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도서관에서의 사서 교육 설계 가이드
1. 하이브리드 도서관의 등장과 사서 교육의 전환 필요성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의 사회 변화는 도서관 환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가 병행되는 **‘하이브리드 도서관(Hybrid Library)’**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인쇄 자료와 전자 자료의 병행, 대면과 비대면 서비스의 혼합, 현장 운영과 온라인 플랫폼 운영의 공존이라는 복합적 특성을 지닌다. 하이브리드 도서관은 이용자의 정보 이용 방식, 지식 접근 경로, 학습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해야 하며, 이를 총괄하는 사서의 역할 역시 더욱 복합적이고 전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사서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전통적 장서 관리 중심의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정보 활용, 온라인 콘텐츠 기획, 플랫폼 기반 교육 운영 등의 역량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도서관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미래형 사서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설계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며, 이는 이론 중심 교육에서 실천 중심, 기술 융합형, 이용자 맞춤형 학습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2. 사서의 핵심 역할 변화에 따른 역량 재구조화
하이브리드 도서관 환경은 사서에게 단순한 정보 제공자나 시스템 운영자가 아닌, 정보 설계자, 콘텐츠 기획자, 디지털 교육자,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다중 역할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교육 설계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서 역량 모델의 재정립이다. 정보조직 및 분류 기술은 물론이고, 디지털 자료 큐레이션, 메타데이터 설계, 오픈액세스 활용 능력, 정보 진위 판단력,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스킬, 플랫폼 기반 교육 운영 역량이 모두 요구된다. 특히 전자도서관 구축 및 운영, 웹 기반 정보서비스 기획, 데이터 시각화, AI 활용 정보 탐색, 비대면 콘텐츠 제작 등의 기술적 이해와 실무 적용 능력이 중요해졌다. 하이브리드 도서관의 핵심은 온·오프라인의 통합된 정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며, 이 경험을 설계하는 주체가 바로 사서이기 때문에, 교육은 단편적인 기술 전달을 넘어서 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복합 역량 훈련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즉, 사서 교육은 이제 단일 교과목 중심이 아니라, 현장 기반의 시나리오 학습, 팀 기반 프로젝트 실습, 이용자 시뮬레이션 활동 등 입체적 교육 방식으로 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3. 하이브리드 교육 콘텐츠 구성의 전략과 사례
하이브리드 도서관 사서를 위한 교육 콘텐츠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고려하면서도, 실무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디지털 도서관 시스템 운영’, ‘전자자료 통합 검색 실습’, ‘플랫폼 기반 정보 서비스 기획’ 등의 기술 중심 콘텐츠가 필요하다. 둘째, ‘정보윤리와 오픈액세스 교육’, ‘AI 기반 정보 탐색법’, ‘디지털 정보 평가와 팩트체크 실습’ 등의 비판적 정보 활용 능력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온라인 독서 프로그램 기획’, ‘SNS 기반 정보 홍보 전략’, ‘디지털 큐레이션 콘텐츠 제작’ 등 콘텐츠 제작 및 이용자 참여 유도 전략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도서관 탐색, 가상현실 기반 전시 체험 운영 등 최신 기술 환경을 반영한 실습 프로그램도 포함될 수 있다. 실제 사례로는 일부 대학 문헌정보학과에서 시범 운영 중인 ‘하이브리드 정보서비스 실무’ 과목이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전자정보자료 실무 연수’, 지역 문화재단의 ‘온라인 도서관 콘텐츠 실습 워크숍’ 등이 있으며, 이는 사서 연수에서도 참고 가능한 모델이다. 콘텐츠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도서관의 맥락에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응용력 중심 설계라는 점이다.
4. 연차별·역할별 교육 경로 설계와 자율학습 체계 구축
하이브리드 도서관을 위한 사서 교육은 일괄적이지 않다. 신입 사서, 중간 관리자, 고위 관리자, 각기 다른 역할과 직무에 맞춰 교육 경로도 분화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모듈형 학습 경로(Pathway Based Learning)**가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신입 사서는 전자자료 검색, 온라인 플랫폼 기초, 비대면 소통 스킬에 초점을 맞추고, 중간관리자는 디지털 큐레이션, 팀 단위 프로젝트 기획, 온라인 프로그램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받도록 설계할 수 있다. 관리자급 사서는 디지털 정책 설계, 예산 운영, 외부 플랫폼 연계 전략 등 조직 운영 중심 콘텐츠를 수강하도록 구분하는 방식이다. 또한 사서들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학습 플랫폼 기반 자율학습 체계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 강좌, 짧은 실습 영상, 워크북 기반 프로젝트, 학습결과 포트폴리오 저장 시스템 등을 갖춘 ‘하이브리드 사서 교육 포털’을 설계하고, 학습 결과가 인사 평가, 직무 순환, 연수 이수 기준과도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직무 수행과 연결되는 학습의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5. 하이브리드 사서 교육의 정착을 위한 조직과 정책의 재설계
하이브리드 도서관 시대의 사서 교육 설계는 단지 커리큘럼 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서관 조직문화, 인사제도,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실효성을 갖는다. 우선 개별 도서관 차원에서는 연수 시간 보장, 실습 기회 확대, 팀 기반 학습 분위기 조성, 멘토링 구조 도입 등의 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관리자와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이 교육 참여와 학습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더부터 학습 참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사서 전문성 기준(KLCC, 한국형 역량 프레임워크 등)의 재정비, 연수기관 인증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통합 운영, 교육 이수 결과의 자격 연계 등이 필요하다. 또한 문헌정보학과 교육과정 역시 하이브리드 도서관 환경에 맞춰 재구성되어야 하며, 졸업 후 현장 연계 교육, 현직자 대상 역량 인증제도 등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하이브리드 도서관은 기술의 진보가 아닌, 사서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생태계의 진보를 필요로 한다. 기술과 공간, 사람과 정보, 현장과 온라인을 연결할 수 있는 사서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설계는 지금, 바로 도서관과 교육기관, 정책 결정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