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은 도서관의 생존 전략
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도서관 운영에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사람 간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도서관은 일시 휴관, 부분 개방, 사전예약제 운영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지만, 궁극적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비대면 서비스 체계로의 급속한 전환’**이 요구되었다. 기존의 종이 기반 대출 중심 서비스는 급격히 축소되었고, 이용자의 도서관 접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본격화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었다. 정보 이용자의 접근성과 정보 소비 방식 자체가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었기에, 도서관 역시 물리적 공간 중심의 서비스 모델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온라인 정보 제공 시스템으로의 진화가 필요했다. 즉, 비대면 서비스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선택’이 아닌, 도서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2. 비대면 서비스의 핵심: 자료 접근성과 정보 활용의 디지털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과거에는 이용자가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 자료를 검색하고, 대출하고, 열람해야 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환경에서 동일한 기능이 제공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었다. 이를 위해 도서관들은 전자책(e-book) 서비스, 오디오북 플랫폼, 디지털 학술정보 제공 DB, 비대면 정보검색 요청 시스템(Reference Service) 등을 구축하거나 확대 운영했다.
대표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은 코로나 시기 온라인 사서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디지털 컬렉션을 확대하여 고문서, 신문, 고서 등 다양한 자료를 원문으로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공공도서관 중 일부는 자체 앱을 통해 전자책 열람과 예약, 희망도서 신청까지 가능하게 만들며 접근성을 개선했다. 또한, 북드라이브(Drive-Through 대출), 무인예약대출기, QR코드 기반 대출 서비스 등 다양한 창의적 방법이 등장해 도서관의 자료 접근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외에도 줌(Zoom), 유튜브 라이브, 네이버 밴드 등을 이용한 비대면 독서모임, 온라인 강연, 메타버스 독서 행사 등은 도서관의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도 비대면으로 옮겨오며 디지털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런 디지털화 흐름은 정보 제공 뿐 아니라 사람 간 교류의 장으로서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의 폭도 넓혔다.
3. 디지털 전환을 성공으로 이끈 국내외 사례들
한국의 도서관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를 계기로 도서관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미국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은 팬데믹 기간 동안 SimplyE라는 전용 전자책 앱을 통해 회원가입부터 자료 열람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률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영국의 런던 도서관(London Library)은 자국민에게 온라인 회원제를 도입하여, 외국에 있는 사람들도 도서관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서울도서관은 모바일 도서관 앱, 비대면 대출 시스템, **온라인 영상 콘텐츠 플랫폼(서울도서관TV)**을 구축하며 적극적인 디지털 서비스 확장을 시도했고, 경기중앙도서관은 비대면 학습지원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수험생 이용자에게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했다. 또한 전국의 도서관들이 네이버TV,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독서 토론, 저자 강연, 문화 공연 등을 온라인 생중계로 제공하며 문화 접근성까지 강화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지 기술을 도입한 것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이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교육·문화 기회의 평등을 유지하려는 본질적 가치 실현에 충실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디지털 전환은 도서관이 가진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21세기 방식으로 재해석한 결과인 것이다.
4. 장기적 관점에서의 변화와 도서관의 미래 전략
코로나19는 도서관에 디지털화의 시계를 앞당기게 한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도서관 운영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주는 ‘기회’이기도 했다. 물리적 공간 중심의 운영 방식은 더 이상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디지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운영 모델’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도서 대출소’를 넘어서, 정보 접근권 보장 기관, 온라인 지식 생태계의 중심, 개인 맞춤형 학습 플랫폼으로의 변모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IT 인프라 보강을 넘어서, 사서의 디지털 정보 역량 강화, AI·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 시스템,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아카이빙 능력 확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 설계 능력이 조직 차원에서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정보 접근 취약 계층을 위한 디지털 포용 정책과 정보 격차 해소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만 도서관의 공공성도 함께 지켜질 수 있다.
앞으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식과 도구를 제공하는 평생학습 플랫폼이자 사회적 연결망의 핵심 노드로 기능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도서관은 더 이상 과거의 연장선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틀 위에 세워져야 할 미래형 기관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도서관 종사자들의 혁신 의지이며, 그 출발점이 바로 ‘비대면 서비스의 일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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