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 추천 알고리즘의 등장과 정보 접근의 새로운 패러다임
AI 기술의 발전은 도서관 서비스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추천 시스템’은 가장 대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이다. 과거 이용자는 책이나 자료를 찾기 위해 카탈로그 검색이나 사서의 안내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이 개인화된 도서 추천, 주제별 큐레이션, 검색 결과 최적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대출 이력, 검색어, 열람 시간, 선호 장르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그에 맞는 자료를 자동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방대한 자료 속에서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결과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넷플릭스 등의 상업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나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 알고리즘은 공공도서관에서도 점차 응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일부 도서관에서 시범적으로 AI 기반 도서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술은 정보 접근의 문턱을 낮추고, 이용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2. 기계의 정교함 vs 인간의 통찰력: 추천 방식의 본질적 차이
AI 알고리즘과 인간 사서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추천의 기준’과 ‘이해 방식’에 있다. AI는 수치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동일한 패턴을 반복 학습하여 예측 가능한 결과를 도출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최근에 청소년 소설을 3권 이상 대출했다면, 비슷한 독자층이 선호한 책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반면 인간 사서는 데이터를 참고하되, 이용자의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안내가 가능하다. 예컨대, 한 학생이 청소년 소설을 빌린 이유가 독후감 숙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서는 독후감 작성에 적합한 작품, 문학성과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는 작품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인간 사서는 표면적인 관심사 너머, 이용자의 감정 상태, 대화 속 뉘앙스, 몸짓 등을 해석하여,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료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선호도를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용자와의 관계 속에서 축적된 ‘지식 중재자로서의 직관’과 연결된다. 결국 AI는 ‘선택의 자동화’를, 사서는 ‘선택의 의미화’를 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 차이는 추천 결과의 질과 이용자 만족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공감과 경험의 힘: 사서만이 제공할 수 있는 비정량적 가치
인간 사서는 단순한 정보 안내자가 아니라, 이용자의 경험을 함께 구성해나가는 ‘공감의 전문가’로 볼 수 있다. 특히 독서 추천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삶의 맥락과 정서, 지적 성장을 함께 고려하는 정성적 과정이다. 예를 들어, 사서는 외로운 노인을 위해 그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고전 문학을 권하거나, 진로 고민을 겪는 청소년에게는 자서전과 심리학 책을 함께 추천하는 등 인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추천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정적 해석과 문화적 직관, 경험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또한 사서는 다양한 연령층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비정형적 요구나 숨겨진 욕구를 읽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AI가 수치화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예술, 문학, 사회 문제와 같이 해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이러한 사서의 조언이 더욱 빛을 발한다. 결국 추천의 본질이 ‘당신을 위한 것’을 찾는 데 있다면, 그 과정에서 공감과 인간적 이해가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대체될 수 없다.
4. 협력의 가능성: AI와 사서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보 서비스
AI와 인간 사서를 단순한 대립 구조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두 주체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정보 서비스의 새로운 질적 도약을 이끌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AI는 대규모 데이터 기반 추천을 통해 사서가 놓칠 수 있는 영역을 보완할 수 있으며, 사서는 AI가 제안한 자료들 중에서 맥락에 맞는 것을 선별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대학 도서관에서는 사서가 AI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북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독서지도 프로그램의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또한 챗봇 기술을 활용해 기본적인 정보 응대는 AI가 담당하고, 복합적인 질문이나 감정적 접근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서가 직접 상담하는 방식도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AI와 사서의 협력 구조는 단순한 업무 분담이 아니라, 정보 접근성과 맞춤형 서비스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도서관 시스템 내에서 AI 도구를 운영·관리하고, 추천 알고리즘의 편향이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 역시 사서의 전문 역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5. 미래의 추천은 누구의 손에? 인간 중심 정보 환경의 방향성
기술은 발전하지만, 정보 서비스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공공성과 교육성을 지닌 도서관에서는 인간 중심의 정보 환경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추천 알고리즘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이용자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구축하기엔 한계가 있다. 정보의 다양성과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취향만 반복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정보 편식과 인식의 편향을 불러올 수 있다. 반면 사서는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 스스로 더 넓은 세상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AI와의 협력 속에서도 인간 사서의 개입과 판단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미래의 도서관은 ‘기술적 효율성’과 ‘인간적 통찰력’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결국 도서관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기술을 수단으로 삼되 인간의 가치와 관계를 중심에 두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지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사람의 마음과 맥락을 이해하는 깊이는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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