사서의 통찰력을 통해 주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기술을 통한 도서관 혁신의 진정한 본질이 ‘기술을 통한 인간 중심 정보서비스’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사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서와 AI의 공존: 협업 가능한 업무와 경계 설정 (1) | 2025.06.20 |
---|---|
사서가 설계하는 AI : 인간 중심 기술 기획의 중요성기술 주도 아닌 사서 참여형 AI 설계 사례 (0) | 2025.06.19 |
음성 인식 도우미, 도서관에 등장하다. (2) | 2025.06.18 |
자동화 분류 시스템의 진화 , AI 기반 서지 분류 기술과 기존 분류 체계와의 융합 가능성 (1) | 2025.06.18 |
도서관 챗봇, 어디까지 왔나?국내외 도서관의 챗봇 운영 사례와 성능 비교 (1) | 2025.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