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가 가져온 도서관 자료 대출 방식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공공 서비스 제공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도서관은 밀폐된 공간에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가 오랜 시간 머무는 특성상 감염병에 취약한 공공시설로 간주되었고, 이에 따라 도서관 운영 전반에 걸쳐 비대면 중심의 서비스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자료 대출 방식의 전환이었다. 기존의 대면 중심 자료 대출은 사람 간 접촉을 피할 수 없고, 반납된 도서를 직접 다루는 직원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도서관은 무인대출기와 사전예약 시스템 등 기술 기반의 비접촉 서비스로 급격하게 이동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감염병 예방이라는 위기 대응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도서관 서비스의 본질과 운영 철학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다. 무인대출기와 사전예약 시스템은 운영의 효율성과 이용자의 편의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며, 기존의 일방향적 서비스에서 양방향적이고 자율적인 서비스 구조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도서관의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향후 자료 이용 방식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 무인대출기의 도입과 확산
무인대출기는 코로나 이전에도 일부 도서관에서 도입되어 제한적으로 운영되었으나, 팬데믹 이후 그 도입 속도와 범위는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무인대출기는 이용자가 직접 자료를 스캔하고 대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으로, 키오스크 형태로 제공되며 도서관 내 출입구나 대출대 인근에 설치된다. 이용자는 회원증을 인식시키고 자료의 바코드를 스캔함으로써 별도의 직원 응대 없이 도서를 대출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비접촉 대출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이용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직원의 업무 부담도 크게 경감시킨다.
또한, 무인반납기와 연계해 도서의 자동 소독과 재정리를 병행하는 시스템도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일부 구립도서관에서는 도서를 반납함과 동시에 자외선(UV) 살균이 이뤄지고, RFID를 통해 자동으로 입고 처리가 되며, 무인반납기 내에서 자동 정리함으로 이동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서의 직접적인 접촉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이용자에게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야간이나 무인 운영시간에도 이용이 가능해, 24시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무인대출기의 의미는 더욱 크다.
3. 사전예약 시스템의 등장과 정착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이용이 제한되면서, 사전예약을 통한 도서 대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용자는 온라인으로 원하는 도서를 검색하고, 해당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한 후 지정된 시간에 방문하여 도서를 수령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대출 데스크에서 수령하는 방식이었지만, 이후에는 무인대출기나 ‘도서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진화하며 더욱 안전하고 간편한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이 시스템은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이용자에게는 도서 이용의 지속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보였다.
특히 사전예약 시스템은 인기 도서나 특정 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이용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예약 순서에 따라 도서 확보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대출 가능 시점 알림 서비스와 연계되어 이용자는 불필요한 방문 없이 자료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예약 대기자 관리, 이용자별 대출 선호도 분석, 자료 회전율 개선 등 도서관의 자료 운영 체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용자의 능동적 참여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서관의 미래 방향성과도 부합하는 진화라 할 수 있다.
4. 대출 방식 변화에 따른 사서 역할과 운영 시스템의 변화
자료 대출 방식의 비대면화는 사서의 역할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히 도서를 대출·반납 처리하던 사서의 전통적 업무는 무인화 시스템에 의해 상당 부분 대체되었고, 이제 사서는 보다 고차원적인 역할, 즉 이용자 서비스 기획, 시스템 관리, 정보 활용 교육, 빅데이터 기반 자료 분석 등 지적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무인 시스템의 도입 초기에 발생하는 오류나, 디지털 기기 이용이 어려운 고령 이용자를 위한 지원 업무는 사서의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는 분야다.
운영 시스템도 이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RFID 기반 자료 관리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통합 도서관 플랫폼과 연동된 예약·대출 관리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도서관은 점점 더 ‘스마트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모바일 앱 기반으로 사전 예약, 대출 연장, 자료 추천, 열람실 자리 예약까지 통합 제공하는 도서관 통합 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자료 대출 방식을 넘어 도서관 이용 전반을 혁신하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도서관이 지식 공간에서 기술 기반 서비스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5. 장기적 전망과 과제: 기술과 공공성의 균형
무인대출기와 사전예약 시스템은 코로나19로 인해 촉진된 도서관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스템들은 단순히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책이 아닌, 이용자 편의성 증대, 운영 효율화, 맞춤형 서비스 확대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시스템들이 도서관의 공공성, 형평성, 접근성이라는 가치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기술 기반 시스템의 유지관리,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오류에 대한 대응 체계 마련 등도 중요 과제로 남아 있다. 무인화가 인간 사서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방향이 아닌, 보다 고도화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인적 자원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결국 코로나 이후의 도서관은 기술과 사람, 비대면과 대면, 효율성과 배려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복합적 서비스 모델로 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기술적·정책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이용자가 안전하면서도 자유롭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의 미래는, 이처럼 변화된 대출 방식의 정착과 개선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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