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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도서관은 어떻게 독서문화를 이끌었나?

hpsh2227 2025. 6. 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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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택트 시대의 도래와 도서관의 역할 재정의

코로나19로 상징되는 언택트 시대의 도래는 도서관의 존재 이유와 운영 철학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기존의 도서관은 물리적 공간에 기반한 자료 이용, 프로그램 운영, 지역 공동체의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기능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대면활동 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운영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 하지만 도서관은 공공성과 접근성이라는 고유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하며 독서문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전개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 비대면 프로그램, 온라인 독서 플랫폼 연계 서비스, 비접촉형 자료 대출 시스템은 언택트 환경 속에서도 도서관이 독서문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 주요 수단이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디지털 콘텐츠와 참여형 독서 경험을 연계한 지식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독서 모임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도 다수의 도서관은 온라인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Zoom, 유튜브, 네이버 밴드 등의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와의 소통을 이어갔다. 또한 QR코드 기반의 모바일 전자책 서비스, 온라인 큐레이션, 추천도서 콘텐츠는 기존의 종이책 중심 독서에서 벗어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은 이렇게 언택트라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독서 접근성과 참여 기회를 넓히며,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공공 문화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 온라인 독서모임과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션의 확산

언택트 시대의 도서관 독서문화 진흥 전략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온라인 독서모임의 본격적인 운영이다. 과거 도서관 독서 프로그램은 대체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여 정해진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연령과 관심사를 반영한 온라인 독서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독서모임 참여자의 폭이 넓어지고 지역 간, 세대 간 장벽도 허물어졌다. 예를 들어, 서울도서관은 ‘시민 독서동아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영상 기반의 토론과 작가 초청 강연을 접목시켰고, 대구광역시립중앙도서관은 지역 독서동아리를 유튜브와 Zoom을 통해 지속 운영하여 시민의 자율적 독서 참여를 도왔다.

또한 큐레이션 콘텐츠의 디지털화도 눈에 띄는 성과였다. 도서관은 추천도서를 단순히 목록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오늘의 책’, ‘주제별 큐레이션’, ‘사서의 추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여 SNS나 홈페이지, 블로그를 통해 배포했다. 특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시각적 요소가 강한 플랫폼을 활용한 카드뉴스, 영상 북트레일러, 책 소개 릴스는 젊은 세대를 도서관으로 이끄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다. 이런 큐레이션은 독서의 흥미 유발뿐만 아니라, 독자 간의 공유와 확산을 유도하며 디지털 공간에서의 ‘책 이야기 문화’를 형성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도서관이 지식과 감성의 연결자 역할을 수행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3. 비접촉 기반 서비스와 독서 접근성의 확대

언택트 시대 도서관의 또 다른 혁신은 비접촉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자료 접근성과 대출 방식의 개선이었다. 무인대출기, 사전예약 대출, 도서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도서 이용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전략이었다. 특히 온라인으로 자료를 예약하고 지정된 시간에 수령하거나, 도서관 외부에서 책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한 드라이브스루 대출 서비스는 감염병 확산 방지와 독서활동 지속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시켰다. 이와 함께 택배를 이용한 도서 배송 서비스, 동네서점과 연계한 도서 대출 대행 서비스도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시도로 자리 잡았다.

전자책, 오디오북,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제공 역시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공공도서관을 통해 전자도서관을 구축하고, 다양한 디지털 자료를 이용자가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학부모, 직장인, 고령층 등 시간 활용에 제약이 있는 계층에게는 큰 호응을 얻었다. 예를 들어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서울시전자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의 e-book·오디오북 서비스는 이용자 수와 이용 건수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이처럼 언택트 시대의 도서관은 디지털 격차 해소와 독서 기회의 균등화를 위해 비접촉 기반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독서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언택트 시대, 도서관은 어떻게 독서문화를 이끌었나?

4. 향후 과제와 지속 가능한 독서문화 확산 방안

언택트 시대의 도서관 운영은 다양한 실험과 성과를 통해 독서문화 진흥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여러 과제도 동반하고 있다. 첫째는 디지털 격차 문제다. 모든 국민이 비대면 서비스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정보소외 계층은 온라인 독서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도서관은 비대면 서비스와 대면 서비스를 병행하면서도,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맞춤형 이용 지원과 정보 접근성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 구축이다. 온라인 독서모임과 큐레이션 콘텐츠는 초기에는 신선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재와 형식의 반복으로 인해 피로도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도서관은 주제의 다양화, 독자 참여 확대, 외부 전문가 협업 등 콘텐츠의 품질과 다양성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언택트 서비스가 도서관의 정체성과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서관은 단순한 자료 제공 기관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식과 삶을 매개하는 공공문화 공간이다. 따라서 비대면 기술은 물리적 공간의 대체가 아닌 확장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대면과 비대면 서비스가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는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넷째는 사서의 역량 강화다.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 확대는 사서에게도 새로운 역할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온라인 콘텐츠 기획, 정보기술 활용, 비대면 이용자 상담, 빅데이터 분석 역량은 향후 도서관 전문인력 양성 과정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처럼 도서관은 언택트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며, 기술과 사람, 정보와 감성을 연결하는 지식 플랫폼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독서문화의 지속가능한 확산을 위한 도서관의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