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중립적인가? 정보 편향 시대의 사서의 책임
도서관은 정말 중립적인 공간인가?
도서관은 흔히 '모두에게 열려 있는 지식의 평등한 공간'으로 정의된다.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차별 없이 제공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도서관의 본질적 가치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정보의 바다 속에서 '중립'이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예를 들어, 도서관 장서 구성은 언제나 누군가의 선택과 배제의 과정을 거치며, 이는 특정 가치를 반영하거나 특정 관점을 제한할 수 있다. 즉, 사서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곧 편향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는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이용자의 정보 접근에 영향을 미치며, 도서관 역시 그 속에서 완전한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중립적'이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오히려 '어떻게 하면 공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시각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정보 편향 시대의 도서관 역할
오늘날 정보 환경은 가짜뉴스, 편향된 데이터, 알고리즘 필터링 등으로 인해 심각한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보다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접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히기 쉽다. 이런 시대일수록 도서관은 단순한 자료 제공처가 아니라, 정보의 다양성과 균형을 보장하는 적극적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예컨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해 도서관은 특정 진영의 입장만을 강화하는 자료가 아닌, 상반된 시각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편향을 인식하고 다양한 출처를 탐색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지원해야 한다. 결국 도서관은 '정보의 중립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균형 잡힌 접근성'과 '비판적 해석 능력'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사서의 책임과 전문성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서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진다. 사서는 단순히 자료를 정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정보 편향 시대의 안내자이자 해석자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자료가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을 때, 사서는 이를 무조건 배제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공공성과 다양성의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에게 단순히 자료를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가 어떤 맥락에서 생산되고 유통되었는지, 어떤 관점과 한계를 담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서의 윤리 의식과 전문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서가 지닌 정보 선별 능력, 사회적 감수성, 그리고 비판적 사고력은 도서관을 단순한 자료 창고가 아닌 민주주의의 지식 기반으로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서는 ‘중립을 지향하되 무비판적이지 않은 태도’를 가져야 하며, 이용자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미래 도서관과 사서의 새로운 과제
앞으로 도서관과 사서가 직면할 과제는 더욱 복합적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검색이 점점 확산되는 시대에, 정보의 흐름은 기술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때 사서는 단순히 제공된 정보의 ‘소비자’가 아니라, 정보의 배치와 이용자 경험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하는 ‘생산적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도서관은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론장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서는 정치적, 이념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지역사회와 이용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데이터 윤리, 알고리즘 이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보 접근 보장 등 새로운 전문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결국 도서관의 중립성은 절대적 의미의 ‘편향 없음’이 아니라, 다원성과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 속에서 확보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서의 책임 있는 판단과 전문적 개입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