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재개관 시 단계별 운영 전략 수립 사례 공유
1. 팬데믹 이후의 도서관 재개관, 왜 단계별 전략이 필요한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모든 공공시설의 일상적 운영을 멈추게 했다. 그중에서도 도서관은 이용자 간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고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 시설이라는 특성상 장기간 휴관하거나 제한적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 단계가 완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변화함에 따라, 도서관 역시 점진적으로 재개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시설 개방이 아닌, 단계적·탄력적 운영 전략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한 번에 전면 개방하기보다는 감염 위험도를 고려한 점진적 서비스 확대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단계별 운영 전략은 이용자와 직원 모두의 안전을 우선하며, 도서관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동시에 감염 예방과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특히 대규모 도서관이나 공공 도서관의 경우, 지역사회의 방역 정책과 연계해 1단계: 예약제 및 부분 개방 → 2단계: 제한적 운영 확대 → 3단계: 전면 재개관이라는 식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이는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언제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판단과 조율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러한 단계적 운영 전략은 도서관의 감염병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적 권리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더욱이 이는 향후 또 다른 감염병 또는 위기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한 모델로서, ‘위기 이후 공공시설 운영 매뉴얼’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2. 국내 주요 도서관의 단계별 운영 전략 사례
재개관 전략의 우수 사례로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도서관, 성북구립도서관의 운영이 대표적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초기에는 도서 대출·반납만 가능한 비대면 서비스 중심 운영을 실시했으며, 이후 사전예약을 통한 열람실 이용으로 확대했다. 특히 스마트도서관, 도서예약대출기, 무인반납함 등 비접촉 기술을 활용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후 감염병 단계가 완화되자 ‘인원 수 제한을 통한 부분 열람 서비스’로 전환하였고, 마지막에는 전면 재개관하되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QR코드 인증 등을 지속하면서 철저한 방역수칙을 병행했다.
서울도서관은 지역 주민 접근성을 고려해 각 구립 도서관과 협력하여 네트워크형 재개관 전략을 도입했다. 일부 도서관은 온라인 서비스 중심으로, 일부는 대면 소규모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면서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는 각 지역의 감염병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운영으로 시민 만족도와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성북구립도서관은 특히 ‘단계적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어린이 대상 소규모 독서회, 온라인 북큐레이션, 강좌 영상 제작 등 다양한 실험을 하며 이용자 참여를 유도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만 의존했던 프로그램을 온라인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었고, 이는 도서관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3. 도서관 내부 인력과 운영 프로세스의 변화
도서관의 단계별 재개관 전략은 시설뿐 아니라 내부 인력의 역할 재편과 운영 프로세스의 전면적인 변화도 수반했다. 우선, 사서와 행정 인력은 감염병 방역 수칙과 보건 지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을 수차례 이수해야 했으며,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운영, 공간 내 소독 및 이용자 응대 시의 방역 태도 등 세부 지침도 함께 숙지해야 했다. 특히 이용자 응대 과정에서 마스크 미착용, 거리 미유지 등에 대한 민원 대응이 많아지면서 감정노동이 심화되었고, 이에 따라 도서관은 심리적 지지 체계 구축 및 고충 상담 창구를 별도로 마련해야 했다.
또한 도서관은 비대면 중심 운영 전략을 도입하면서 서비스 프로세스를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무인도서대출기 운영 매뉴얼, 온라인 예약 시스템 매뉴얼, 도서관 홈페이지 활용법, 콘텐츠 스트리밍 가이드 등이 정비되었고, 사서들은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자체 연수와 외부 온라인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편, 온라인 강연이나 줌 기반의 독서 모임 기획도 사서의 새로운 업무 중 하나로 자리잡으며, 전통적인 책 중심의 서비스에서 콘텐츠 기획 중심의 역할 확장이 이뤄졌다. 이러한 흐름은 사서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도서관 조직 자체의 위기 대응력과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재난 상황에서도 도서관의 공공성 유지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4. 재개관 이후의 도서관,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이 관건
단계적 재개관을 통해 도서관은 안전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경험을 쌓았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 수립이 더욱 중요해졌다. 감염병 상황이 안정되었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나 사회적 위기 상황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서관은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평시에도 상시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감염병 외에도 기후재난, 디지털 전환, 고령화 사회 등 다양한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온·오프라인 병행 프로그램, 비대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담 인력 배치, 커뮤니티 중심의 자율 운영 체계 강화 등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도서관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확대하여 사회적 연대의 중심 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재난 시 도서관이 커뮤니티의 안심 공간이자 정보 허브로 기능하려면, 의료기관, 교육기관, 지방정부와의 협력체계가 선행되어야 하며, 민간기업과의 기술 협업도 점차 필요해지고 있다. 예컨대 공공 와이파이 확대, 디지털 접근성 향상 사업, 온라인 콘텐츠 공동 제작 등은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문화복지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도서관의 재개관 전략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다시 여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지식, 공동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실현해나가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일 때, 도서관은 위기 이후에도 더욱 강한 공공성으로 지역사회를 이끄는 핵심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