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전국/지역 사서 학습모임 및 협의체 소개

hpsh2227 2025. 5. 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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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서의 성장을 이끄는 자발적 학습공동체의 의미

사서라는 직업은 정적인 사무직이나 단일 기능 직무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우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 전문직에 속한다. 정보기술의 발전, 이용자 요구의 다변화, 공공성과 윤리성에 대한 요구 증대는 사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식과 역량을 습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서들은 정규 연수나 공식 교육만으로는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고, 시간과 자원의 제약 속에서 실무 중심의 역량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이 바로 전국 및 지역 기반의 사서 학습모임과 협의체 활동이다. 이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서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현장의 사례를 공유하고,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탐색하는 자발적 학습공동체로,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현장 중심 지식의 생성과 실천이 이루어지는 매우 유의미한 구조다. 특히 이들은 기관 중심 교육에서 다루기 어려운 소소하지만 핵심적인 문제들, 예컨대 ‘이용자 응대 스트레스 대처법’, ‘현장 맞춤형 북큐레이션 노하우’, ‘예산이 적은 상황에서의 효과적인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해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살아 있는 학습장이 된다.

 

 

전국/지역 사서 학습모임 및 협의체 소개

 

 

2. 전국 단위 사서 협의체: 정보 공유와 정책 논의의 장

전국적인 차원에서 운영되는 사서 협의체는 주로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도서관 등의 유형에 따라 분화되어 있으며, 각 도서관 유형의 운영 현실과 전문성에 맞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도서관협회(KLA)**는 전국 도서관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협의체로서, 연례 학술대회, 실무자 워크숍, 정책 제안 포럼 등을 통해 도서관 현안과 사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문헌정보학회,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대한의학도서관협의회,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등 분야별 전문 협의체가 존재하며, 이들은 정기 세미나, 연구 발표, 간행물 발행 등을 통해 전국의 사서들이 학문적·정책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전국 단위 조직은 단지 정보 교환을 넘어, 사서의 사회적 위상 강화와 정책 연계 활동에도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는 도서관 정책 변화에 따른 공동 대응, 직무 환경 개선, 사서 채용 기준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사서 직업군 전체의 권익과 직무 향상을 위한 연대 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사서들이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획한 발표나 제안서가 실제 정책 개선의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전국 협의체는 단순한 학습 네트워크를 넘어 사서 주도의 변화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

 

 

 

3. 지역 사서 모임: 실무 중심 학습과 커뮤니티 연대의 힘

보다 실질적인 현장 학습이 이루어지는 곳은 바로 지역 기반의 사서 학습모임과 네트워크다. 예를 들어 서울의 ‘사서의 책장’, 부산의 ‘부산사서네트워크’, 광주의 ‘도서관 수다방’, 대전의 ‘책이 있는 사람들’, 제주도의 ‘섬사서 모임’ 등은 지자체나 기관 주도가 아닌 사서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율 학습모임으로, 지역 도서관의 환경과 상황에 맞춘 소규모 네트워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북토크, 독서 큐레이션 실습, 사례 공유 세미나, 연합 북페어 기획, 작은 전시 실습, 북레터 공동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며, 도서관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와 기술을 교류한다. 특히 업무 중 겪는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모색하면서 사서들 간 정서적 지지와 실무 노하우의 상호 공유가 이뤄지며, 이는 ‘혼자 일하는 사서’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한다. 지역 기반 모임은 전국 협의체보다 작고 느슨한 구조이지만, 그만큼 유연하고 자율적인 실천이 가능하며, 지역 문화기획, 학교 연계, 주민 참여 등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일부 모임은 지역 문화재단이나 평생교육기관과 협력해 소규모 워크숍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점차 지역의 시민문화 형성과도 연결되고 있다.

 

 

 

4. 온라인 기반 사서 네트워크와 새로운 학습 생태계의 형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사서 학습모임에도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기반 사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고, 이는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다양한 지역의 사서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었다. 예를 들어 ‘슬기로운 사서생활’, ‘페이스북 도서관 사람들’, ‘사서의 작업노트’, ‘학교도서관 사서 커뮤니티’ 등 SNS 기반 모임은 사서 간 질문과 답변, 실무 공유, 자료 요청, 북큐레이션 사례, 교육 프로그램 교안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정보의 흐름과 소통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커뮤니티는 경력과 소속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방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며, 기존 협의체나 공식 교육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더불어 줌(Zoom), 구글밋(Google Meet), 패들렛(Padlet), 카카오워크 등 다양한 온라인 협업 툴이 도입되면서 소규모 학습모임도 더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온라인 북큐레이션 전시, 비대면 사서 강연회, 독서토론 워크숍 등 온라인 기반 콘텐츠 공동 제작과 운영 경험도 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사서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한 콘텐츠 아카이빙, 정보 큐레이션 공유 플랫폼 개발 등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열고 있다.

 

 

 

5. 사서 학습모임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문화적 과제

전국 및 지역 단위, 온라인 기반 사서 학습모임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자발적 학습 모델로서 매우 유효하지만, 이들이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학습 생태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문화적 과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개별 도서관과 운영기관은 사서의 자율 학습 활동을 단지 ‘업무 외 활동’으로 보지 말고, 공식 직무 개발 활동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사서 모임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 공간, 시간, 소액 예산 등의 행정적 지원 구조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학습모임이 조직 문화로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다. 셋째, 모임 간 교류와 연대도 필요하다. 특정 지역이나 유형의 사서 모임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장 가능한 협업 플랫폼과 커뮤니티 아카이브를 구축함으로써 사서들의 지식 생산을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하는 방식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학습모임에서 생산된 콘텐츠, 기획안, 운영 사례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사서들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가르치고 함께 배우며, 현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지식의 실천가들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공유되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조직과 정책이 그 흐름을 따라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