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직무는 어떻게 변화해왔나: 전통적 역할 vs. 현재 요구되는 복합 역할
1. 사서의 전통적 직무: 질서, 분류, 정리에 기반한 정보 관리자
도서관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서는 항상 지식의 문지기 역할을 수행해왔다. 사서의 전통적 직무는 서가를 질서 있게 유지하고, 자료를 정확히 분류하고,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때 사서는 표준 분류체계에 기반해 도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목록 작성과 장서관리, 대출 및 반납 서비스 등 정확성과 규범성에 기반한 관리 중심의 직무 수행자였다. 특히 인쇄자료가 지식의 주된 매체였던 시절, 사서는 장서의 물리적 보존과 열람 체계 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받았으며, 이용자는 사서를 통해 정보를 탐색해야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 사서의 업무는 다소 폐쇄적이고 도서관 내부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으며, 외부 세계와의 접점보다는 자료의 내부 질서와 기술적 완성도가 강조되었다. 다시 말해, 사서는 정보 자체의 관리자이자 도서관 시스템의 운영자로서 기능했으며, 대중과의 정서적 소통이나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장서의 보존과 정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2.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한 사서의 역할
20세기 후반부터 정보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사서의 역할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컴퓨터의 등장,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일상화는 도서관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었고, 정보는 더 이상 서가에 정리된 책에만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사서는 기존의 정리 중심 직무를 넘어, 디지털 정보 접근, 전자자료 관리, 온라인 서비스 설계 등 새로운 전문 역량을 갖춰야 했다. 특히 전자도서관 시스템과 온라인 공공접근(OPAC) 기능이 확산되면서, 사서는 기술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으며, 데이터베이스 구축, 디지털 아카이빙, 저작권 이해, 메타데이터 설계 등 정보 구조 전반을 다룰 수 있는 IT 지식과 논리적 설계 능력이 필요해졌다. 또한 정보량이 급증하면서 정보의 진위와 출처를 판단하는 능력, 즉 정보 리터러시 교육의 주체로서의 역할도 강화되었으며, 특히 학교 및 대학 도서관에서는 교수-학습 파트너로서 사서의 위상이 점차 부각되었다. 이 변화는 사서를 단순히 정보를 ‘보관’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정보 큐레이터이자 디지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정보 전략가로 재정의하게 만든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3. 현재의 사서에게 요구되는 복합적 역량과 다중 역할
오늘날 사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이고 유연하다. 이제 사서는 단지 도서관 안의 기술자나 관리자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자, 문화기획자, 커뮤니티 조정자, 심지어 감정노동자와 퍼실리테이터로서의 다중 정체성을 요구받는다. 예를 들어, 공공도서관의 사서는 주민 대상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청소년 대상의 진로교육, 노년층 스마트 기기 교육, 디지털 취약계층 정보 접근 보장 등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실천자로 활동해야 한다. 또한 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사서는 단체 협업, 예술 프로그램 유치, 문화축제 운영 등 기획능력과 협업능력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챗봇 등의 기술과 연계하여 정보 검색을 넘어 ‘정보 설계자’로서의 사서 역할도 등장하고 있다. 즉, 오늘날 사서는 이용자의 질문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해결을 제안하는 적극적 서비스 제공자로 변화했다. 이는 직무 범위의 확대뿐 아니라, 사서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전문성 유지에도 큰 도전 과제가 되며, 이에 따라 사서 연수, 교육, 역량 진단 체계의 재정립도 요구되고 있다.
4. 전통과 현재의 교차점에서 사서 직무를 재정의하다
사서의 직무는 시대 흐름에 따라 기술과 역할이 변화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이용자와 지식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핵심 가치가 존재했다. 과거의 사서가 책과 정보를 정리하고 보존하는 관리 중심 역할에 충실했다면, 오늘날의 사서는 정보의 생산, 재가공, 교육, 배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주체적으로 개입하는 실천가이자 조력자가 되었다. 이 전환은 단순히 업무의 확장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과 사서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그리고 사서 자신이 자신의 직무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정체성이 다양해지고 정보의 신뢰성이 중요해진 시대에, 사서는 이용자의 정보 권리를 지켜주는 수호자이자, 지식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시민 실천가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사서 직무의 재정의는 단순한 역할의 변화가 아니라, 사서가 어떤 철학과 태도로 사회를 바라보며 전문성을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통합적 재구성의 문제이다. 미래의 사서는 기술과 감수성, 전문성과 공공성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문가’로 거듭나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 시스템, 제도, 조직문화도 함께 진화해야 할 것이다.