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서관의 확산, 사서의 물리적 공간은 필요할까?
1. 스마트도서관 시대의 도래와 사서 공간의 변화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도서관 운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스마트도서관의 확산은 기존의 물리적 공간 중심의 도서관 개념을 넘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정보 접근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 무인 대출반납 기기, 도서 자동 분류 시스템, 모바일 앱을 통한 전자자료 열람 서비스 등은 이용자에게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서가 굳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자주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서를 줄이고 스마트기기 위주로 도서관을 운영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비용 절감과 자동화의 논리 속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접근이 도서관의 본질과 미래를 충분히 반영한 것일까?
2. 물리적 공간은 단순한 장소 그 이상
도서관의 물리적 공간은 단순히 책이 놓이는 장소나 사람이 앉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사회의 만남, 사유, 학습, 소통이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다. 특히 사서가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은 이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정보 접근에 대한 신뢰를 제공한다. 스마트도서관은 기계적으로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나, 그 안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의미화, 해석, 그리고 개인화된 상담은 사서의 역할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노년층이나 정보 접근에 취약한 계층에게는 자동화된 서비스보다 친절한 안내와 대면 상담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정보 서비스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서가 있는 공간은 사람의 온기가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장소이며,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이 실현되는 구심점이다.
3. 스마트기술과 사서의 공간, 대립이 아닌 공존의 방향
스마트도서관이 확산되면서 사서의 공간을 축소하려는 논의는 분명 현실적이다. 하지만 기술과 사람은 대립 구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접근해야 한다. 자동화 기기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대체할 수 있지만, 이용자의 요구를 해석하고 이에 적합한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여전히 사서의 몫이다. 따라서 사서가 있는 공간은 이제 단순한 대출반납 창구가 아니라 정보 상담실, 큐레이션 존, 창의적 협업 공간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실제로 일부 도서관에서는 사서가 있는 공간을 ‘지식상담소’, ‘인포 큐레이터 존’ 등으로 명명하고, 이용자 맞춤형 추천과 지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공간을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사서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간을 진화시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4. 도서관의 정체성과 사서의 물리적 존재
도서관은 단순한 정보 전달 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지식권을 보장하고, 평생학습을 지원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강화하는 사회적 공공기관이다. 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서는 그 핵심에 있다. 사서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은 도서관의 철학과 방향성을 상징하는 지점이며, 이를 없앤다는 것은 단지 업무 공간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의 정체성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사서는 정보 약자의 동반자, 문화프로그램 기획자, 공동체 소통 촉진자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도서관을 단순한 서비스 공간이 아닌, 삶과 연결된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물리적 공간 속 사서의 존재는, 디지털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신뢰의 상징이자 도서관 철학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
5. 미래 도서관을 위한 새로운 균형점 찾기
앞으로의 도서관은 스마트 기술과 사람의 공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지속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 무조건적인 자동화나 디지털화가 능사는 아니며, 사서가 있는 공간을 없애는 것이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생각도 위험하다. 오히려 스마트도서관은 반복적 업무를 기계에 맡기고, 사서는 고차원적인 정보 분석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서관 설계 단계부터 사서의 활동 공간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그 공간에서 제공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 철학을 바꿔야 한다. 결국 스마트도서관 시대에도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기술은 효율을 높이지만, 도서관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사서의 공간은 바로 그 가치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며, 지금 이 시점에서야말로 그 공간의 의미를 재정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