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도서관 서비스, 사서의 데이터 읽는 힘
1. 도서관에 밀려드는 데이터의 물결, 그리고 사서의 새로운 과제
현대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공간이 아니다. 디지털화된 정보 환경에서 도서관은 이용자의 행태, 열람 자료, 검색 기록, 행사 참여율, 모바일 접속 로그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들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에는 대출 건수나 방문자 수가 주요 실적 지표였지만, 지금은 어느 연령대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지, 특정 계절이나 요일에 어떤 자료가 많이 이용되는지, 어떤 키워드가 검색되는지를 파악함으로써 서비스 기획에 반영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사서는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도서관 운영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단순한 수치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지역사회의 정보 흐름과 관심사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사서는 더 이상 ‘사서적 직관’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 즉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초로 한 전문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2. 데이터 리터러시, 이제는 사서의 필수 역량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시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종합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사서에게 이 역량은 점점 더 중요한 자질로 떠오르고 있으며,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읽고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예컨대 특정 장르의 책 대출률이 높다고 해서 해당 장르의 도서를 무조건 추가 구매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 수치가 일시적인 트렌드인지, 특정 연령층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인지, 혹은 특정 홍보 캠페인의 결과인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사서는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통계 소프트웨어 활용, 데이터 시각화 툴 익히기, 엑셀을 활용한 기본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도 데이터를 통해 이야기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단순한 수치 보고가 아닌, 그 속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도서관 운영에 반영할 수 있어야 진정한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춘 사서라 할 수 있다. 이는 사서 교육과 연수 과정에서도 핵심 주제로 다루어져야 하며,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실습과 경험 누적을 통해 완성된다.
3. 데이터로 이용자를 이해하고 서비스에 반영하기
데이터는 이용자를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다. 예를 들어, 연령대별 대출자료 분석을 통해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등 연령층마다 선호하는 자료의 특성과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고, 이러한 분석은 컬렉션 개발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또한 도서관 행사 참여율, 웹사이트 방문 로그, 온라인 설문 응답 결과 등을 종합하여 이용자 유형을 세분화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맞춤형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 여성’이 자주 찾는 자료가 육아, 재무관리, 자기계발서라는 데이터가 확인된다면, 해당 대상층을 위한 큐레이션 서비스나 독서 모임, 시간대별 맞춤형 강연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자료를 많이 보유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읽고 이에 맞춘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사서는 이런 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분석을 통해 도서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며, 지역사회와의 유의미한 접점을 마련하게 된다.
4.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문화 정착을 위한 실천 방안
사서의 데이터 활용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도서관 전체가 이를 운영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도서관 조직에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표준화된 방식과 정확한 수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여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보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이 실제 정책과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데이터를 해석하여 동료와 관리자에게 쉽게 설명하고, 그 중요성과 활용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데이터 기반 실적보고서를 통해 도서관의 사회적 가치와 영향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지역 행정과 예산 확보, 정책 제안의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실천을 통해 데이터를 ‘업무의 결과’가 아닌 ‘업무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도서관 내에 자리 잡게 된다면, 이는 결국 사서 직무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게 된다.
5. 미래형 사서를 위한 도약: 데이터와 함께 성장하기
향후 도서관의 패러다임은 점점 더 데이터 기반으로 이동할 것이다. 스마트도서관, AI 추천 시스템, 챗봇 서비스 등은 모두 데이터에 기반하여 작동하며, 이 속에서 사서의 역할은 ‘데이터 관리자’이자 ‘정보 해석자’, 그리고 ‘전략 수립자’로 확대된다. 따라서 미래형 사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도서관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기획·제공하는 ‘데이터 기반 혁신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리터러시 교육, 관련 연수 참여, 사내 데이터 분석 스터디 운영,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 등이 중요해진다. 또한 도서관 내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출 통계와 프로그램 만족도 데이터를 연결해 프로그램 기획 방향을 잡는 식의 통합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서가 데이터의 흐름을 읽고 이를 통해 도서관의 변화 방향을 제안할 수 있을 때,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결국 데이터는 도서관의 미래를 설계하는 나침반이며, 그 나침반을 읽는 힘은 바로 사서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