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 사서는 누구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할까?
다문화 사회의 확산과 도서관의 언어적 과제
오늘날 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국제 결혼,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이주민의 증가로 인해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과거 도서관이 주로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 정보 제공과 서비스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며 서비스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발생한다. 사서는 과연 누구의 언어로 이용자들과 소통해야 할까? 이는 단순히 말의 문제가 아니라, 사서가 지향해야 하는 철학적 가치와 직업적 정체성에 깊이 연결된다. 사서가 특정 언어에만 의존한다면 다문화 사회 속에서 일부 이용자는 정보 접근에서 배제될 수 있으며, 이는 도서관의 본질인 모두를 위한 정보 평등의 가치와도 충돌한다. 따라서 도서관은 언어적 장벽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사서 역시 다문화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언어를 넘어서는 소통, 문화적 감수성의 필요성
사서가 누구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 단순히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같은 특정 언어의 습득만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선다. 그것은 곧 문화적 맥락과 정체성,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직결된다. 따라서 사서가 지녀야 할 역량은 단순히 다국어 능력이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이주민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도서관은 더 이상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없다. 사서는 상대방의 문화적 배경을 존중하면서 언어를 넘어서는 신뢰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 이는 때로는 몸짓이나 표정, 혹은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의 작은 배려를 통해 가능하다. 다문화 사회에서 사서는 단순히 언어적 번역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적 중재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다문화 시대 사서의 핵심적인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 서비스의 혁신과 다언어적 접근
다문화 시대의 도서관은 더 이상 단일 언어에 기반한 서비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각국의 주요 언어로 된 자료 제공, 다언어 안내판과 홈페이지, 그리고 번역 기술을 활용한 정보 서비스가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AI 번역 시스템과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언어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도서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보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서가 누구의 언어로 이야기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인간적 접근과 결합되어야 한다. 즉, 단순히 문장을 번역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의 필요와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 작은 도서관에서 다문화 가족을 위한 그림책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역 내 다양한 문화권 이용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이러한 다언어적 접근의 대표적인 예다. 언어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단순한 정보 제공의 공간을 넘어, 문화적 공존의 장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사서의 새로운 역할 정립과도 직결된다.
사서의 정체성과 다문화 사회의 미래
결국 “사서는 누구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서의 직업적 정체성, 그리고 도서관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와 직결된 물음이다. 사서는 특정 언어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언어와 문화 속에서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가는 안내자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정보의 평등한 접근권 보장이라는 도서관의 사명을 다문화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받는 경험을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사회적 통합과 포용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사서가 누구의 언어를 사용할지는 결국 “모두의 언어”를 지향하는 답으로 귀결된다. 이는 곧, 특정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상대의 정체성과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로써 실현되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에서 사서는 언어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포용적 지식의 관리자이자 공동체의 다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