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사서와 문화기획자: 경계 없는 전문성 확장

hpsh2227 2025. 6. 6. 09:14
반응형

1. 사서의 새로운 정체성, 문화기획자란 누구인가

전통적으로 사서는 정보를 수집·분류·제공하는 직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현대 도서관의 변화는 사서의 역할도 더 이상 ‘책을 관리하는 사람’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도서관은 이제 단순한 정보 저장소를 넘어서 지역 주민의 삶과 연결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사서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정보서비스 역량을 넘어 문화기획자로서의 감각과 실행력까지 포함된다. 문화기획자란 지역의 특성과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예술·문학·공연·교육 등 다방면의 행사를 설계·운영하는 사람이다. 도서관에서 사서가 문화기획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단순한 책 추천이나 독서모임을 넘어, 전시·강연·공연·창작 활동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욕구를 채우는 창의적인 직무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 서비스와 문화 예술 콘텐츠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전문성을 요구하며, 사서가 미래형 직업인으로서 진화해가는 중요한 징표다.

2. 왜 사서가 문화기획자가 되어야 하는가: 시대적 요구와 현장 변화

도서관은 점차 ‘단순 이용자’가 아닌 ‘참여자’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보 접근의 주체였던 이용자들은 이제 정보 생산과 공유, 문화 향유의 주체로 도서관 안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도서관이 일방적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쌍방향 문화 커뮤니케이션의 플랫폼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 지점에서 사서의 문화기획 능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서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의미 있는 문화 콘텐츠를 기획함으로써 도서관의 이용률을 높이고, 문화적 접근성을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는 예산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 속에서 사서가 기획자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도서관 운영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또한 사회적 고립, 세대 간 갈등, 문화 소외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은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되며, 사서가 그 설계자가 되는 것은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필요한 변화다.

3. 문화기획 역량을 갖춘 사서의 실제 활동 사례

이미 국내외 여러 도서관에서는 사서가 문화기획자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립도서관에서는 ‘책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작가와의 만남·창작 워크숍을 운영하며, 사서가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 예술인과 협업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기획은 단순히 예산 소진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도서관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지방의 한 작은 도서관에서는 ‘시골살이 북페스티벌’을 기획한 사서가 지역 농부, 작가, 음악인과 협력하여 전통시장과 도서관을 연결하는 이색적인 축제를 개최한 바 있으며, 이는 문화 불균형 해소의 좋은 사례로 주목받았다. 국외에서도 핀란드의 오디 도서관, 미국의 시애틀 공공도서관 등에서는 사서들이 문화매개자로서 전시 큐레이션, 창작 프로그램, 시민참여 콘텐츠 운영 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사서가 단순히 문헌정보의 전문가가 아닌, 사회적 감수성과 창의적 실행력을 갖춘 문화기획자로서 도약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4. 사서를 위한 문화기획 역량 강화 방안

사서가 문화기획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획력, 창의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업 능력, 예산 운영 및 마케팅 역량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현장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다. 국내의 경우, 한국도서관협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서 대상 문화기획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센터 연계 문화기획자 양성사업’ 등을 통해 사서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는 문화예술 기획, 시민참여 디자인, 퍼블릭아트 운영 등 관련 강좌가 늘고 있어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다. 실무적으로는 소규모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해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통해 타 부서와의 협업, 지역 예술가와의 네트워킹, 이용자 피드백 수렴 등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도서관 내에서 문화기획 전담팀이나 TF를 구성하여 역량 있는 사서를 중심으로 기획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보 관리자’에만 국한하지 않고, ‘문화적 큐레이터’로 확장하려는 자발적인 인식 변화이다.

5. 경계를 넘는 사서의 미래: 문화, 사람, 지식이 만나는 지점

사서와 문화기획자의 역할은 결코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서관은 더 이상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지식과 문화가 교류하고 함께 성장하는 열린 무대다. 사서가 문화기획자로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구축한다면, 단순한 운영 관리의 차원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감동적인 기획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는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책의 정보뿐 아니라 문화의 가치, 관계의 온기, 창의적 가능성이 공존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며, 그 중심에는 새로운 전문성으로 무장한 사서들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서가 문화기획자로서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곧 ‘경계를 넘어선 도전’이며, 이는 도서관의 미래, 나아가 지역사회의 문화적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사서와 문화기획자: 경계 없는 전문성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