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합적 상황 속에서 요구되는 도서관 문제해결 역량
도서관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소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용자와 목적, 기술이 공존하는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도서관 직원, 특히 사서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자료 관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는 도서 분실이나 훼손, 이용자 간의 갈등, 장비 고장, 갑작스러운 행사 취소 등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수시로 발생하며, 이때 사서는 단순한 대응이 아닌 ‘문제 해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문제해결 능력은 주어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제한된 자원과 조건 속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예컨대, 정보 검색이 어려운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 설계,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변형 배치 운영, 다문화 이용자의 민원 해결 등은 기술적인 대응뿐 아니라 정서적 민감성과 조직적 협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따라서 오늘날 도서관은 사서의 문제 해결 역량을 시스템 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며, 이는 교육과 실천, 그리고 조직 문화의 변화와도 밀접히 연결된다.
2. 도서관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문제 유형과 실무 대응 사례
도서관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이용자 응대 문제다. 예를 들어 소음을 유발하는 이용자, 자료를 독점하려는 집단, 비협조적인 민원인의 반복적 요구 등은 사서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는 운영 시스템과 시설 문제다. 예약 시스템의 오류, 전산 프로그램 정지, 디지털 장비 고장 등은 즉각적인 대처가 없으면 도서관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셋째는 자료 이용과 관련한 법적·윤리적 문제다. 표절이 의심되는 자료 요청, 금서나 혐오 서적에 대한 민원, 아동 보호 관점에서의 자료 검토 등 복합적인 기준과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 넷째는 행사나 프로그램 운영 중 발생하는 변수들이다. 강사 불참, 홍보 부족에 따른 저조한 참여율, 예산 변경 등은 사서가 기획 단계부터 리스크를 고려해 탄력적인 운영 능력을 갖춰야 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한 실제 사례들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한 공공도서관에서는 반복적인 민원인을 ‘도서관 이용 서포터즈’ 프로그램에 초대해 협력자로 전환시킨 바 있고, 한 학교도서관에서는 수업 중 자료 독점 문제가 심각하자 ‘자료 회전제’를 도입하고 전자책 시스템을 병행해 갈등을 줄였다. 또 다른 지역 도서관은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자 피드백을 수렴한 결과, 책상 배치를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휴게 공간과 학습 공간을 시간대별로 분리 운영하는 방식으로 만족도를 크게 높인 바 있다. 이처럼 사서의 문제해결 능력은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운영의 질적 향상과 직결된다.
3. 문제해결 능력 향상을 위한 사서 교육과 훈련 체계
도서관 현장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은 선천적 기질보다는 교육과 경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역량이다. 이를 위해 최근 여러 기관과 도서관은 사서 대상의 직무 역량 강화 교육에 문제 해결 중심 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는 **사례 기반 학습(Case-Based Learning)**이다. 이는 실제 도서관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분석하고, 참가자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해결방안을 토론해보는 방식이다. 문제 상황의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훈련은 복잡한 문제를 명확하게 해석하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는 시뮬레이션 및 롤플레잉 기법이다. 민원 응대, 장비 고장, 프로그램 취소 상황 등 다양한 문제를 가상 상황으로 설정해 즉흥적으로 대응해보게 함으로써, 현장감 있는 실전 연습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는 **협업 기반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 Learning)**이다. 여러 부서나 외부 기관과 협력하여 실제 도서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실질적 실행력과 팀워크를 함께 배양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감정노동 관리와 갈등 조정 기술에 대한 교육, 리더십 코칭,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과정 등도 사서의 문제해결 역량을 확장시키는 데 유용하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도서관 환경에서의 기술적 장애나 사이버 보안 문제 대응, AI 기반 추천 시스템의 오류 분석 등 디지털 문제해결 역량 또한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IT 리터러시 교육과 정보 시스템 기초 과정도 병행되는 추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생학습기관이나 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사서 아카데미에서 실무형 문제해결 집중 과정을 개설하여, 지역 기반 현장 문제 해결 능력까지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은 단기 기술 습득이 아닌, 사서의 문제해결 사고방식과 실천력을 내재화하는 핵심 기반이다.
4. 문제해결형 도서관 문화 조성의 필요성과 방향
개별 사서의 역량뿐 아니라, 도서관 조직 전반에서 문제해결형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곧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해결에 동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도서관 내부에서는 정기적인 문제 공유 회의나 사례 발표회를 운영하고, 문제 발생 시 개인 책임이 아닌 조직 차원의 개선 기회로 접근하는 심리적 안전 기반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도서관 운영지침이나 서비스 매뉴얼도 정태적 규칙에 머무르기보다, 변화와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갱신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존의 문제 발생 보고서 체계를 탈피해, 해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학습형 보고서’를 도입하면, 축적된 노하우가 다른 직원에게도 공유되며, 조직 전체의 문제 해결 지능이 높아진다.
나아가 문제해결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삼고, 이를 정기적인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단순히 민원 건수나 도서 대출량으로만 평가하기보다는,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그 결과 조직과 이용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등을 중심으로 한 질 중심의 성과 관리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사서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리더십 훈련, 협업 문화 강화 프로그램도 병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한 사서를 각 도서관의 변화 추진 인재로 육성하고, 다양한 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때, 도서관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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