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상 공간, 사서의 새로운 무대
메타버스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가상 공간과 현실 세계가 혼합된 이 디지털 환경은 소셜 네트워크, 교육, 문화, 경제 활동까지 포괄하며 일상의 새로운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며, 전통적인 물리 공간에서 벗어나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제공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일부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은 메타버스 기반 도서관을 구축하여 가상 공간에서 자료 검색, 독서모임, 전시 관람, 강연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지 형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서의 정체성과 업무 범위를 본질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메타버스 속 도서관은 단순한 전자책 열람을 넘어서, 아바타 간 상호작용, 콘텐츠 큐레이션, 정보 환경 설계, 디지털 시민 교육 등을 포함하는 복합 정보 서비스 공간으로 기능하며, 사서는 그 중심에서 기획자이자 매개자, 그리고 안내자로서 활동하게 된다.
2. 정보 중개자에서 경험 설계자로의 전환
전통적인 사서는 도서 자료의 관리와 제공을 핵심 역할로 수행했다. 그러나 메타버스 속 사서는 물리적인 자료 대신,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체험과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도서관 내에서는 단순히 도서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가상 공간에서 책의 내용을 시각화하거나, 문학 속 장면을 3D 공간으로 재현해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또한 이용자들의 활동을 분석하여 맞춤형 정보 공간을 설계하거나, 아바타의 동선을 고려한 접근성 높은 정보 배치 등을 기획하는 일이 요구된다. 이는 사서를 단순한 '정보 중개자'에서 '경험 설계자(Experience Designer)'로 변모시키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사서는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정보요구뿐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 참여도, 몰입감 등을 고려하여 콘텐츠를 구성해야 하며, 이는 곧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융합적 이해와 역량을 요구하게 된다.
3. 디지털 격차 해소자이자 디지털 시민성 교육자
메타버스는 미래의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격차를 동반한다. 기술 접근성, 플랫폼 이해도,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계층은 이 가상 공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서는 단지 메타버스 공간을 운영하는 관리자에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 취약계층이 가상 환경에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정보소외 지역 주민 등을 위한 맞춤형 인터페이스 설계, 쉬운 접근을 위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초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필수적이다. 또한 메타버스 공간은 익명성과 현실과의 단절을 통해 사이버 폭력, 허위 정보 유통,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 쉽기 때문에, 사서는 정보 윤리, 디지털 시민성에 대한 교육자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도서관은 가상 공간 속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중심지로서, 시민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정보 사회의 길잡이로서 존재해야 하며, 이는 사서가 그 중심에서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미래 역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4. 기술 협업가이자 플랫폼 전략가로의 성장
메타버스 도서관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기술 기반 협업을 전제로 한다. AR/VR 개발자, UI/UX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서버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사서는 이들과의 중간 지점에서 도서관의 목적과 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콘텐츠 큐레이션은 물론 플랫폼 전략 설계에도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가(Meta, ZEP, Roblox 등), 어떤 형태의 아바타가 적합한가, 도서관 콘텐츠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 어떤 접근 방식을 통해 교육과 정보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판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사서에게 기술 역량만큼이나 문화적 감수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하며, 직무 교육 및 사서 양성과정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커리큘럼의 전환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속 사서는 이제 더 이상 단일 분야 전문가가 아닌, 다학제적 협업과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미래형 정보 전문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5. 미래 사회의 ‘디지털 공공성’ 수호자로서의 사서
가상현실의 확장은 공공 도서관의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정보 접근의 보편성과 평등성이라는 도서관의 가치가 메타버스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 디지털 환경에서의 상업화와 콘텐츠의 폐쇄성은 공공성을 위협하며, 이는 사서의 존재 이유를 더욱 분명히 해 준다. 메타버스 환경에서도 누구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지키는 역할은 사서에게 귀속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방향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포용과 다양성의 가치를 정보 서비스 안에 녹여내야 한다. 사서는 가상 공간 내 도서관의 설계, 운영, 콘텐츠 구성, 커뮤니티 참여까지 총체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로 나아가야 하며, 이는 결국 도서관이라는 제도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일로도 이어질 것이다. 정보 접근이 상품화되고 있는 디지털 사회에서, 사서는 다시금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의 문’을 여는 존재로, 현실과 가상 모두에서 그 역할을 재확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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