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에서의 AI 실험실 운영 사례코딩 교육, AI 체험 프로그램과 사서의 역할 변화
1.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실험실, ‘AI랩’의 등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공공도서관은 정보 접근의 공간에서 이제는 미래 기술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창의 실험실’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다수의 공공도서관에서 AI 실험실(AI Lab)이 설치되며, 이용자들은 일상 속에서 쉽게 인공지능을 접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AI 실험실은 일반적인 디지털 학습실이나 멀티미디어실과 달리, AI 기반 도구를 활용한 코딩 교육, 머신러닝 실습, 음성 인식 프로그램 체험, 로봇 제어 등 보다 진보된 내용을 다루며, 초등학생부터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공간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서, 지역 내 정보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시민 역량을 강화하는 사회적 기능까지 수행한다. 더불어 도서관은 AI 실험실을 통해 ‘미래 인재 양성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며, 이는 도서관의 존재 가치를 보다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2. AI 체험 프로그램: 누구나 쉽게 만나는 인공지능
AI 실험실의 핵심은 전문 개발자 양성보다 생활 밀착형 체험과 기초 이해에 있다. 실제 운영 사례를 보면, 초·중등 학생을 위한 AI 코딩 기초 수업, 챗봇 만들기 워크숍, 이미지 인식 실험, 딥러닝 모델 체험, AI 음악 작곡 체험 등이 진행되며, 대부분은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구성된 맞춤형 콘텐츠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구립도서관은 AI 체험 프로그램에서 ‘나만의 인공지능 캐릭터 만들기’ 활동을 통해 초등학생들이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챗봇을 설계하고, 음성합성 기능을 이용해 대화를 시연해보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다른 도서관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뉴스 요약, 번역, 이미지 생성 실습을 통해 실제 생활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특히 코딩 없이도 체험 가능한 비주얼 기반 툴을 적극 활용하여, 접근 장벽을 낮추는 방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도서관이 교육기관이나 연구소 못지않은 실험적 학습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술 소외 계층에게도 포용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
3. 사서의 역할 변화: 기술 매개자이자 기획자로의 확장
AI 실험실 운영은 단순히 공간만으로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운영하고 연결하는 사서의 역할 변화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도서관 사서는 정보 검색과 열람 지원, 자료 분류 및 정리에 집중했다면, AI 실험실 시대의 사서는 기술 해설자이자 학습 콘텐츠 큐레이터, 프로그램 기획자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실제 운영 사례에서 사서는 단순한 지원 업무를 넘어, AI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체험 키트를 사전 점검하고, 교육 강사와의 협업을 통해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등 프로그램 전반을 주도하는 중심축이 된다. 또한 이용자 맞춤형 자료 큐레이션, 예컨대 ‘AI 개념 입문서’, ‘코딩 학습 추천 도서’, ‘디지털 윤리 가이드북’ 등을 묶은 전시와 북리스트 제작까지 수행하면서, 학습 연계성을 높인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사서 대상 AI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의 기본 개념, 머신러닝 시각화 툴 사용법, 챗GPT 등 생성형 AI 활용 교육까지 진행되며, 이러한 역량 강화가 곧바로 시민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즉, AI 실험실은 단순한 디지털 공간이 아닌, 사서라는 인적 자원의 전문성이 투영되는 교육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4. 지역 맞춤형 운영 전략: 공공성 유지와 지속가능성 확보
AI 실험실은 도서관의 인프라, 지역 사회의 요구, 인력 구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성공적인 사례들은 대부분 지역 특화형 운영 전략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수도권의 한 도서관은 인근에 IT 기업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활용해, 현직 개발자를 초청하는 릴레이 특강과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의 도서관은 지역 대학과 연계해 기초 코딩 교육과 마이크로러닝 형태의 AI 입문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또 다른 도서관은 시니어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에 착안하여 ‘AI 쉽게 배우기’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폰 음성 비서 사용법, 번역 앱 체험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다층적 설계, 비전공자 중심의 문턱 낮은 콘텐츠, 그리고 사전-사후 독서 자료 연계는 AI 실험실 운영의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더불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서관 자체 인력과 지역 자원을 결합한 협력 모델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이를 통해 도서관은 일회성 체험에서 벗어나, 일상 속 ‘디지털 시민 교육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5. 미래를 준비하는 도서관, 사서의 전략적 기획이 관건
AI 실험실 운영은 단순한 트렌드 따라가기 그 이상으로, 도서관이 정보기관에서 기술-교육 복합 기관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유입 자체가 아닌, 그 기술을 지역사회에 적합하게 녹여내고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설계하는 기획력이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단지 AI를 안내하는 역할을 넘어서, 공공 교육의 방향성과 시민 권한의 확장을 고민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AI 체험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 시연 중심의 행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사서가 직접 지역 요구를 분석하고, 교육자·개발자·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도서관형 교육 콘텐츠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윤리적 AI 활용, 정보 진위 판단, 디지털 격차 해소 등 복합적 과제를 아우르는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AI 실험실은 기술을 체험하는 공간이자, 미래 사회를 미리 준비하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 특히 시민과 기술을 잇는 사서의 전략적 역할이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공도서관은 더 이상 과거의 지식 창고가 아닌, 미래 사회의 디지털 시민을 길러내는 학교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