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록의 정의가 바뀌는 시대: 데이터는 새로운 기억의 원료인가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생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휴대전화로 촬영되는 사진, 이메일과 SNS에 쌓이는 메시지, 업무 시스템에서 자동 생성되는 로그 데이터, 그리고 우리가 플랫폼에서 클릭하는 모든 행동까지—이 모든 것이 기록이다. 데이터 시대는 기록의 경계를 무한대로 확장시켰고, 기록학을 “무엇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닌 “어디까지 기록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훨씬 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했다. 과거의 기록이 문서나 문헌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흔적 전체가 기록의 후보가 된다. 그러나 양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곧 가치의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데이터는 무한하지만, 그 안에서 진실을 해석하는 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