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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독서모임과 줌 강연: 도서관 프로그램의 뉴노멀

hpsh2227 2025. 6. 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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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택트 전환, 도서관 프로그램의 새로운 길

코로나19 팬데믹은 도서관 운영 방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도서관은 기존의 대면 중심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거나 전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온라인 독서모임’과 ‘줌 강연’은 위기 대응을 위한 임시 수단이 아닌, 도서관 운영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야만 가능했던 독서모임과 저자 강연이 이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운영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도서관 서비스의 접근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 독서모임은 단순히 플랫폼만 바뀐 것이 아니라, 참여자 구조와 운영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지역사회 내 일정한 이용자 집단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반면, 온라인 독서모임은 전국 혹은 국외의 참여자까지도 포용하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공유되는 장이 되었다. 예컨대 서울시립도서관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도서관 간 네트워크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지역과 세대, 관심 분야가 다른 시민들을 연결했고, 이러한 확장은 시민들의 독서 참여 동기를 크게 고취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참여자들은 채팅, 실시간 토론, 화면 공유 등의 기능을 활용하며 책을 매개로 소통하고, 때로는 영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며 온라인 공간만의 독특한 독서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독서모임과 줌 강연: 도서관 프로그램의 뉴노멀

 

2. 줌(ZOOM) 강연: 물리적 경계를 넘은 지식의 확장

온라인 강연의 대표 사례로 떠오른 줌(Zoom) 강연은 도서관이 지식 전달의 매개자로서 기능을 지속하도록 한 핵심 수단이었다. 기존 도서관 저자 강연이나 인문학 특강은 강사와 청중이 한 공간에 있어야 했지만, 줌을 활용하면 지역, 국가를 넘나드는 전문가와 시민 간의 만남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많은 도서관이 국내 저명 작가는 물론 해외 작가나 연구자를 초청하여 강연을 열고, 시민이 집에서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며 참여율을 끌어올렸다. 이는 도서관 프로그램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 변화였다.

예를 들어, 국립중앙도서관은 ‘랜선 인문학 강연 시리즈’를 통해 저자와 독자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했으며, 지방 중소도서관에서도 대형 저자와의 만남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강연 참여 기회를 전국 단위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에서도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했다. 또한 줌 강연은 실시간 스트리밍 외에도 다시보기(VOD)나 자료 공유 기능이 용이해, 일회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인 교육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자산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일부 도서관은 이러한 강연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유튜브나 블로그에 다시 올려 시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독서 및 지식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도서관이 단순한 공간을 넘어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 온라인 운영의 장점과 도전과제

온라인 독서모임과 줌 강연이 도서관 프로그램의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이 방식이 가지는 장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첫째는 물리적 이동이 필요 없어 참여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바쁜 직장인이나 육아 중인 부모, 이동이 어려운 고령층 등도 비교적 쉽게 도서관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며, 도서관의 사회적 포용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둘째는 도서관 간 협업이 활성화되면서 기획 콘텐츠의 질이 높아졌다. 여러 지역 도서관이 협업해 강연을 공동 주최하거나, 하나의 독서모임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콘텐츠 다양성과 전달력 또한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 방식이 안고 있는 과제도 있다. 우선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접근성이 고르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다. 스마트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은 온라인 프로그램 참여가 어렵고, 이는 정보격차와 문화 소외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사서나 운영 담당자의 디지털 역량 차이도 프로그램의 질과 운영의 일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통 방식, 참여자 관리, 저작권 이슈 등 복합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므로 보다 체계적인 운영 지침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라인만으로는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던 만남, 정서적 교감, 공동체의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하이브리드형 프로그램’ 운영이 미래 도서관 프로그램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4. 도서관 프로그램의 미래, 디지털과 공공성의 균형 속에서

앞으로 도서관 프로그램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공공기관으로서의 사명과 가치를 놓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독서문화 진흥의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도서관의 디지털 인프라와 사서의 전문성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 비대면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능력, 콘텐츠 기획 능력, 온라인 소통 방식에 대한 이해는 앞으로의 도서관 운영에 필수적인 역량이 될 것이다. 둘째, 디지털 접근성 향상을 위한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지역 방송국, 평생교육기관, 주민센터 등과 연계해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병행하면 더 많은 시민이 온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셋째,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콘텐츠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연속성 있는 시리즈형 강연, 정기 독서모임, 커뮤니티 구축형 프로그램이 더 큰 독서문화 효과를 낳는다. 또한 피드백 시스템을 마련해 참여자의 만족도와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선도 중요하다. 넷째, 하이브리드 프로그램 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통해 관계를 형성한 후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추진하거나, 강연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되 소규모 현장 관람을 병행하는 방식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이루는 데 효과적이다. 도서관은 이제 단순한 책의 보관소를 넘어, 지식, 문화, 사람을 연결하는 복합문화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 온라인 독서모임과 줌 강연은 그 첫 걸음을 뗀 변화이며, 앞으로 도서관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시민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회이자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