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서지도사와 사서, 직무의 출발점이 다르다
독서지도사와 사서는 모두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시작점과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사서는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대학도서관, 전문도서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문헌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하며, 이용자에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다. 이들은 정보 접근성과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정보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독서지도사는 주로 아동이나 청소년,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책을 매개로 한 정서적 성장, 사고력 향상, 표현력 계발 등을 도모하는 독서교육 전문가다. 즉, 독서지도사의 주요 목적은 독자를 위한 읽기 활동의 심화와 내면적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으며, 이는 교육심리학적 접근이 뒷받침된다. 두 직무 모두 책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지만, 사서가 시스템 중심의 공공서비스를 설계하는 전문가라면, 독서지도사는 개인의 발달과 독서 경험을 설계하는 교육자라고 할 수 있다.
2. 독서지도사는 독자의 감성과 사고력을 다룬다
독서지도사의 핵심 역할은 단순히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한 사고력·창의력·공감력·표현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주로 독후활동, 독서 토론, 창의적 글쓰기, 독서 감상 표현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통해 책의 내용을 내면화하고, 독자가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언어 발달 및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설계하고, 성인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치유, 자존감 회복, 삶의 통찰력 제고 등 정서적 안정에도 기여한다. 이 과정에서 독서지도사는 심리학, 아동발달학, 교육학, 문학에 대한 기본 소양이 요구되며, 일부는 독서치료나 문학치료의 기법을 병행해 전문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반면, 사서는 책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범주를 넘어서는 해석이나 심층적인 독서지도는 상대적으로 전문 영역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감성 기반 독서교육이 필요한 프로그램에서는 독서지도사의 역할이 보다 부각된다.
3. 사서는 정보와 자원의 통합적 관리자다
사서의 전문성은 정보의 조직화, 디지털 콘텐츠 관리, 참고서비스 제공, 주제별 자료 큐레이션 등에서 발휘된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정보의 급증에 따라, 사서의 역할은 ‘단순한 책 관리’가 아닌 이용자 맞춤형 정보 설계자이자 정보 접근권의 수호자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에 대해 자료를 탐색해주는 ‘주제 정보 서비스’나, 고령층과 장애인을 위한 정보 격차 해소 서비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은 사서의 대표적 전문 서비스다. 또한 학교도서관에서는 교과와 연계된 독서자료 제공, 자료 활용 수업 지원, 도서관 행사 운영 등을 통해 학습을 지원한다. 즉, 사서는 자료와 공간,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전략적 기획자이자 운영자의 성격을 가진다. 독서지도사가 책의 내용을 해석해주는 감성적 해석자라면, 사서는 그 책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돕는 지식 유통의 설계자라 할 수 있다.
4. 현장에서의 협력 모델: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
독서지도사와 사서는 분명히 역할과 전문성이 다르지만, 실제 도서관이나 학교, 복지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는 상호보완적 파트너로서 협력 모델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에서 독서지도사는 독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거나 진행하고, 사서는 프로그램 대상 도서 선정, 공간 구성, 행사 홍보, 자료 준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학교도서관에서는 독서지도사가 독서 활동 수업을 진행할 때, 사서는 교육과정에 맞는 자료 큐레이션과 연계 학습 지원 자료를 구성한다. 또, 장애인, 노인, 다문화 가정 등 특수계층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에서는 사서가 대상자를 연결하고 자료를 제공하면, 독서지도사가 구체적 활동을 운영하는 구조로 협업이 가능하다. 이처럼 두 직무는 기능적으로 독립적이면서도, 목적을 공유할 때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 도서관에서는 사서와 독서지도사가 팀을 이뤄 연간 프로그램을 공동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도서관의 교육·문화 기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5. 미래형 독서 생태계를 위한 공동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정보사회에서의 도서관은 더 이상 정보 제공 기관에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독자들이 지식·문화·정서를 소통하는 거버넌스형 커뮤니티로서의 도서관이 요구되며, 이에 따라 사서와 독서지도사의 전문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방향이 이상적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사서는 플랫폼 관리와 디지털 정보 접근 설계를, 독서지도사는 콘텐츠 해석과 감성적 독서활동 설계를 맡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독서지도사와 사서의 업무 영역이 혼동되거나, 인력 부족으로 인해 비전문적 운영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직무 교육과정에서부터 양직종의 차이와 협력 구조를 명확히 교육하고, 기관 차원에서는 공동 프로그램 기획 시스템, 협업 평가체계 등을 도입해 기능적 연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서와 독서지도사가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정보와 정서, 교육과 문화가 연결되는 공공 생태계를 조성하는 ‘공동 창작자’로서 자리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의 흐름을 설계하는 사서와, 그 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독서지도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은, 보다 풍부하고 깊이 있는 독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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