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부터 심리학까지, 미래 사서가 배워야 할 기술들
1. 변화하는 도서관, 변화하는 사서의 역할
디지털 전환은 도서관의 모습뿐 아니라 사서의 역할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히 자료를 분류하고 대출을 관리하던 기존의 업무에서 벗어나, 이제 사서는 정보의 흐름을 해석하고,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며, 기술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지식 큐레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미래 사서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더 이상 전통적인 범주에 머물 수 없다. 오히려 기술적, 사회적, 심리적 요소들을 아우르는 융합적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통능력,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심리학적 감수성은 미래형 사서에게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도서관 업무 수행을 넘어서, 지역사회와 지식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데 기반이 된다.
2. 데이터 분석, 사서의 핵심 도구가 되다
데이터 분석은 더 이상 IT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대출 패턴, 열람실 이용 현황, 프로그램 참여율 등 다양한 지표들은 도서관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된다. 사서가 이러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보다 정교하고 실효성 높은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층의 이용률이 낮은 특정 요일의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계절별 대출 트렌드를 파악하여 신간 도서를 큐레이션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통계 지식, 엑셀이나 구글시트 같은 툴 활용 능력, 그리고 R이나 Python과 같은 기초 프로그래밍 이해도이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를 어떻게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숫자 그 자체보다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즉 ‘맥락’을 읽어내는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3. 디지털 소양, 기술과 인간의 연결을 돕다
오늘날 도서관은 단지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정보와 콘텐츠가 융합된 학습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서도 디지털 기기 사용법, 전자자료 관리, 정보보안에 이르는 폭넓은 기술적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도서관, 무인반납기, 디지털 큐레이션 플랫폼 등이 확산되면서 사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문제 발생 시 이를 조치할 수 있는 역할도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의 소통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능력까지 요구된다. 이는 도서관의 SNS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온라인 북토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활용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기계처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디지털 감수성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서의 가치도 달라진다.
4. 심리학과 상담기술, 관계 중심의 사서 되기
도서관은 다양한 연령대와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 정서적 지지망이 부족한 청소년이나 노인 이용자에게 도서관은 단순한 정보 접근 공간이 아닌 '심리적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이때 사서가 심리학적 감수성을 지니고, 공감 능력과 기본적인 상담 기술을 갖춘다면 이용자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소년에게 적절한 치유 도서를 추천하거나, 고립된 노인에게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는 따뜻한 권유는 사서의 인간적 역량이 돋보이는 사례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상담이론, 감정 조절법, 비폭력 대화(NVC) 등의 학습이 필요하며, 도서관 내에서 ‘심리적 문해력’을 갖춘 사서의 존재는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보제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는 사서, 그것이 바로 미래 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5. 융합형 전문성을 위한 학습과 커리어 전략
앞으로의 사서는 하나의 기술에만 능한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여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학습과 커리어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 사서가 데이터 분석을 강화하고 싶다면 관련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거나, 빅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과정을 탐색해볼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를 기획하려는 문화사서는 심리학, 디자인씽킹, 스토리텔링 등 인문기반 기술을 함께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제공되는 도서관정보정책지식포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이나 Coursera, edX 같은 글로벌 MOOC 플랫폼은 이러한 융합학습에 효과적인 도구다. 사서의 미래는 단순한 '지식 저장'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조합하고, 해석하고, 나누는’ 능력에 달려 있다. 결국 사서가 어떤 기술을 배우느냐는, 도서관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느냐와 직결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