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전문직과 일반직의 경력개발 차이점
1. 도서관 직무 유형의 구분: 전문직과 일반직의 출발선 차이
도서관 조직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은 크게 전문직과 일반직으로 나뉩니다. 이 구분은 단순한 직무 명칭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과 경력개발의 경로에 있어 실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킵니다. 일반적으로 ‘전문직’은 정식 사서자격증(문헌정보학 학사 이상)이나 사서직 공무원 임용을 통해 채용된 이들을 지칭하며, 도서관 자료 선정, 분류, 메타데이터 구축, 정보서비스 제공, 독서문화 프로그램 기획 등 핵심적인 전문 업무를 수행합니다. 반면 ‘일반직’은 시설관리, 행정지원, 도서 정리 및 대출 업무 보조, 문서 처리 등 비교적 비전문적인 업무 영역을 담당하며, 채용 시 필수 자격 요건이 상대적으로 낮고 다양한 배경의 인력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직무 구분은 입직 당시에는 명확한 구분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인 경력 개발이나 직무의 확장 가능성, 승진 구조 등의 측면에서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도서관 업무의 디지털화, 복합화로 인해 전통적인 직무 경계가 흐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력 관리 체계와 교육 기회에서 뚜렷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 경력개발 구조의 차이: 체계성과 지원의 유무
전문직과 일반직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경력개발 체계의 유무와 수준에 있습니다. 사서직 공무원이나 정규직 전문 사서로 채용된 인력은 공공기관 또는 학교, 대학 등에서 일정한 승진 루트를 따라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명확한 시스템 안에 편입됩니다. 예를 들어, 교육부 산하 공공도서관 사서직은 9급 → 7급 → 6급으로 이어지는 일반 행정직과 유사한 승진 체계를 따르며, 관련 연수, 평가, 인사 기록이 모두 체계적으로 관리됩니다. 이들은 국립중앙도서관, 각 지역 도서관 운영 본부에서 주관하는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인사평가에서도 전문성과 교육 이수 실적이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일반직 또는 무기계약직 사서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공식적인 경력관리 체계에 포함되지 않거나, 승진 또는 인사 이동이 매우 제한적인 구조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 참여 기회도 대부분 선택사항으로 제한되며, 일부 기관에서는 교육비를 자체 부담해야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조직 내에서도 경력개발 기회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으며, 업무에 대한 동기 부여나 장기 재직 의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3. 교육과 연수 기회의 불균형: 전문성 축적의 격차
경력개발의 핵심 요소인 교육과 연수 기회에서도 전문직과 일반직 사이에는 뚜렷한 격차가 존재합니다. 전문직 사서의 경우 문헌정보학 기반의 이론 교육, 디지털 아카이빙 실습, 정보서비스 상담 기법, 독서치료와 독서지도 등 다양한 전문 연수 과정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대학 도서관협의회 등에서 주관하는 워크숍이나 세미나는 고급 전문성을 쌓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기능합니다. 나아가, 일부 기관은 전문직 인력의 해외 연수나 국제학회 참석도 적극 지원하며 글로벌 역량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직의 경우 정규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되지 않거나, 해당 직급에 적합한 교육 콘텐츠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많습니다. 심지어 같은 도서관 내에서도 일반직 직원은 연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연차 소진을 감수하고 자비로 외부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전문성을 기초로 경력을 쌓고자 하는 일반직 사서에게 구조적인 제약으로 작용하며,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어렵게 만듭니다. 장기적으로는 도서관 전체의 서비스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로, 조직 차원의 개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4. 승진과 인사관리 체계의 불균형
도서관 조직 내에서의 승진 및 인사이동 시스템은 전문직과 일반직 간의 경력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사서직 전문직은 임용 당시부터 공직 체계나 정규직 인사관리 체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경력의 누적이 곧 승진의 기반이 됩니다. 일정한 연차가 누적되면 근속승진, 역량평가 기반 승진, 또는 직무전환(예: 관리직, 정책기획직 등) 등이 가능하며, 이러한 이동은 조직 내에서의 역할 확대와 직무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고경력 전문직 사서는 도서관장, 부서장, 기획팀장 등으로 승진하면서 도서관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일반직은 근속 연한이 길더라도 승진이 사실상 막혀 있는 경우가 많으며, 보직 변경도 제한적입니다. 비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의 경우 근속 10년 이상이 되어도 임금이나 직무 수준이 초기와 거의 동일한 경우가 많아, 경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은 전문직과 일반직의 업무 몰입도, 조직에 대한 소속감, 장기적인 직업 비전 형성 등에 커다란 차이를 만들며, 결국 도서관의 전반적인 조직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5. 균형 있는 경력개발을 위한 정책적 제언
전문직과 일반직의 경력개발 격차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서관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전문직 중심의 시스템은 핵심 업무의 전문성과 품질 유지에 기여하는 반면, 일반직 인력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함으로써 전체적인 조직 역량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정책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일반직 사서를 위한 별도의 교육 커리큘럼 개발 및 온라인 기반 학습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둘째, 일반직도 일정 기간 근속 후 승진 또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경력사다리 모델을 설계해야 하며, 인사평가 및 보직관리 체계에도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셋째, 도서관 운영 예산에서 연수·교육 분야 예산을 확대하고, 일반직 인력도 공식 교육 대상에 포함시키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합니다. 넷째, 중앙단위의 전문기관(예: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도서관협회 등)이 경력 유형별 경로를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고, 기관별로 이를 평가 기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사서직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모두 보장하면서도, 도서관 조직의 통합적 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