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들어낸 가짜 정보, 도서관은 어떻게 대처하나: 생성형 AI 시대의 정보 검증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역할
1. 생성형 AI의 부상과 ‘진짜’와 ‘가짜’의 경계 붕괴
최근 수년간의 기술 발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바로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이다. ChatGPT, Google Gemini, Claude 등 다양한 언어모델들이 기사 작성, 논문 요약, 심지어 뉴스 생산까지 자동화하며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만든 ‘정보’는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으며,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나 인물, 출처까지 창작해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은 이용자가 AI가 제공한 정보를 사실로 오인하게 만드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검색 포털이나 SNS를 통해 생성형 AI 콘텐츠가 확산되는 속도가 빠른 만큼, 정보의 왜곡은 더욱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AI가 만들어낸 정보가 기존 검색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다수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진실의 기준’ 자체가 불명확해지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정보를 어떻게 찾느냐’보다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 도서관, 정보 검증의 최후 보루가 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도서관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소나 열람 공간을 넘어,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고 올바른 지식 소비를 안내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도서관은 학술자료, 공신력 있는 출판물, 공식 기관의 데이터베이스 등을 엄격하게 선별하여 제공해왔으며, 이는 정보 신뢰성 확보의 핵심 기준이 되어왔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그럴듯한 가짜 정보’가 넘쳐나는 현재, 이러한 도서관의 선별적 큐레이션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실제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의 공공도서관은 AI가 제공한 정보를 검증하는 ‘팩트체크 도서관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사서가 직접 큐레이션한 신뢰 가능한 정보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전자도서관(NDSL)과 연계한 신뢰 콘텐츠 중심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학 도서관들은 논문, 저널의 출처 신뢰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도서관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보의 질과 출처를 검증하고 교육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사서의 핵심 사명이 되다
이제 도서관은 정보 소비자가 ‘어떻게 정보를 검증하고 선택할 것인가’를 주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검색 능력을 넘어, 출처의 신뢰도를 판단하고, 알고리즘 편향을 인식하며, 생성형 콘텐츠의 위험성과 한계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AI가 생성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은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영국의 The Reading Agency와 미국 ALA(American Library Association)는 학교 도서관 및 공공 도서관을 중심으로 청소년 대상의 ‘가짜 정보 감별 훈련’을 정규화하고 있으며, AI와 함께 사실 검증을 연습하는 체험형 수업도 도입 중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도서관에서 뉴스 리터러시, 미디어 정보 검증 워크숍, AI와 협업한 정보 분석 프로젝트 등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정보 해설자’이자 ‘미디어 멘토’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단순한 열람 서비스 제공자에서 벗어나 지식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자로 진화하고 있다.
4. 생성형 AI와의 협력: 대응을 넘은 전략적 활용
물론 도서관이 생성형 AI와 단절된 위치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AI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교육 및 서비스 설계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는 AI가 생성한 문서나 요약본에 대해 자동 진위 판별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사서와 이용자가 함께 AI 결과물을 검토하는 ‘정보 검증 실습’을 교육 콘텐츠로 운영할 수 있다. 또, AI의 생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서관 큐레이션 목록과 비교하여 ‘신뢰 수준’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인터페이스도 구축이 가능하다. 최근 미국의 일부 대학 도서관은 AI와의 대화 기록을 기반으로 추천 자료를 큐레이션하고, 사서가 검증 피드백을 제공하는 ‘AI+사서 협업 큐레이터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기계의 연산력을 조합한 새로운 정보서비스 모델이다. 즉, 생성형 AI를 ‘경쟁자’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정보 보조자’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도서관의 새로운 방향이 될 수 있으며, 사서는 그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5. 사서의 변화, 도서관의 미래
결국 생성형 AI 시대의 정보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은 사서의 전문성 강화와 도서관의 역할 재정의에 있다. 정보의 수집자에서 검증자, 교육자로 진화하는 사서의 정체성은 이제 도서관의 생존 전략과도 직결된다. 더불어, 도서관은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수호하는 지식 윤리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는 단지 한 기관의 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시민사회, 교육의 근간이 되는 정보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도서관이야말로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가르는 ‘신뢰의 플랫폼’이자, AI 시대의 정보 감별력을 키우는 공공 교육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도서관의 미래는 오직 ‘사람’의 역할을 중심에 둘 때 실현 가능하며, AI와의 공존을 넘어 협력으로 나아가는 정보문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