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방역 시스템은 어떻게 진화했나? 위생 관리 프로토콜 정리
1. 감염병 시대, 도서관 운영의 새로운 기준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공공기관의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간 도서관은 다중이용시설로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지식과 문화를 나누는 열린 공간이었지만, 감염병 확산이라는 새로운 위험요소는 이 열린 특성을 정비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일일 이용자 수가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르기 때문에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경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기점이 될 수 있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도서관의 방역 시스템은 단순한 소독이나 마스크 착용 권고를 넘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위생 관리 프로토콜로 발전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비치, 거리두기 등 기본적 위생 수칙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병의 특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시설 구조 조정, 출입 절차의 자동화, 도서류의 멸균 처리, 환기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보다 고도화된 방역 전략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조치가 아닌, 향후 감염병의 반복적 유행 가능성을 고려한 중장기적 운영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2. 출입 통제와 스마트 방역 시스템의 도입
도서관 방역 프로토콜의 첫 번째 진화는 ‘출입 관리 시스템’에서 나타났다. 기존에는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도서관은 출입자 등록제를 시행하게 되었고, 이는 체온 측정기, QR 체크인 시스템, 무인 방문자 등록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반 출입 통제 장치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한 역학조사가 가능해졌고, 동시에 이용자에게도 안정감 있는 서비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한 일부 지자체는 스마트 방역 게이트를 설치하여 자동으로 체온을 감지하고 손 소독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인천시, 광주시 등에서는 자체적으로 방역 예산을 확보해 공공도서관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공기살균기, 손소독 디스펜서, 자동문 연동 시스템을 통합 설치하는 등 방역 자동화의 수준을 높였다. 이러한 시설은 단지 감염병 상황뿐만 아니라 향후 평상시 운영에도 안전 기반 인프라로 기능하며, 도서관의 위생관리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자료와 공간의 위생 관리 강화
도서관은 다양한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의 자료를 이용하는 장소이기에, 자료 자체의 위생 관리가 방역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도서류의 감염 매개 가능성이 논란이 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도서관들은 도서 멸균기와 자료 소독기를 구비했다. 도서 멸균기는 자외선(UV-C)과 고온풍을 이용해 표면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장치로, 책을 반납할 때 반드시 해당 장비를 거치게 하는 운영 방식이 대부분 도서관에서 채택되었다.
또한 공간 위생 관리도 대폭 강화되었다. 열람석과 학습공간은 이용자 간 거리두기 좌석 배치, 1일 2회 이상 소독 원칙, 이용자 교체 시 즉시 소독 등의 지침에 따라 운영되었고, 화장실·엘리베이터·출입문 손잡이 등 다중 접촉 부위는 고빈도 소독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일부 도서관은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HEPA 필터 기반 환기 시스템을 도입하여 실내 공기질을 상시 유지했고, 창문 개방이 어려운 공간에는 UV 플라즈마 공기 살균기가 설치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위생’이라는 요소가 도서관 서비스 품질의 일환으로 평가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4. 사서 및 근무자 중심의 방역 교육과 운영 매뉴얼 정착
도서관 방역 시스템의 진화는 하드웨어적인 인프라에만 그치지 않았다. 도서관 운영의 중심에 있는 사서와 행정직원의 방역 대응 역량 강화가 함께 이루어졌으며, 이를 위한 매뉴얼과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었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자체적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였고, 매뉴얼에는 감염자 발생 시 동선 파악 절차, 확진자 동선의 폐쇄 및 소독 방법, 이용자 공지 방법, 해당 직원의 업무 이관 방식 등이 명확히 명시되었다.
또한 사서들은 코로나 시기 중 수차례 위생관리 지침 교육, 비대면 응대 기술 훈련, 응급상황 대응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수료하였으며, 감정노동의 일환으로 이용자의 방역 지침 미준수 시 대처법에 대한 심리적 훈련도 함께 받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사서를 ‘방역 협력인력’으로 지정해, 지역 보건소와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사례도 있었다. 즉, 도서관 직원들은 이제 단순한 도서 관리자가 아니라 공공 위생의 일선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5. 팬데믹 이후를 위한 방역의 일상화와 지속 가능성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사회 전반에 걸쳐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있지만, 도서관 운영에서는 일정 수준의 위생 관리가 ‘기본 서비스 품질’의 요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어린이 자료실, 고령자 이용이 많은 열람실, 밀폐된 AV 자료실 등은 여전히 방역이 강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도서관이 방역 인프라를 유지하거나 보완 중이다. 이는 단순한 감염병 예방이 아니라 도서관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향후 도서관 방역 시스템은 일상화된 감염병 대응 체계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계장비의 정기적인 유지관리,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정례교육, ▲예산 확보 및 국가차원의 매뉴얼 통일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안내 서비스의 다양화 등과 연계되어야 한다. 도서관이 공공성, 안전성, 지속가능성을 모두 갖춘 기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방역 시스템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감염병은 언젠가 종식되겠지만, 도서관의 안전에 대한 신뢰는 앞으로도 영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