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사서를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이란?
1. 변화하는 도서관 환경 속 사서 평생교육의 필요성
오늘날 도서관은 정보 제공기관을 넘어 교육, 문화, 복지의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사서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다중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전문가로서 끊임없는 학습이 요구된다. 과거의 사서가 자료 분류와 대출·반납에 주력했다면, 오늘날의 사서는 정보 큐레이션, 프로그램 기획, 디지털 기술 활용, 커뮤니티 운영, 문화 행사 진행 등 보다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오픈데이터, 디지털 시민성, 정보 윤리 등 신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되면서 사서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감수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서는 대학 졸업 이후 별도의 정규 교육과정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으며, 소속 기관의 예산과 일정,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연수 기회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유연한 평생교육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직무 연수의 범주를 넘어서 개인의 역량 강화와 직업적 자긍심 회복, 조직 내 학습문화 형성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서를 위한 평생학습’은 선택이 아닌, 도서관 전문성 유지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 사서 연수 제도의 현황과 과제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사서 대상 연수 프로그램은 국가, 지자체, 협회, 개별 도서관 단위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한국도서관협회, 각 시·도 교육청과 평생교육원 등이 주관하는 직무 연수 과정이 있다. 이러한 연수는 일반적으로 장서관리, 정보검색, 저작권, 이용자 서비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사서 윤리 등 사서의 기본 역량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부 기관에서는 인문학, 환경, 성인지 감수성, 장애인 서비스 등 사회문화적 주제를 반영한 교양형 연수도 함께 제공된다. 그러나 여전히 연수 기회의 지역 편중, 수강 인원 제한, 오프라인 위주 운영, 시간적 제약, 반복성 높은 콘텐츠 구성 등으로 인해 현장 사서들의 참여율과 만족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연수 이수 결과가 승진이나 경력개발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사서 입장에서는 동기 부여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연수 제도는 주제 다양화와 더불어 연수 결과의 평가·인증 시스템 강화, 학습 결과물의 현장 적용 가능성 확대, 실무 연계형 프로젝트 운영 등을 통해 사서가 연수를 통해 실질적인 역량 강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3. 자발적 학습을 유도하는 사서 학습 커뮤니티의 중요성
형식적인 연수를 넘어 사서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는 자발적 학습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학습 커뮤니티는 현직 사서들이 소규모로 모여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하거나 공동 과제를 수행하면서 실무 중심의 학습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 예를 들어 지역별 사서 네트워크, 전공별 실무 스터디, 주제별 책모임, 사서 글쓰기 모임, 사서 대상 팟캐스트 제작팀, 프로젝트형 워크숍 그룹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공식 연수보다 훨씬 유연하게 운영되며, 동료 간의 협업과 피드백을 통해 실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또한 신입 사서에게는 멘토링 구조를 제공하고, 경력 사서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계기가 되며, 조직 내 사서 간 세대 교류의 장으로도 기능한다. 다만, 이러한 커뮤니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도서관 조직의 인정과 행정적 지원, 공간 제공, 일정 조정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사서 커뮤니티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전문성 개발을 위한 비형식 교육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별 연합, 플랫폼 기반 확장 등을 통해 전국 단위 네트워크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4. 온라인 기반 사서 교육 플랫폼의 가능성과 활용 전략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사서 평생교육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 이제 오프라인 교육 참석이 어려운 사서들도 온라인 강의, 웹세미나, 디지털 학습 콘텐츠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 교육 플랫폼, 예를 들어 국립중앙도서관 e-러닝, 에듀윌·KOCW·HRD-Net 등 국가 학습사이트, Coursera·edX·유튜브 등의 글로벌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 사서가 디지털 정보 이해, AI 개론, 저작권법, 커뮤니케이션 기술, 문화기획 등 다양한 분야를 유연하게 학습할 수 있다. 또한 도서관 관련 국제 기관의 세미나나 실무 사례를 소개하는 웹포럼,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한 온라인 워크숍도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향후에는 사서 전용 온라인 학습 포털을 구축하거나, 개인 역량 진단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 경로 제안, 실습형 과제 중심 학습 구조, 결과 포트폴리오 연동 등 보다 정교하고 실용적인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학습 결과를 자격인증, 인사 평가, 조직 내 진로 설계와 연계시킴으로써, 사서 개인의 성장이 곧 조직의 전문성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5. 사서 평생학습의 미래: 자율과 체계, 실천이 공존하는 구조로
사서의 평생학습은 개인의 자율성에만 의존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 그것은 조직 차원의 학습 문화 형성과 정책적 구조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첫째로, 도서관 운영기관은 연수와 학습 활동을 단순한 ‘업무 외 교육’이 아니라, 업무 수행의 일부이자 전문성 유지의 필수 요건으로 인식하고, 교육 이수 시간 보장, 학습 공간 제공, 참여 인센티브 부여 등의 제도적 환경을 갖춰야 한다. 둘째로는 평생학습 성과가 인사 평가, 경력 개발, 직무 이동, 리더십 훈련과 연결되도록 통합적인 인재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사서 평생교육 진흥 계획’, ‘도서관 인력 역량기준(KLCC)’ 정립, 지역거점형 연수센터 구축 등 구조적인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며, 특히 사서 간 학습 결과 공유와 사례 확산을 위한 플랫폼화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결국 사서 평생교육의 미래는 사서가 스스로 배움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배움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사서가 있는 도서관은 언제나 살아있는 지식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