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내부 공간의 그린 리디자인 사례친환경 가구, 식물 인테리어, 공기 정화 시스템 도입
1.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서 도서관의 변화 필요성
기후 위기와 환경 의식의 전 세계적 확산은 공공기관, 특히 교육·문화시설의 운영 철학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물리적 공간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을 체현해야 하는 중요한 장소다. 최근 여러 공공 도서관은 단순히 자료를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서, 환경 친화적 운영과 공간 재설계를 통한 ‘그린 도서관’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특히 내부 공간 구성과 인테리어 요소의 친환경적 리디자인은 도서관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이용자에게 쾌적하고 건강한 이용 환경을 제공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도서관의 내부는 다양한 기능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이기 때문에, 그린 리디자인은 단순한 장식 수준을 넘어 가구, 자재, 공조 시스템, 이용자 동선 등 전반적인 공간 기획과 맞물려야 한다. 공간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탄소 발생을 최소화한 자재 사용, 실내 공기질 개선, 자연광 활용, 식물 도입 등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도서관은 이용자 중심의 복지 공간이자 기후 대응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2. 친환경 가구와 저탄소 자재 활용 사례
그린 리디자인의 출발점은 바로 도서관 내부에서 가장 많은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지는 가구의 친환경화이다. 책상, 의자, 서가, 열람대 등 대부분의 가구는 대량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의 비재활용 소재가 흔히 사용된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외 도서관은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를 선택하거나,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 원목과 천연 수지, 대나무 등 생분해성 자재를 사용한 가구로 교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모 공공도서관은 도서관 가구의 70%를 FSC 인증을 받은 목재 제품으로 교체하고, 독서실 좌석에 탄소 저감형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재활용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또한 일부 도서관은 가구 도입 시 전 생애주기 평가(LCA)를 통해 제조-이용-폐기 전 과정의 탄소량을 분석한 후, 일정 기준 이하의 제품만을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동식 모듈 가구를 사용해 공간 재배치 시 새 자재 소비를 줄이는 것도 탄소 감축과 공간 유연성 확보에 유용한 방식이다.
3. 실내 식물 인테리어와 자연 요소의 통합 설계
그린 리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실내 공간에 자연을 직접 끌어들이는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 개념의 도입이다. 이는 실내에 식물, 천연 소재, 자연광 등을 적극 활용해 인간의 정서 안정과 건강 증진은 물론, 실질적인 공기 정화와 온도 조절 효과까지 도모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도서관에서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장시간 머무르며 집중하는 활동을 하기에, 실내 공기의 질과 시각적 쾌적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서울, 대전, 광주 등 전국의 여러 공공도서관은 최근 내부에 **수직 정원(Green Wall)**이나 이동형 식물 가구를 설치하고 있으며, 일부는 열람실 창가에 직접 수경 재배 식물을 도입해 자연광과 결합된 에너지 절약형 식물 인테리어를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관은 중앙 계단에 실내 정원을 조성해 열대 식물과 관엽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구성함으로써,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식물 인테리어는 조형미 이상의 가치를 가지며, 공기 중 유해물질 흡수, 미세먼지 저감, 실내 온도 완화와 같은 실질적인 환경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4. 공기 정화 시스템과 자연 환기 설계의 진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공시설에서의 실내 공기 질 관리와 환기 시스템은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였다. 도서관은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이자 취약계층을 위한 쉼터로 기능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건강한 공기 환경 조성은 필수적인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린 리디자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기계식 공조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연환기와 에너지 절약형 공기 순환 기술의 융합 모델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모 시립도서관은 자연풍 유입을 극대화한 환기 구조를 설계하여, 기계식 냉난방기의 사용을 30% 이상 줄이면서도 실내 CO₂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또 일부 도서관은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공기 정화기, UV-C 살균 환풍기, HEPA 필터 내장형 벽면 환기장치 등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이용자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미세먼지 대응이 중요한 계절에는 스마트 공기질 센서와 연동된 자동 환기 시스템을 통해 실내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조정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관리 기술도 시범 도입 중이다.
5. 그린 리디자인의 확산을 위한 제도와 시민 참여
도서관의 친환경 리디자인이 일회성 전시 공간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시민 참여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첫째로, 도서관 리모델링이나 신축 시 ‘친환경 공간 인증’(예: 녹색건축 인증, LEED 등)을 필수적으로 연계하고, 디자인 기준에 환경 요소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표준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공공 건축 예산 편성 시 탄소 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과 이용자들이 직접 그린 도서관 조성에 참여하는 문화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역 식물을 기증받아 키우는 시민 정원사 프로그램, 친환경 캠페인 연계 독서회, 플로깅 연계 도서관 봉사 등 참여형 프로그램은 도서관을 단순히 공간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성의 실천장으로 인식하는 전환을 유도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도서관이 생태 시민 교육의 장, 기후 위기 대응의 전시장이자 실험실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그린 리디자인은 단지 공간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도서관이라는 공공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도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