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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녹색 장서’ 선별 기준 제안: 환경, 기후, 생태 관련 도서의 큐레이션 전략

hpsh2227 2025. 7. 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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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경 위기의 시대, 도서관 장서도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자원 고갈과 환경 불평등은 이제 더 이상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의제를 재편하는 중심축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도서관 역시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제공하는 기관을 넘어, 시대의 과제에 주목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담론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도서관 현장에서는 ‘녹색 장서(Green Collection)’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 기후, 생태 등과 관련된 도서를 적극적으로 선별, 기획, 큐레이션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노력을 의미한다.

녹색 장서는 단순히 환경 관련 서적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것을 넘어, 도서관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을 반영하는 장서 구성 전략의 일부다. 예를 들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연령별 눈높이에 맞춘 기후변화 정보 도서, 환경운동가의 전기, 에코디자인 사례집, 지속가능한 농업 실천서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할 수 있다. 또한 장서는 단편적인 정보 전달을 넘어 이용자의 ‘환경 감수성’을 키우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선별 기준이 필요하다.

 

 

도서관의 ‘녹색 장서’ 선별 기준 제안: 환경, 기후, 생태 관련 도서의 큐레이션 전략

 

2. 녹색 장서의 선별 기준, 무엇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

녹색 장서 큐레이션을 위한 첫걸음은 명확한 선정 기준의 수립이다. 이를 위해 도서관은 먼저 환경·생태 관련 지식의 최신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며, 동시에 지역성과 접근성,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 다층적 기준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과학적 신뢰성이다. 기후과학, 생물학, 환경정책 등 주요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자료를 우선 선정해야 한다. 둘째, 행동 촉진성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독자의 인식과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구성과 서술 방식을 갖춘 도서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는 대상별 적합성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를 위한 환경 그림책은 감성적 접근이 중요하며, 청소년에게는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는 정보 중심 콘텐츠가 적합하다. 넷째는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환경문제가 세계적으로 불균형하게 나타나는 만큼, 다양한 지역과 계층, 세대의 시각을 담은 책이 포함되어야 하며, 특히 원주민 생태지식, 여성 환경운동가의 목소리 등을 다룬 도서도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는 형태적 다양성이다. 인쇄물뿐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다국어 번역본 등 다양한 접근 경로를 고려해 구성함으로써 정보의 장벽을 낮춰야 한다.

 

 

3. 국내외 도서관의 녹색 장서 운영 사례

이미 일부 도서관에서는 녹색 장서 선별 및 운영에 대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함부르크 시립도서관은 ‘기후 서가(Klima Regal)’라는 별도 섹션을 마련하여 이용자들이 최신 기후과학 도서, 생태 문학, 지역 에너지 정책 관련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서가는 계절별 주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며, 도서관의 환경 강연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이용자의 실천을 유도한다. 일본 교토의 한 공공도서관은 지역 농업과 생태 보전 관련 도서를 중심으로 지역 농부들과 협력한 북큐레이션을 운영하면서, 장서를 지역 지속가능성과 연결하는 모델을 구축하였다.

국내에서도 녹색 장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모 구립도서관은 매년 ‘지구의 날’ 전후로 ‘환경을 생각하는 책들’이라는 북리스트를 제작해 추천 도서목록을 배포하고, 전시 코너를 운영한다. 또한 일부 학교도서관에서는 교과연계 수업과 연계해 기후위기 관련 도서를 장기 대출하고 독서토론 활동까지 확장하는 형태의 큐레이션도 시도 중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녹색 장서가 단순한 도서 선정이 아닌 도서관의 환경 교육 기능과 지역 커뮤니티 실천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4. 사서의 역할: 환경 감수성을 전하는 큐레이터

녹색 장서 큐레이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서의 적극적인 기획과 실천이 필수적이다. 사서는 단순히 책을 고르는 전문가를 넘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지역 사회의 필요를 파악하며, 콘텐츠를 의미 있게 연결해주는 문화·정보 큐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환경과 생태 분야는 전문 지식과 최신 흐름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이 요구되기 때문에, 사서의 전문성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서는 큐레이션을 통해 이용자와 소통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읽어라’가 아닌, ‘이 책이 당신의 삶과 지구의 내일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정보 전달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도서 전시 옆에 행동 유도형 메모지나 캠페인 포스터를 함께 배치하거나, 북큐레이션에 이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다시 장서를 갱신하는 순환구조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사례다. 이처럼 녹색 장서 큐레이션은 사서의 관점에서 도서관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세상에 전할 것인가에 대한 의식적 선택이자, 공공성과 실천성을 지닌 도서관 기획의 정점이 된다.

 

 

5. 녹색 장서의 미래와 지속 가능한 도서관의 비전

앞으로의 도서관은 단지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기능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 감수성 교육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의식 있는 장서 구성과 이용자 참여형 큐레이션 전략이 있다. 향후 녹색 장서의 운영은 단지 선별 기준을 세우는 것을 넘어서, 다른 도서관과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 출판사와의 환경 중심 콘텐츠 공동 기획, 친환경 인쇄·제작 기준 도입 등 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AR 전시, 녹색 장서 온라인 북클럽, 친환경 실천 미션 연계 앱 개발 등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도서관 이용자 스스로도 장서 구성에 참여하거나, 환경 활동을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함으로써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을 실현할 수 있다. 결국 녹색 장서는 도서관이 단지 중립적 공간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공공의 실천 공간’으로 진화하는 핵심 매개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